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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외치며 보수 기독교계 비판하는 극 작품 보셨나요?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한국 기독교와 사회비판 담아

20.09.13 17:22최종업데이트20.09.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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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포스터 ⓒ (재)서울문화재단, 쿵짝 프로젝트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한국 보수 개신교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대립과 갈등이 심한 그들을 극으로 표현한 작품이 나타났다. 개신교 신자인 임성현씨가 연출을 맡은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이다. 

이 작품의 전체적 구성은 일반적인 극작품과는 다르다. 마치 예배를 드리는 듯이 예배 순서와 형식을 따랐다. 찬양, 참회의 시간, 서원기도, 성찬식, 축복기도 등. 밴드의 음악과 수십 명의 코러스로 구성된 성가대는 드랙 분장을 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극의 분위기를 만들고, 극장 전체를 대형 예배당으로 만든다.

"이들이 빨갱이 사냥 노동자 사냥 종북 사냥 동성애 사냥에 용감히 앞장섰으니, 그 공중권세로 사탄의 앞잡이가 되어 오늘까지 영롱히 빛나는도다."

극중 대사의 일부를 발췌했다. 천주교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성경을 인용한다. 설교의 말하기 방식을 이용한 도입부에선 '한국 보수 개신교의 성장사'를 고백한다.
조선 말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가톨릭과 개신교, 일제강점기에는 친일, 해방 뒤엔 친미와 반공을 외치며 이승만 정권을 우호하고 군사 정권을 찬양했던, 이후 거대교회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로 얼룩진 한국 개신교를 비판하고 고백한다. 한국 보수 기독교계의 전반적인 방향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연 초반부, 달님에게 차별금지법을 만들자고 외치는 캠페인 영상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이라면 피식하며 웃을 수 있다. 

남산예술센터, 유치진의 흔적 아래서 차별없는 사랑을 외친다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에서 9월 2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때문에 13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산예술센터를 강조한다. 남산예술센터는 1962년 동랑 유치진이 정부와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운 '기초 원형이 보존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이 건물은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소유지만, 2009년부터 서울시가 임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는 공공극장으로 활용해 왔다.  

현재 남산예술센터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소유권을 가진 서울예대 측이 지난해 임대해 사용중인 서울시 측에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한 이후 센터의 운명은 불투명해졌다. 계약 마감일인 2020년 12월 31일 이후에, 계약을 연장할 지 여부 등에 대해 서울예대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남산예술센터는 사라지게 된다. 남산예술센터가 공공극장으로, 연극인의 열린 사회의 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떠올리게 되는 극, 닮지만 다르다 

극중극인 '성서 비극 - 퀴어 예수'에선 '퀴어 예수'를 중심으로 성경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마리아가 잉태해 태어난 '퀴어 예수'는 사회적 성별 규범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는 '퀴어신학'의 관점을 빌려 극을 펼쳤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떠올렸다. 닮지만 다르다. 누군가에겐 신성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일 때 줄거리는 복음서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지만, 파격적인 형식과 급진적인 해석으로 인해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신성모독이라는 시선아래에서 처음은 그리 흥하지 못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무대와 음악에 열광하여 지금은 명실상부한 뮤지컬계의 고전으로써 남게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극중 언급되는 육우당

극중에서 육우당의 시조와 작품들이 음악으로 재편되고, 배우들의 대사로도 언급된다.

육우당은 누구인가? 1984년생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다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린 후 자퇴한 그는 2002년 초반에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서 상근 활동가로 근무했다. 2003년 보수 개신교계에서 주장하는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신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다는 식의 주장을 하며 개신교계의 사회적 탄압과 압박 앞에서 견디지 못하고 동인련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운동가이자, 시인, 글 작가, 극 배우였다. 또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본명을 밝히지 못하고, 이후에도 추모재에서 조차 본명을 밝히지 못했던 '육우당'이라는 호로 불렸던 그는, 술과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목주가 친구라며 자신의 호를 육우(六友)당이라 지었다. 극중에서 그를 추모하고 그가 꿈꾸던 세상을 배우들이 외쳤다. 그가 떠난지 17년이 지난 지금, 필자가 원하던 차별없고 자유로운 세상이 왔는가 깊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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