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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살리기 위해 2명 희생... 이 선택이 가져온 파장

[안치용의 영화적 사유]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21.01.20 16:11최종업데이트21.01.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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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소재 면에서 첨단을 달리면서 미래 사회의 주제를 다루는 영화다. AI 챗봇 이루다가 논란을 일으키며 1주일 만에 폐기된 공교로운 시점에 공개된 이 영화는 AI의 윤리와 존재론이 핵심 모티브이다.

차이가 있다. 이루다가 AI를 구현하는 과정의 기술 윤리, 즉 인간의 문제를 제기했다면,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기술 너머의 인조인간 자체의 윤리 문제를 다룬다. 포스트휴머니즘으로 운위되는 4차산업혁명의 거대담론 흐름에서 영화의 시점이 2036년인 만큼 철학적으로는 일종의 사고실험을 수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당연히 마음 편하게 재미 위주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그런 요소가 강하기도 하고.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포스터. ⓒ 넷플릭스

 
포스트휴먼

넷플릭스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의 시공은 2036년의 미국과 동유럽이다. 미국은 잠깐 등장하고 전화(戰禍)에 휩싸인 우크라이나가 주요 무대이다. 빅토르 코발이란 인물이 이끄는 군벌과 저항군 사이의 일종의 내전에 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개입한 상황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영화에선 포스트휴먼과 관련하여 드론, 로봇병사, 안드로이드라는 세 종류의 비(非)인간화한 전투모델이 등장한다. 뒤로 갈수록 개체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앞쪽일수록 인간의 통제를 확실하게 받는다. 드론은 원격조종이란 구조 하에서 기계의 운용이 전적으로 인간, 즉 조종사의 의지에 맡겨진다. 영화에서 '검프(Gump)'로 불리는 전투로봇, 혹은 로봇병사는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지만, 사전에 프로그램된 범위 안에서 '군인'으로 참전한다.

영화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는 '리오'(앤서니 매키)라는 이름이 있고 대위라는 계급도 받았다.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영화가 전개되며 드러나듯 심지어 사전에 프로그램된 범위를 벗어난다. 군인이라기보다는 자유인인 양 혁명가인 양 행동한다.

영화의 나머지 주인공은 드론 조종사 '하프'(댐슨 이드리스) 중위이다. 냉철하고 유능한 드론 조종사인 하프는 영화 시작 시점의 전투에서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 그의 판단이 합리적이긴 했다. 중무장한 적의 트럭이 아군에게 막강한 화력을 퍼붓기 전에 미사일로 트럭을 제거함으로써 미군 38명의 목숨을 구한다. 그 과정에서 부상당해 트럭 근처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미군 2명이 숨진다. 윤리적 판단 혹은 선택에서 흔히 나오는 사례로 '38'을 구하기 위해 '2'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에서 하프는 주저하지 않고 '38'을 택했다.

순간의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서 하프 중위는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지만, 정작 문제는 윤리를 벗어나 "대기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군율의 사안으로 단순화한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게 되듯이 '군율'은 두 주인공을 만나게 하기 위한 매개로 사용되었을 뿐 '38 대 2'의 윤리 문제는 규모를 달리하여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등장시켜 닮은꼴 상황을 보여주며 유비를 만든다. 리오와 하프가 벌이는 비밀작전은 명령받기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구 소련의 핵무기가 군벌 우두머리 코발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데 안드로이드 막강전사 리오는 핵무기를 빼돌려 자신이 차지하려고 한다. 핵무기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대신 그 핵무기를 자신을 만든 나라인 미국 본토에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착착 진행하며, 후반부에 가서야 하프는 자신이 리오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하프의 명령불복종은, 리오의 명령불복종과 겹쳐지고, 38명을 살리기 위해 2명의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하프의 논리 또한 리오에게 반복된다.

기계의 자의식

이러한 유비가 성공하려면, 38명을 살리기 위해 2명의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하프의 논리가 리오에게 정교하게 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적 형상화가 쉽지는 않았다. 핵무기 발사는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결정이기에, '38 대 2'를 단순히 천문학적으로 확장하는 것으로는 무리가 있다. 영화의 대미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의 표상인 미국이란 나라, 즉 완전 자율형 사이보그인 '괴물' 리오의 창조자이기도 한 또 다른 괴물로 표현된 미국에 리오가 핵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이유가 웅변처럼 표현되지만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첨단 안드로이드가 명령을 불복종하고 역으로 명령권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사상 처음으로 사용된 '완전 자율형 사이보그'의 도입을 후회하게 만들 계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목적과 수단의 과도한 비대칭은 영화 시나리오의 흠결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안드로이드 사고 체계의 한계로 보아야 할까.

리오와 비슷한 생각을 품은 코발은 전형적인 악당이어서, 리오의 '사유'가 오히려 더 실존적이고 더 인간적인 집요한 고민을 담은 듯하다. 미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두 존재 가운데, 의도한 행위가 같다고 하여도 행위의 동기가 다르다고 할 때 인간이 악당이고, 안드로이드가 선인이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리오의 존재가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본토의 드론 발사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최전방으로 전입된 하프에게 현장 지휘관은 "리오가 우리와 다르다"고 말한다. 안드로이드임을 파악하고 하프가 물은 말은 "AI 같은 거냐"이고, 현장 지휘관은 기밀사항이라며 대충 넘어간다. 하프가 이후 타인에게 리오를 지칭하며 사용한 표현은 '기계'(machine)였다. 대미에서 리오가 스스로를 표현한 말은 "완전 자율형 사이보그"이자 "괴물"이다.

포스트 휴먼 논의에서 '사이보그'는 인간의 확장개념이다. 적어도 두뇌는 인간의 것으로, '로보캅'이 대표적인 사이보그이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하프가 지적한 대로 인간의 모습으로 만든 기계로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존재를 떠올리면 된다. 리오가 "완전 자율형 사이보그"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그냥 부주의하게 이 말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어진 '괴물'은 리오가 인간과 동일하게 실존적 분열에 처했음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단어다. 자신의 창조주에게 교훈을 주려는 안드로이드. 교훈을 주기 위해 수백만 인간의 희생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고. 둘이 상충한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닌지를, 아직 영화가 묘사한 것과 같은 수준의 안드로이드가 없는 시기여서 간단히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흥미롭다.

이 영화는 드론이 개입한 전투의 교전수칙과 윤리 문제도 다루는데, 이 문제는 <아이 인 더 스카이>에 더 자세히 나온다. 아무래도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안드로이드의 존재론과 윤리에 휠씬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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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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