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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치어: 승리를 위하여(Cheer)>

20.10.16 16:17최종업데이트20.10.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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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치어(Cheer, 2020)>에서 인기를 끈 한 청년이 아동성착취 혐의로 체포되었다(2020년 9월). 그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구금되어 있는 상태다. 그의 이름은 제리 해리스(Jerry Harris). 매일경제신문 9월 18일자에 따르면, 해리스는 다큐멘터리 <치어>로 얻은 유명세를 이용해 어린 소년소녀들에게 멘토를 자처하며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약간 다르다. 간단히 시간대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 <치어>는 2020년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리스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아이들을 성착취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들 중 한 부모가 올해 들어 사건을 고발했기 때문에 이번에 해리스가 체포된 것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가디언>은, 다큐멘터리 작품과 아동성착취 사건을 인과관계로 연결하지 않았다.

해리스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치어>는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편당 러닝타임은 60분 안팎이다. 그리고 <치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연상하는 응원단이 아니라, 거의 곡예에 가까운 협력운동으로 종합 체조경기에 가깝다. 
 

▲ 과거 치어리딩 장면 <치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 현재의 치어리딩 장면. <치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치어>에서 해리스는 순하고 착하며 성실한 청년으로 소개된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위로하고, 친구가 부상을 당하면 크게 걱정하며, 연습시간에 열심히 참여한다. 자신이 '데이토나(Daytona) 치어리딩 대회'의 정식 출전선수가 아니라 예비선수임에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연습한다.

 

▲ 지인이 묘사하는 제리 해리스 <치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이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나바로 대학 치어리딩 팀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터득한, 해리스를 이해하는 관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다큐멘터리는 해리스를 그 같은 관점에 비추어 성실한 청년으로 묘사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해리스는 데이토나 대회에 관해서는 예비선수지만, 평상시 치어리딩 행사가 열릴 때면 치어리더로서 당당히 무대에 올라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당일에도 해리스는 행사에 차질을 빚지 않게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해리스는 늘 치어리딩 동영상을 보며 연구한다.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은 그의 쉬는 시간 동영상 시청에 대해 놀리듯 칭찬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동안 해리스를 아동성착취범으로 알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의도한 게 아니다. 함께 훈련중인 코치와 동료들도 그에게서 아동성착취범의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해리스의 아동성착취 범죄가 알려지자마자 해리스와 함께했던 코치와 동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각자의 소셜 미디어에, 깜짝 놀란 자기들의 심경을 앞다퉈 올렸다.

해리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을 속인 것이다. 그는 우선 아동성착취 피해자들을 속였다. 자신을 안전한 사람으로 포장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를 평범한 청년으로 이해한 주변사람들, 그를 평범한 청년으로 소개한 다큐멘터리 제작진, 시청자들까지 모두 속였다.

<치어>는 치어리딩 선수들의 강도 높은 훈련과 고뇌와 성취를 다정다감하고 역동적으로 다루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로서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다. 거기에 덧붙여 윤리적·철학적 장점까지 첨가됐다. 해리스의 행실을 알고 있는 이가 조금 신경써서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면, 인과관계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간 일반의 유한성과 한계를 성찰해볼 수 있겠다. 

모쪼록 해리스의 성범죄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치어>를 알게 될 때 단 1명이 일으킨 가십거리로 전체 다큐멘터리를 소비하면서 비웃고 끝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치어>는, 여느 스포츠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인간의 한계를 성찰하며 인간의 의지를 격려하는 멋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어리딩이 아니었다면 자기 인생이 비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치어리딩을 통해 스스로를 격려하며 북돋우는 (cheer up) 훌륭한 청년들이 대거 등장하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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