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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웠던 '써치' 속 여군, 그럼에도 기대하는 까닭

[TV 리뷰] OCN 드라마 <써치>

20.11.17 15:45최종업데이트20.1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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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치 ⓒ OCN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던 드라마 <써치>가 종영했다. 긴박감으로 내달을 줄 알았던 미스터리 밀리터리 스릴러는 맥을 못 추고, 매회 후반부 10분만 스릴러로 면목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특전사 출신 남편이 본방 사수의 의지를 불태우는 바람에 덩달아 시청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겠지 하던 막연한 기대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드라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 비단 군대 경험이 전무한 이유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써치>는 절반의 실패를 보여준 셈인데, 이 드라마가 군대만을 위한 특수 용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시청자 일반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깜짝 이벤트처럼 도보다리를 거닌 것이 벌써 옛 얘기로 회자되는 이 시국에, 군대 드라마라, 의아했다. 3만 탈북자 시대에, 귀순을 배경으로 한 GP 또한 어색했다. 20년 전이라고는 하나 북한인 남편은 핵 물질을 들고 아내는 아기를 강보에 싸 들고 목숨을 걸고 귀순하려는 곳이 GP고, 이를 기점으로 이들의 자식들로 이어지는 서사로 드라마를 발아시키고 있는데, 참 믿어지지 않는 상상력이다.
 
폭력 군인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드라마는 1997년 DMZ 21섹터에서 벌어진 북한군과 남한군의 대치와 교전을 플래시백으로 던지며, 애국이나 충성이라는 군인의 미덕 따위란 애초 있지도 않았던 폭력적 군인 상을 문제적으로 전시한다. 아기를 데리고 GP를 통해 귀순하려던 북의 연구원 여성이 북한군에 발각되고, 이를 추적하던 북한군과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남한군이 맞닥뜨린다.

여기서 시청자는 잠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재현됐던 북한군과 남한군의 낯선 모습, 그러니까 갑작스런 만남이 만드는 남 북한군의 숨 막히는 긴장과 개죽음이 될 게 뻔한 교전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남북 상호 간의 노력(철수)을 잠시 떠올릴 만하지만, 드라마는 이 향수를 가볍게 배반하고 피 튀는 교전으로 나아간다.

이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재현한 남북한의 형제애 브로맨스가 기실 얼마나 허약되게 주조되었는지를, 그리고 이렇게 가공된 형제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내보였다.
 
드라마가 애초 제시한 대로 21섹터에서 벌어진 사건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범행)이려면, 왜 사건이 되어야 하는지를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지만, 드라마는 21섹터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던 드라마는 이혁(유성주)이라는 해석 불가한 캐릭터를 내세워 이 자가 그저 자신의 야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우를 무참히 살해했고, 이도 모자라 이를 무기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어이없는 서사를 전개시킨다.

이로써 드라마가 군대라는 공고한 남성 조직이 얼마나 부패한 집단인가를 고발하려는 의도였다면, 그의 범행을 끝까지 물고 들어가야 했지만, 이도 실패한다. 일국의 장교가 교전 수칙을 어겨가며 자칫 국가 안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적과의 교전을 불사하고, 이 과오를 덮으려 무고한 전우를 희생시켰다면, 그의 반군인적 반인류적 범행의 단죄는 개인적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써치 ⓒ OCN

 
죽음이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죽는 것은 책임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군대(사회)가 행해야 하는 그의 단죄를,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불명예를 얻고 괴물이 되어 참혹한 삶을 견뎌야 했던 조민국(연우진)의 손을 빌려 순국의 형태를 띤 개인적 처단으로 대신한다.

게다 아바타처럼 부리던 아들로 하여금 이혁의 죄를 대속하게 하는 결말에선 군사화된 가부장의 혐의까지 짙게 드러내고 말았다. 이혁의 대국민 영웅 사기극의 죗값을 제대로 묻고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과정을 시청자가 목도하게 하는 일은, 군대가 국민에게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불성실하게 누락시켜 그와 그의 범죄에 부역했던 조력자들을 어떤 성찰도 없이 쉽게 죽게 함으로써, 군대와 사회가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고백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이혁의 범죄는 그저 개인적인 일탈로 무화되고, 그가 군대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비틀린 '군인됨(남성성)'을 발아시켰고, 이를 이용해 국가 안보라는 이슈로 어떻게 국민을 기만했는지, 그리고 마침내 "안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적을 찾아내는" 일임을 망실하게 만들고 말았다.
 
드라마 속 여군의 재현
 
지지부진했지만, 내게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여군의 재현에 있었다. 여자 군인 하면 떠오르는 상은 이 사회가 여군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을 것이고, 드라마는 이를 반영해 재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재현된 여군의 이미지라면, 몇 해 전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윤명주(김지원)가 떠오를 수 있다. 명주는 '장군의 딸'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고, 군인이지만 교전을 벌이는 전사가 아닌 군의관으로 설정되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의 딸도 아닌' 천애 고아 손예림(정수정)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정립해나갈까?
 
