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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떠난 다케우치, 그를 가장 닮은 영화

[김성호의 씨네만세 277] 다케우치 유코와 닮은, <천국의 책방-연화>

20.09.29 11:17최종업데이트20.09.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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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의 책방-연화 포스터 ⓒ 미디어 소프트


가수는 음악을, 배우는 영화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다케우치 유코를 떠올리면 그 말이 맞는 듯도 하다. 비의 계절 잠시 건너왔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오처럼, <천국의 책방-연화> 속 불꽃처럼, 다케우치는 짧은 삶을 살다가 거짓말처럼 떠났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다케우치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천국의 책방-연화>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를 봤다면 다케우치의 팬이라 넘겨짚어도 십중팔구는 틀리지 않을 테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이.

가까우면서도 먼 한국과 일본의 감성 차 때문일까. <천국의 책방-연화>는 한국 관객들에겐 좀처럼 사랑받지 못했다. 영화에 감동한 관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과도한 판타지적 설정과 짙은 신파적 성격에 다수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 돌아보니 다케우치는 이 영화와 가장 닮았다.
 

▲ 천국의 책방-연화 다케우치 유코의 출연작 중 가장 닮은 영화를 꼽자면 단연 <천국의 책방-연화>가 아닐까. ⓒ 미디어 소프트

 

영화를 따라간 배우, 부디 이뤄지기를

<천국의 책방-연화>는 말 그대로 '천국의 책방'과 '연화'를 잇는 작품이다. 천국의 책방은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이다. 설정은 이렇다. 인간의 수명은 100년이다. 그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은 이는 천국의 책방으로 와서 남은 시간을 보낸다. 100년을 꼭 채우면 지상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때는 지상과 천국의 책방에서 얻은 모든 기억을 잃는다. 삶이 끝나는 것이다.

천국의 책방엔 온통 일본인뿐인데,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하자. 천국의 피아노도 야마하 제품이니까.

그럼 연화는 무엇일까. 연화는 폭죽제조자 타키모토(카가와 테루유키 분)가 만드는 비장의 폭죽이다.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는 타키모토가 과거 만들었다는 전설의 폭죽인데, 그가 폭죽제조 일을 관두고 숨어 지내는 탓에 이제는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연화를 카나코(다케우치 유코 분)가 찾아 나선다. 중단됐던 마을 축제를 다시 일으키려는 카나코는 마을 사람들이 '최고의 불꽃'으로 기억하는 연화를 다시 마을 축제에서 터뜨리려 한다. 카나코는 지역에서 제일가는 폭죽제조자를 찾아 연화를 부탁하는데 돌아온 답은 타키모토만이 연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타키모토를 찾은 카나코는 그가 세상을 떠난 이모 쇼코(다케우치 유코 분/1인2역)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피아니스트였던 이모의 귀를 멀게 한 옛 연인이 그녀가 찾던 폭죽제조자였던 것이다.
 

▲ 천국의 책방-연화 천국에서 지상으로 떠나는 겐타를 마중하는 쇼코(다케우치 유코 분). 영화를 보다보면 다케우치가 천국의 책방에서 영원을 연주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미디어 소프트

 
어떤 것은 빨리 사라져서 더 아름답다고

한편 천국의 책방에선 쇼코가 남은 생을 살고 있다. 지상에서 받은 충격으로 더는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쇼코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어린 시절 쇼코의 공연을 보고 피아니스트가 된 겐타(타마야마 테츠지 분)다. 죽지 않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천국의 책방에 오게 된 겐타는 쇼코가 완성하지 못한 곡 '영원'을 쇼코와 함께 완성한다.

사실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 연화는 마침내 터질 것이고, 영원은 끝내 연주될 것임을 영화를 보는 모두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끝에서 연화는 아름답게 터진다. 모두가 연화인 줄 알았던 그 폭죽은 실은 연화가 아니었다. 타키모토가 터뜨린 진짜 연화를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카나코가 본다. 그 앞에선 겐타가 영원을 연주한다.

폭죽은 천국의 책방에서도 보인다. 더는 피아노를 칠 수 없을 것 같던 쇼코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천국의 사람들이 쇼코의 연주를 듣는다.

폭죽도, 음악도 사라져서 더 아름답다. <천국의 책방-연화>는 말한다. 폭죽처럼, 음악처럼 한순간 피었다가 스러질지라도 진정으로 아름다웠으면 됐다고. 다케우치도 그렇다. 연화처럼, 영원처럼, 짧지만 아름다웠다.

부디 천국의 책방에서 연화를 보며 영원을 연주하기를.
덧붙이는 글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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