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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로컬"-스콜세이지 언급, 봉준호의 계획이었을까

[현장] <기생충> 주역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소감들, 그리고 뒷이야기

20.02.19 16:19최종업데이트20.02.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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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유쾌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배우 송강호,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가 배우들과 제작진의 소감을 들으며 웃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 이정민


"아카데미는 하나의 지역 시상식 아닌가."
"'가장 개인적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이 말은 바로 제가 어릴 때 마음에 품고 있었던 건데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의 책에 있었습니다."


길다면 길었을 지난 6개월의 오스카 캠페인(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각 영화의 홍보 기간)에서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발언이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의 기염을 토한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미처 못다 한 말들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약 250개 국내 매체와 40여 개의 외신이 몰릴 정도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1년여 전 같은 자리에서 제작발표회를 마친 후 바로 칸영화제로 날아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억이 있기에 감독 이하 배우, 스태프들은 그 감회를 숨기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봉준호 감독의 체계적인 인터뷰와 수상 소감이었다.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묻는 한 기자 질문에 "지역 시상식 아닌가"라고 답한 후 정말 수상이 현실화하자 '아카데미를 자극하는 일종의 작은 도발 아니었나'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봉 감독은 단호하게 "그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자체에) 처음 온 건데 무슨 도발까지 제가 하겠나.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는 국제영화제고, 미국 아카데미는 로컬 행사가 아닌지 비교하는 식이었는데 미국 젊은 분들이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던 것 같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을 때 언급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시상식 이후 편지를 보낸 사연을 전했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딸은 행사 이후 자신의 SNS에서 "아빠가 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오늘 아침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이 편지를 보냈다. 몇 시간 전에 읽었는데 제게 개인적으로 보낸 거라 전부를 공개하는 건 실례고, 마지막 문장이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였다." 
 
스태프들의 말말말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흐뭇한 한진원 작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한진원 작가가 미소를 짓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 이정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과 함께 종종 영화 스태프들은 조용한 조력자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한진원 작가가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앞서 열린 아케데미 회원들이 속해 있는 개별 조합상에서 이하준 미술감독이 현대극 부문 미술상(ADG), 양진모 감독이 편집상(ACE)을 받으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특히 한 작가는 각본상 소감으로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고 말하며 한국영화산업의 고향을 상기시켰다. 

한진원 작가는 "제가 대학 졸업 이후 유일한 사회생활을 충무로에서 했고, 아직까지 하고 있기에 언급 안 할 수 없었다"며 "그때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 시나리오는 사람의 머리가 아닌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취재 때 도움 주신 가사도우미분들, 수행비서분들 아동학과 교수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미술상 받을 때 너무 떨었다"던 이하준 미술감독은 "ADG 때 너무 떨어 말을 다 못해서 본상 때는 수상 소감을 준비했었다"며 "봉준호 감독, 송강호 선배,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께 영광 돌리고 싶다는 말로 시작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영광을 바치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하려 했다"고 못다 한 말을 전했다.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이하준 미술감독 이하준 미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정민


양진모 편집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박경림과 과거에 영화 작업을 같이했던 특별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이하준 감독에게도 말했는데 미리 소감을 준비하면 부정 타니 준비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수상 소감을 따로 준비 안 했고, 결과적으로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작품 내외적으로 이번 수상의 공로자였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며 이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묻는 말도 이날 간담회에서 나왔다. 송강호와 함께 오스카 캠페인에 오랫동안 참여한 이정은은 "<기생충> 촬영이 끝날 무렵에 배우로서 할리우드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얘길 드렸는데 막상 돌고 나니 굳이 해외를 다니는 것 보단 영화를 잘 찍으면 자연스럽게 뭐든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박소담은 "아직 살날이 많기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보였고, 송강호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 13개월째 아무 일이 없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선균은 "매번 연초 때 영어 공부를 다짐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동기부여가 됐다"며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하실 의문의 남성으로 등장한 박명훈은 "아카데미에서 아무도 절 못 알아봤다. 스태프 중 한 명인 걸로 알더라"며 "조용히 촬영하고 조용히 진행할 것. 자세히 보시면 제가 할리우드에서 조용히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작품상에 곽신애-봉준호, 감독상에 봉준호, 각본상에 봉준호-한진원, 국제외국어영화상에 봉준호까지 <기생충> 팀은 총 6개의 트로피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각 트로피에 이름이 써 있다. 이름이 적힌 사람이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진원 작가가 1개, 봉준호 감독님이 4개를 받았는데 작품상 트로피를 넘겨주셔서 제작사 사무실에서 2개를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로 남은 <기생충>... 이들의 다음 행보는?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송강호-봉준호, 찰떡궁합! 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봉준호 감독. ⓒ 이정민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 최초 작품상 수상, 비영어권 영화 중 최다 부문 수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세 번째 사례(1946년 <잃어버린 주말>, 1956년 <마티>) 등. <기생충>은 한국영화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영화사에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이를 인지한 듯 봉준호 감독은 "작년 칸영화제부터 올해 오스카까지 많은 경사가 있었다.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사실 영화 자체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라며 그는 "배우들의 연기, 스태프들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 거기에 담긴 제 고민 등이 (<기생충>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오는 26일 <기생충> 흑백판이 개봉하는 데 이어 북미 채널 HBO는 <기생충> 드라마 제작을 본격화한다. 봉준호 감독은 프로듀서 자격으로 참여한다. <빅쇼트> <바이스> 등을 작업한 아담 맥케이가 각본을 맡았고, 연출자는 아직 물색 중인 사실을 전하며 봉 감독은 "빈부 격차, 도시 이야기 등 오리지널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그 주제를 드라마에서 더 깊게 파고들어 갈 것"이라며 "시즌제가 아닌 <체르노빌>처럼 리미티드 시리즈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5년 전부터 진행했던 미국 드라마 <설국열차>는 올여름 중 방영될 예정이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기생충>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작품, 또 다른 작업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차기작 준비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이미 <옥자>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는데 <기생충>을 찍고 싶어 없는 기세까지 긁어모았다"며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 말대로 조금만 쉬었다가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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