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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편'마저 역시나... '아내의 맛' 최종 승자는

[하성태의 사이드뷰] 2주 연속 정치인 출연에 비판 목소리 적지 않아

21.01.13 17:03최종업데이트21.01.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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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이 왔어도 당연히 안 하죠(웃음)."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진행자가 "(<아내의 맛>) 출연요청이 없었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지난해 말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최근 TV조선 <아내의 맛>에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연이어 출연한데 대해 이런 쓴 소리를 전했다.

"나경원,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질문인데 한 가지만 확실하게 얘기 드리면 <아내의 맛>으로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하는 건 굉장한 구태의연한 방법이라는 것. 이런 진부하고 노회한 방식으로 서울시장을 하겠다는 이런 건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앞서 김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두 정치인의 TV 예능 출연에 "명백한 특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역시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역시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출마 의사가 분명한 사람들은 부르면 안 된다. 명백한 선거용"이라며 "TV조선에서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초대해 일종의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 TV조선

 
경쟁 후보들만 비판한 것이 아니다. 지난 5일 <아내의 맛> '나경원 편' 방송 이후 정의당은 9일 논평을 통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의 예능 방송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6일 "TV조선 <아내의 맛>은 선거출마 정치인 출연을 당장 중단하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특히 저희 유나에게 해 주신 격려는 유나는 물론 저희 가족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자 응원입니다. 정치와 이념, 진영을 초월해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저는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일 나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방송 출연 소감 중 일부다. 이날 나 전 의원이 남긴 장문의 글은 방송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국민과의 소통 등 훈훈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앞서 8일 김 의원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나 전 의원은 이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를 하다 보면 자꾸 국민들하고 소통이 멀어지잖아요. 갇혀진 화면 안에서 드리는 말씀, 짧게 나가는 어떤 워딩, 이런 것으로 인해서 소통하는 게 어렵던데요. 그냥 저 나경원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 소통의 의지가 통했던 걸까. 나 전 의원의 <아내의 맛> 출연은 비판을 포함, 정치권과 방송가에서 적잖이 회자됐다. 시청률도 전국 11.2%(분당 최고 시청률 15.4%,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 <아내의 맛>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 전 의원과 TV조선 모두 아쉬울 게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

방송 내용은 특히 그랬다. 나 전 의원이 2019년 원내대표 시절 거친 발언 등으로 거센 이미지를 쌓은 것을 감안하면, 나 전 의원 가족의 하루 일상을 그린 방송 내용은 그 자체로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관련 기사 : 외모 칭찬도 모자라... '아내의 맛' 나경원편이 남긴 쓴맛 http://omn.kr/1raq4).

방송 녹화 시점도 문제였다. 나 전 의원 아들, 딸 등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녹화가 이뤄졌다. 해당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지난달 19일 방송 녹화 직후(와 방영 직후) 알려졌다.

정치 평론가들마저 이날 방송이 나 전 의원의 이미지 상쇄에 도움이 됐을 거라 전망했다. 그리고, 13일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독하게, 섬세하게"였다. 그렇다면, 12일 방송된 <아내의 맛> '박영선 장관'편의 내용은 어땠을까.

박영선 장관의 경우
 

12일 방송된 <아내의 맛>의 한 장면 ⓒ TV조선

 
장관이면서도 '셀러브리티'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재차 삼차 "아내의 맛이 아니라 남편의 맛"이라고 강조하던 박 장관의 말마따나 본인의 내조보다 남편 이원조 변호사의 '외조'가 부각됐다. 현직 여성 장관의 첫 예능 출연이 한껏 부각된 만큼, 집과 가정사보다 일과 부부 관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떠들썩한 예능 특유의 호들갑은 나 전 의원 방송분과 다를 바 없었다. 딸과의 일상이나 외모 칭찬이 이어졌던 지난 방송과 비교해 박 장관은 전직 MBC 기자 출신 여성 장관이라는 '스펙'이 한껏 강조됐다.

자연스레 과거 정치인들과의 '연'이 강조됐고, 그 과정에서 박 장관의 김영삼 전 대통령 성대모사도 전파를 탔다. 과거 미국 특파원 시절 남편과의 연애담도 빠질 수 없었다. 물론, 중기부 현직 수장으로서의 면모도 비춰졌다. 지난 연말 진행된 소상공인을 위한 크리스마스 마켓의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박 장관의 모습도 전파를 타기는 했다.

그게 전부였다. 현직 여성 장관의 예능 출연에 '왜 하필 지금?'이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아내의 맛> 방송 전날(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좀 고민을 했었습니다"라며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저는 좀 내용이 다른 내용이 아마 나갈 겁니다. 그래서 좀 중소벤처기업부의 어떤 여러 가지 그 당시에 소상공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되던 시기였었거든요. 촬영 시점이. 그래서 그런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런 논의가 있었는데 그게 얼마큼이나 더 많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이미 촬영하고 나서 결정은 PD가 하는 거 아닙니까?"

맞다. 편집은 제작진의 몫이다. 하지만 고민이 거기까지였다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었을까. 방송 내용을 보자. 중기부의 행사가 전파를 타기도 했다. 박 장관과 중기부 공무원들의 회의 모습도 나왔다. 

하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그러한 역할보다 과거 할리우드 스타들을 취재하기까지 했던 전 MBC 미국 특파원 출신 여성 현직 장관의 '셀러브리티'에 가까운 일상이 더 눈에 들어왔을지 모를 일이다.

편집 자체가 그랬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개인 사진 촬영 작업에 몰두하고, 이를 매해 달력으로 만들고, 향후 전시회를 꿈꾼다는 변호사 남편의 외조를 받고,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중기부 행사에 출연하는 현직 장관의 모습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매일 임대료를 걱정하고, 장사 자체를 접어야하는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고민하는 현직 장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방송 다음날인 13일,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 얘기는 당분간 그만했으면"이란 소감을 피력했다. 4월 선거보다 당장은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현안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박 장관의 <아내의 맛> 촬영은 중기부 크리스마스 마켓 개막식이 있던 지난달 19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박 장관 본인이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와 별개로, TV조선 제작진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시되는 두 여성 정치인을 섭외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날 <아내의 맛>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하락한 9.6%(분당 최고 시청률 11.3%)를 기록했다. 시청률면에서나 화제성 면에서 모두 '박영선'편은 '나경원'편보다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방송분량 역시 '나경원편'에 비해 13~14분여가 짧았다. 이래저래, 지난 2주간 방영된 <아내의 맛>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였는지가 자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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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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