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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기한 늘리려 은행 갔는데, 옛 여자친구가 있다면...

[미리보는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 위로받는 것도 힘든 청춘에게

20.09.15 16:02최종업데이트20.09.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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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뿌옇고 애매하다. 세 개의 이야기가 이어 붙은 옴니버스식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은 각기 다른 스토리를 띠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놓인 상황이 답답하고 애매하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을 온라인 시사로 미리 감상했다.

이런 위로도 괜찮지 아니한가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 중 첫 번째 단편 <나는 사람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 스틸 컷 ⓒ 필름다빈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원 마일 위로!'

이 영화의 홍보 문구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위로를 하되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하겠다는 말에서 위로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요즘 청춘들의 입장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힘내라, 혹은 다 잘 될 거야 라는 말이 최고의 위로멘트였던 것도 옛날 말. 위로를 받는 것조차도 힘든 청춘에게 이 영화는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원 마일' 위로를 전한다. 

첫 번째 단편 <나는 사람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는 한때 배우를 꿈꿨던 카페 사장 연우, 넉살 좋은 작가 성준, 젊은 감독 산수가 연우의 카페에서 밤새 꿈에 관한 불투명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두 번째 단편 <이무기여도 괜찮아>는 안개 낀 어느 날,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 묘령의 여인 심희, 유튜버 꿈나무 영노, 영화감독이 꿈인 광철이 구슬을 둘러싼 가운데 신경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세 번째 단편 <마음 울적한 날엔>은 비 오는 어느 날, 가난한 맥주집 사장 인규가 대출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옛 연인인 은행직원 나연을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다. 

다른 세 감독이 만들었지만 세 얘기 모두 명확한 결말이나 '힘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신 일상으로 복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담히 담아냄으로써 위로는 받고 싶지만 간섭받기는 싫은 청춘들에게 조심스러운 위로를 건넨다.

한유원-강동완-감남석, 세 감독이 그린 불안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 중 두 번째 단편 <이무기여도 괜찮아> 스틸 컷 ⓒ 필름다빈

 
이 영화를 위해 모인 한유원, 강동완, 김남석 세 감독은 자신들의 첫 단편영화로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로 다른 감각으로, 자신만의 개성대로 만들어낸 이 옴니버스 영화에는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미래가 담겨 있다고 봐도 손색이 없다. 

첫 번째 이야기 <나는 사람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를 연출한 한유원 감독은 20대의 불안을 담아낸 영화 <위태로워야 했던 건 오직 우리뿐>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목적을 잃어가는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두 번째 이야기 <이무기여도 괜찮아>를 연출한 강동완 감독은 단편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를 통해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최악의 순간에 마주한 이별한 연인의 감정을 담아낸 마지막 이야기 <마음 울적한 날엔>을 연출한 김남석 감독은 내부고발자의 삶과 갈등을 보여준 단편 <호루라기>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꿈은 잡히지 않고 미래는 불투명한 청춘들의 평범한 날들을 그린 <마음 울적한 날엔>은 실제로 이런 날들을 보내고 있는 젊은 세 감독이 직접 경험한 불안과 고민을 자전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러므로 '진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오동민부터 김예은까지... 충무로 개성파 배우 총출동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 중 마지막 단편 <마음 울적한 날엔> 스틸 컷 ⓒ 필름다빈

 
<마음 울적한 날엔>은 개성 강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나는 사람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 속 '성준' 역의 오동민 배우, 무표정한 얼굴의 카페 사장 '연우'를 연기한 강길우 배우,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젊은 감독 '산수' 역의 이태경 배우가 일상적이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첫 옴니버스의 문을 열었다. 

<이무기여도 괜찮아>에서 안개 낀 산속을 헤매는 묘령의 여인 '심희'를 연기한 김예은 배우, 요즘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청춘을 연기한 유튜버 '영노' 역의 박성준 배우, 영화감독이란 꿈이 있지만 노력하기를 멈춰버린 '광철'을 연기한 이재우 배우도 청춘의 단면을 잘 그려냈다. 특히 이재우 배우는 세 번째 단편 <마음 울적한 날엔>에서 '인규'역으로도 열연을 펼쳤다. 인규의 상대역인 헤어진 연인 '나연' 역을 연기한 윤혜리 배우는 우연히 마주한 전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잘 표현해냈다. 

자주 마음 울적해지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 세 편을 연달아 보고 나면 당신은 묘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현재 그런 날들을 살고 있는 이에게도, 그런 마음 울적한 날들을 지나온 이에게도 분명 힘을 줄 것이다. 꿈을 꾸는 한 우리 모두가 청춘이다.

한 줄 평: 오늘도 마음 울적한 당신에게
평점: ★★★☆(3.5/5)
 
 
영화정보

제목 : 마음 울적한 날엔
원제 : One blue rainy day
감독 : 한유원, 강동완, 김남석
출연 : 오동민, 강길우, 이태경, 정도원, 김예은, 이재우, 박성준, 윤혜리, 이건휘 외
장르 : 옴니버스 드라마
배급 : 필름다빈
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81분
개봉 : 2020년 9월 24일
 
 

영화 <마음 울적한 날엔> 포스터 ⓒ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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