얼마 전 해병대 최초로 여성 헬기 조종사가 배출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고 자랑스럽다. 반면 여전히 남자 상급자의 성폭력에 신음하는 여군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2020년 지형에 드라마 <써치>에 등장한 여군 장교 예림의 재현은 어떠해야 할까?

그는 화방사 방위사령부 특임대대 중위다. 전투보다는 연구실이 더 어울릴법하지만 드라마에선 그를 연구실에서 벗어나 야전에서도 당당히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당당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주인공인 용동진(장동윤)과의 빛바랜 연애사를 어설피 끼어 넣고, 북극성 특수 임무 팀의 하사는 엄중한 임무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자 예림을 상대로 성적인 호감을 표시하고, 병장인 동진에게 자신의 연애 전선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는 무거운 주제의 드라마의 한 축을 가볍게 가져가기 위한 장치로 여전히 남성의 낭만에 여성이 활용되고 있음과 실제 군대 내 여군이 처한 현실, 비록 여성 군인 상급자일지라도 하급자 남성 군인들의 성적인 가십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부정의한 젠더의 지형을 적시하고 있다. 다행인지 드라마가 여성에게 불쾌하지만 남성들에게 유희라 여기는 성적 연대를 지속시키지 않았지만, 세심하지 못한 젠더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예림은 뛰어난 실력으로 미스터리 타깃의 정체를 점차 좁혀가고, 북극성 팀장이 반군인적인 지휘라인에 서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팀장의 무책임한 지휘에 "부하들을 다 죽일 셈이냐"며 일갈하는 그의 저항은 과거 21섹터의 야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더 본격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에 이르지 못한 것에 시청자를 잠깐 갸웃거리게 한다. 상관의 명령이라도 부당한 명령은 거부해야 함에도, 그 역시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이라는 체계에 순응했다는 것인지, 저항이라는 반기를 드는 이미지에 여군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지, 드라마는 이 설정에 더 많은 고민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축의 여군상은 김다정(문정희)을 통해 전해진다. 그는 특전사 상사 출신으로 대테러팀에서 활약한 바 있지만, 작전 수행 중 동료를 잃은 깊은 상흔을 가지고 있다. 전역 후 천공리 마을에서 DMZ 기념관 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예민한 촉수로 마을에 위험한 미스터리 타깃이 출몰한 것을 눈치챈다. 마을의 안전을 위해 타깃의 출현을 주시하는 다정의 눈빛은 왕년의 특전사로 돌아가 있다.
 

드라마 <써치>의 한 장면 ⓒ OCN

 
그러다 그의 딸이 돌연 사라지자, 냉철한 전역 상사 다정은 온데간데없고, "엄마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며 군 수색 작전에 투입해 줄 것을 요청한다. 기념관에 나타난 방약무인한 무뢰배들을 노련한 무술로 잠재우고, 대테러 팀 작전 수행에서 보여준 탁월한 전투 실력으로 미루어, 시청자는 그가 담대한 전사임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지만, 드라마는 딸의 실종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성을 과하게 연출함으로써 그의 담대한 군인 상을 무력화시켰다.

물론 어떤 군인도, 여자든 남자든, 자식의 실종 앞에 이성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모성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중지하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는 군사 작전의 성패에 있어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예비역 상사에게 맹목적 모성의 외피를 입혀, 군인 출신일지라고 역시 모성은 다분히 몰이성적일 것이라 오해하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군대는 전 지구적으로 구난, 재건, 평화 유지 등의 패러다임으로 역할을 탈바꿈하고 있고, 여군 역시 다른 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쟁 행위가 더 이상 대규모 군인의 강인한 육체를 담보한 전술로 진행되지 않으며, 고도로 기술화된 "전쟁 수행 능력, 숙련 기술, 과학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복합체"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육체적 효능만이 우선시되는 과거의 군인 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써치>의 예림이 보여주듯 여성 또한 군대 내 위상을 충분히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여군의 존재는 그 자체로 논쟁적이긴 하다. 그러나 남성만의 영역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여성 군인의 존재는 필요하다. 단, '토큰' 여군으로 '재남성화'되는 위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남성만으로 전유되는 공간이 공고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부장과 폭력적 남성성으로 경도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함의하기에, 이들의 편향된 지형을 변화시킬 여군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역할이 어떻게 실험되고 성공 혹은 좌절되는지, 남성들만의 지형에 진입한 낯선 주체인 여군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다.

지금까지의 남성성이 독점했던 군대의 존재 방식 즉, 폭력을 전제하고 타자를 비인간화하는 관성(이혁의 탄생에 기여한)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혁신적인 군인 상을 구축해낼 수 있을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남성들의 지형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여군들의 건투를 빌며, 이제, 적극적 발화의 주체로서 여군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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