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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에게 유부남과의 불륜 상담, 그녀의 진짜 의도는?

[BIFF 리뷰] 영화 <하트> 내 마음에 방점을 찍다

19.10.13 17:45최종업데이트19.10.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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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트>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정가영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또 일을 냈다.

'여자 홍상수'란 별명으로 성(性)과 연애, 욕망을 거침없이 내뱉은 신작 <하트>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연애담이 주제인데, 관객들은 감독만의 견고한 궤변에 어느새 동의하게 되는 마법에 빠진다.

숨김없이 솔직한 방식은 여전

정가영 감독은 대다수 자본주의 인간은 거짓말을 하고 살지만, 자신은 솔직하고 싶다며 뭐든 숨기지 않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 욕망과 욕정은 엄연히 날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전히 정가영은 영화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 또한 이전과 같이 재기발랄하지만, 방식에는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이번에도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감독이 주인공이다. 비슷한 패턴에 약간의 양념을 가미했다. 과연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지, 자기의 연애 경험인지, 알 수 없는 액자식 구성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대변한 마음의 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들기도 한다. 유부남과의 불륜에 죄책감을 느끼는 가영이 또 다른 유부남과의 잠자리로 해갈하는 방식은 썸남의 영역을 확장한다.

가영(정가영)은 유부남인 성범(이석형)과 만나던 사이다. 최근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도 유부남이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유부남에게 유부남과 있었던 일을 상담하는 우스운 꼴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가영은 그와 더 사이가 깊어질까봐 걱정된다며 성범을 찾아온 것이다. 성범은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 가영의 횡포가 기분 나쁘지만 싫지만은 않다.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본모습
 

영화 <하트>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그 후 다른 영화가 시작되듯 배우 '재섭'과의 만남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 장면부터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가영의 진짜 모습이 등장한다. 조금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정가영 감독의 영화를 본 적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담일지 모른다는 은근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연애, 구애, 거절, 지질함, 미련 등 연애에 관한 모든 것이 영화에 녹아있다. 이게 바로 여자 홍상수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이후 등장하는 재섭(최태환)의 솔직한 이야기는 그 상상에 대한 답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뒷덜미가 뜨거워지는 돌직구다.

재섭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게 어떻겠냐는 가영의 요구에 망설이다 대답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다. 가영은 당황한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의미도 모르겠고, 이 영화를 본 유부남의 기분은 생각해 봤냐는 거다. 사적인 부분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였을 때, 폭력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냐는 일침이다. 가영은 생전 처음 받아보는 비판에 어쩔 줄 모른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와 재섭을 설득하기에 나선다. 과연 가영은 재섭을 캐스팅할 수 있을까?

정가영 감독의 변주된 소통방식
 

영화 <하트>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하트>는 그동안 농밀하고 지극히 사적인 대사로 탁구 치듯 휘몰아치는 정가영 감독의 스타일을 재확인하는 작품이다. 이는 유부남 성범과의 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게임과 모험을 좋아하는 동물이고 게임과 모험을 영위하는 인생과 아닌 인생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가영은 영화를 통해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꾸준히 인간의 정복 욕구, 호기심을 주축으로 '사랑'을 논하고 있다. 과연 유부남인 성범을 유혹하려는 게임인지, 사랑에 빠졌다는 또 다른 유부남을 향한 연정인지 헷갈린다. 

더불어 관객과의 게임을 제안하고 있다. <하트>를 통해 계속 비슷한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어도 될지, 장르의 변주를 추구해도 될지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상이 썸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영화 속 감독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했다 말한다. 영화 자체가 GV가 되는 상황이다. 이게 정 감독이 세상과 소통하고, 영화를 만들어 성장하는 방식이다. 정 감독이 늘어놓은 여러 담론들은 솔직하지 못한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속마음을 참지 않고 그대로 발설하고, 누구도 꺼내지 못한 주제를 공론화하는 일은 정 감독 특유의 재능이다. 그가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오해와 소통의 부재를 느꼈다면 대화를 통해 한걸음 다가가는 건 어떨까? 영화는 심장 뛰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스마트폰을 들고 온라인상에서 좋아요만 누르는 것보다 많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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