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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당'의 재산 쌓기, 꼼꼼하게 뜯어봤더니... 충격

[TV 리뷰] <시사직격> '전두환과 그들, 재산추적기' 편

20.02.25 11:55최종업데이트20.02.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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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군인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광주의 참혹한 학살이 벌어진 지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시민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자는 누구인지, 실종자들이 암매장된 장소는 어디인지, 국가 범죄의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광주의 피해자들은 '북한군 개입설'과 '광주 폭동'으로 모욕을 당했고, 역사의 죄인인 신군부 가해자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득의양양해졌다.

지난 21일 방송한 KBS <시사직격> '전두환과 그들, 재산 추적기' 편은 <뉴스타파>와 공동기획으로 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일당의 현재를 추적했다. 그들은 어떤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재산을 쌓았는가? 아직 1005억 원이나 남아있는 전두환의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지난해 10월, 5공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신영씨의 장례식장에 5공화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4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신군부 세력들은 건재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5.18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을까?

5.18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씨는 "내가 5.18하고 큰 관계가 없는 사람이야"라면서 책임을 떠넘긴다. 5.18 당시 보안사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씨는 "(내가) 반성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냐?"며 화를 낸다. 12.12 당시 1공수여단장이었던 박희도씨나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씨도 반성의 빛을 보이질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는 건 전두환씨도 마찬가지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그때 어떤 놈이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그러겠어. 나는 광주 사태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야."(2016년 6월 <신동아>와 인터뷰 중에서)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현재 전두환씨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집에 거주한다. 연희동 집은 5공 비리의 상징과도 같다. 신군부 핵심 세력들은 이곳에 모여 12.12 군사반란을 모의했다.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중엔 나랏돈 거액을 빼돌려 집을 재건축하기도 했다. 당시 재건축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음식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공사비용만 30억 원가량 들었다고 기억한다. 당시 이 정도 금액이면 압구정동에 있는 중형 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다.

전두환씨는 퇴임 후 사무실 집기 구매 명목으로 정부 예산 900만 원(당시 5급 공무원의 초봉이 26만 원 정도였다)을 받아 고가의 책상, 의자, 응접실 세트, 옷걸이, 공기정화기, 시계 등을 사들였다. 또한 본인의 집에 사무실을 차리겠다며 보증금 2100만 원, 월세와 관리비로 매달 280만 원을 국가에 청구했다. 자기 집을 자신한테 세를 놓는 황당한 방법으로 세금을 빼먹은 것이다.

5공 비리, 광주 학살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1988년 11월 23일, 전두환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연희동 집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가에 내야 할 추징금만 1005억 원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두환씨는 고액 상습 체납자이기도 하다. 국세 30억9천만 원, 지방세 9억5천만 원을 체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프를 즐기고 고급 식당에서 12.12 군사반란 40주년을 자축하는 호화 만찬을 여는 등 호의호식하고 있다.

연희동 집은 1988년 전두환씨 본인뿐만 아니라 아들 전재국씨도 헌납을 약속했던 곳이다. 전재국씨는 조세 도피 목적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해외 비밀계좌 운영이 드러나 검찰이 압박하자 2013년 9월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희동 집 환수 절차에 협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두 번째 헌납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2013년 국회에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된 후, 검찰은 연희동 집을 압류 조치했다. 6번의 유찰 끝에 지난해 낙찰이 이루어졌다. 이후 전두환씨 일가는 재판집행 이의신청, 공매 취소 등을 요구하는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여 경매 절차를 중단시켰다. 전두환씨 측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 재산을 취득하게 된 원인이 된 자금이 불법 수익에서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연희동 사저는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에 취득한 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수익하고는 원칙적으로 관계가 없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1997년 4월 대법원은 전두환씨에게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을 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광주 학살의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받기까지 17년이 걸린 셈이다. 정호용 징역 7년, 허화평 징역 8년 등 다른 신군부 가담자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불과 8개월 만에 그들은 사면을 받았다.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전두환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뉴스타파>는 5공 정권의 핵심 인사 77인의 이후 행적을 살펴보았다. 상당수가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인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들은 축적한 부와 명예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사회지도층 행세를 하는 중이다. 더불어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

5공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이상훈씨는 색깔론을 내세워 종북몰이에 나섰다. 5공 정권에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박희도씨는 현재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상임회장으로 활동하며 태극기부대를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시민들이 무장 폭도라고 주장하며 학살을 정당화하길 시도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살자들의 역사 왜곡이 "잘못된 과거사 청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으니까 화해가 이루어지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까 과거사 청산이 미흡한 수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공 잔재들은 사회적인 자본들, 경제적인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걸 바탕으로 틈만 있으면 대중들을 향해 발언하거나 자기들끼리 모여서 만찬을 하면서 위세를 과시한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신군부 세력들은 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부를 축적했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이는 정호용씨다. 현재 정호용씨와 그의 일가는 전국에 걸쳐 총 62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강남의 건물부터 고가의 단독 주택, 아파트와 오피스텔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시세를 합한 총액은 1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부를 어떤 방식으로 모았을까? 그 중심엔 특혜가 있다.

