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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였던 감독... 늦둥이 친 동생 '관찰'하는 영화를 만든 이유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마이 지니어스>

20.10.18 15:55최종업데이트20.10.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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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지니어스> 포스터 ⓒ 필름다빈


2018년 한국은 읽기, 수학, 과학 영역을 측정하는 OCE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전 세계 79개국 중 전 과목이 10위권 안에 들면서 다시 한 번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수학은 1~4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지수는 6.52로 전체 71개국 중 65위였다. 어른들은 공부를 잘 하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왜 공부를 잘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불행한 걸까.

다큐멘터리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세 자매의 맏언니이자 이 작품의 감독인 윤주가 늦둥이인 여덟 살 막냇동생 윤영을 관찰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주가 윤영을 다큐멘터리의 대상으로 삼은 건 동생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윤주는 어린 시절 소위 말하는 영재였다. 윤주가 학교를 다닐 당시는 국가 차원에서 영재를 키우던 때였고, 윤주는 당당하게 영재반에 뽑혔다. 하지만 이후 윤주에게 다가온 건 불행이었다.

영재반 안에서 윤주는 자신이 실력이 부족하단 걸 알게 된다. 그럼에도 끝까지 남아 수료증을 받은 이유는 기뻐하는 엄마 선숙의 얼굴 때문이었다. 선숙은 공부에 흥미가 많았고 공부를 잘 했지만, 시대가 여자는 가방끈을 길게 가져가기 힘든 때였기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윤주는 엄마가 못 이룬 꿈을 자신에게 투영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감독의 길을 택한 자신을 대신해 윤영에게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지닌다.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윤영이의 꿈은 영재다. 과거 윤주가 그랬던 거처럼 매일 공부에 집중한다. 일주일에 8개의 학원을 다니고, 수백 권의 책을 읽는다. 이렇게 공부에 매진하던 8살 아이는 슬슬 한계에 부딪친다. 늦게까지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래도 시험점수가 잘 나오니 공부를 하지만, 윤주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윤영이 과거의 자신처럼 고통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은 이런 과열된 교육시장의 현실을 세 인물에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며 조명한다. 윤주는 과열된 교육시장의 희생양이다. 사교육에 빠져 공부만 했지만, 그 투자비용만큼의 미래를 그리지 못했다. 영화감독의 길을 가고 있는 지금도 어떤 길을 가야 좋을지 고민에 빠져있다. 꿈을 생각하고 미래를 그릴 시간을 얻지 못한 윤주는 윤영 역시 자신처럼 공부만 하다 높은 직장도, 원하는 꿈도 얻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윤영은 과열된 교육시장에 막 들어온 아이다. 똑똑하단 소리를 듣는 것도,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좋아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점점 버거워지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시험을 잘 보고 싶다며 공부하는 내내 미소를 보이던 윤영이는 점점 울음을 터뜨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날이 많아진다. 조금만 더 공부하자는 엄마의 말에 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성적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에 힘겨워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선숙은 과열된 교육시장 안에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인물이다. 공부에 재능과 흥미를 지닌 운영을 도와주고 싶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다. 선숙을 더 괴롭게 만드는 건 윤주의 존재다. 엄마 때문에 거짓된 영재로 살아 힘이 들었다는 윤주의 하소연은 남들처럼 아이들을 공부시킨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기에 다큐멘터리에 악역처럼 등장하느냐는 억울함을 자아낸다.

이 세 인물을 통해 말하고 싶은 내용은 대한민국의 과한 교육열이다. 1990년 발매된 윤시내의 노래 '공부합시다'가 의미하듯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영재양성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영재'로 불리던 아이들이 미래에 행복을 찾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감독 윤주가 과거 영재였으나 행복하지 못했고, 어머니 선숙은 윤주를 위해 투자한 교육비용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윤영이 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윤주는 불안을 느낀다. 이는 대한민국의 교육신화가 만든 허상이자 과한 경쟁이 부른 비극이다. 학창시절 전 세계 최고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고등학생 중 70%가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낮은 취업률과 높은 자살률은 고학력자가 되어도 부와 명예,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영재였던 감독 윤주가 영재가 되고 싶은 동생 윤영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모든 영재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교육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축소시키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1994년 문화대통령 서태지는 '교실 이데아'란 노래를 통해 한국교육의 문제를 지적했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년 넘게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변함없는 영재교육 열풍은 씁쓸함을 지니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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