방송에 따르면, 1985년 정호용씨는 육군참모총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인과 딸(당시 11살) 이름으로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소재 임야 9만 평을 매입했다. 당시 양주 임야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어 있었다. 1987년 7월 정호용씨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국방부 장관에겐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1988년 2월 정호용씨는 국방부 장관을 그만두었다. 그해 11월 정호용씨가 소유한 양주 임야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 당연히 땅값은 폭등했다. 1993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정호용씨가 신고한 양주 땅값을 보면 약 11억으로 8년 만에 18배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온다. 김영수 전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은 이것이 신군부 세력의 투기 수법이라고 꼬집는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땅을 산다. 그리고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해제를 시킨다. 이게 전형적인 당시 군사독재 핵심 세력들이 했던 수법이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정호용씨가 샀던 과천의 땅도 특혜 의혹이 짙다. 5공 정권이 시작될 무렵인 80년대 초반, 당시 내로라하는 5공 실세들이 과천시 주암동에 터를 이루며 이곳은 일명 '장군마을'로 불리게 된다. 정호용씨도 이곳에 1982년에 입주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에 걸쳐 과천 일대의 땅 3000평을 사들였다.

정호용씨는 과천 부동산 투자로 큰 이익을 얻었다. 1983년 서울시가 진행하는 개포지구 개발사업에 장군마을이 포함되면서 자신의 집이 혜택을 보았다. 서울이 아닌 장군마을이 개포지구에 포함된 것을 두고 주위에선 권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호용씨가 사들인 과천 일대의 땅 일부도 과천정부종합청사 개발이 본격화되며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40~50배 가까이 올랐다. 사전 정보를 통한 투자란 의심이 든다.

5공의 설계자로 불리는 허화평씨의 재산도 석연찮다. 현재 허화평씨는 '미래한국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미래한국재단은 전두환 정권 때 기업으로부터 100억 원가량 뜯어내어 설립한 '현대사회연구소'에 뿌리를 둔다. 1988년 연구소 직원들이 5공 청산과 연구소 정상화를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노태우 정권은 허화평씨를 소장으로 임명한다. 허화평씨는 소장이 되자마자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을 모두 해고해버린다. 그런 다음에 미래한국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총자산 380억을 소유한 미래한국재단의 회계는 의문투성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공익사업엔 미래한국재단의 5년 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후 "재단의 돈이 누군가에게 지속해서 흘러가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전두환 정권이 기업의 돈을 갈취해서 만든 일해재단이 국가에 귀속되었던 것처럼 허화평씨의 노후 보장 수단에 불과한 미래한국재단도 국고에 환수되어 마땅하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7년 전, 전두환 일가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징금 완납을 약속하였다. 당시 전두환씨의 3남 1녀는 자신들이 소유한 재산 목록까지 만들어 검찰에 제출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환수한 추징금은 500억 원으로 아직 추징금 1005억 원이 남았다. 전두환 씨 일가는 정말 돈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전두환 일가는 고가의 부동산들과 알짜배기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다.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저택, 경기도 파주 소재의 건물 2채를 가지고 있다. 사업체는 시공사, 리브로, 북플러스, 음악세계 같은 출판 관련 회사를 운영한다. 스타일끼사와 파프리카미디어 등 문화콘텐츠사업도 벌였다. 부동산 개발에도 손을 대 경기도 일산 주엽에 위치한 '스타몰' 사업으로 최소 100억 원의 수익을 낸 적도 있다.

전두환 일가의 사업이 자녀를 거쳐 손주들에게도 세습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 운영사 ㈜실버밸리의 지분은 전재국씨의 아들과 딸이 각각 40%씩 가지고 있다. 전두환씨의 손녀는 리브로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재국씨는 현재 성강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씨의 장인인 이규동씨가 1985년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그런데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다. 전재국씨는 본인의 부동산을 담보로 2016년부터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성강문화재단에서 40억 원을 빌린 적이 있다.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공익법인을 개인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한  상황이 아닌가. 노종화 변호사는 성강문화재단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공익사업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대여금이기 때문에 과세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제인지 밝혀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막대한 자금을 대여함으로써 재단에 손해를 미쳤다면 형사상 배임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재국씨는 <시사직격> 제작진에게 보낸 서면 답변에서 성강문화재단 대출과 관련한 문제는 "적법한 절차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미납 추징금 문제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하여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재국씨의 답변을 들어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여러 부동산과 다양한 사업으로 큰 이익을 보면서 정작 추징금은 납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국민들의 눈, 그리고 법의 심판이 우스운 건가?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2020년, 전두환씨의 연희동 집에 대한 공매 절차는 멈춰 있다. 헌법재판소는 5년째 판단을 보류하고 있을 따름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모르는 채 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반법인 '전두환 추징법'을 특별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두환과 그의 일당들로 한정된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위헌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사직격>은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에 이렇게 제안한다.

"전두환 추징금 특별법을 제정해 남은 추징금 1005억 원을 집행하고 일당들의 부정축재재산을 환수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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