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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부터 아동 성폭력범까지... '조커'가 선택한 노래

개봉 9일 만에 300만 관객 돌파한 영화 <조커> 속 삽입된 곡

19.10.11 18:12최종업데이트19.10.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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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스틸 컷.ⓒ 워너 브라더스 픽쳐스 코리아

 
기괴한 미소에 사로잡힌 극장가다. 2일 개봉 이후 9일 만에 3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영화 <조커>의 흥행가도가 심상치 않다. 2008년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연기해 그 악명을 널리 떨친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이 영화는 불우한 삶을 살던 광대 아서 플렉이 내면의 광기를 해방시켜 최악의 악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최고의 영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비평적으로도 우수한 점수를 받은 데다, 조커 아서 플렉 역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감탄의 연기를 선보이며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영화에 대한 모방 범죄 우려를 두고 사회적 논쟁까지 벌어질 정도니 올해 하반기 최고의 문제작임이 분명하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과 강렬한 화면, 고전에 대한 오마주만큼이나 <조커>의 소리 역시 관객을 몰입케 만드는 요소다. 드라마 <체르노빌>과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컨택트>에 참여한 아이슬란드의 첼리스트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가 사운드트랙을 맡아 어둡고도 불길한 악의 탄생을 그렸다. 동시에 영화 곳곳에 삽입된 노래 역시 불우한 조커, 아서 플렉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여기, <조커>가 선택한 노래가 있다. 

크리스토퍼 크로스 '아서의 테마곡'
 

영화 <아서> OST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아서의 테마' 앨범 커버. <조커>의 배경이 되는 1981년 고담 시는 초창기 '배트맨' 시리즈에선 뉴욕으로 소개됐다. 1981년 빌보드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아서의 테마' 곡은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과 묘하게 겹쳐 들린다.ⓒ 워너뮤직

 
<조커>는 1981년 가상의 대도시, 고담 시를 배경으로 한다. 많은 배트맨 시리즈가 있지만 시간 배경을 과거로 한 것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독특한 선택이다. 왜 그는 수많은 시기 중 1981년을 선택했을까. 일각에서는 이를 이 영화가 상당 부분 모체로 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76년작 <택시 드라이버>에 대한 헌사로 해석한다. 실제로 <조커>에는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이었던 로버트 드 니로와 그의 상징적인 동작 (머리에 손가락으로 총을 겨누는), 어두운 뉴욕의 밤거리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하지만 음악 애호가들에겐 1981년 10월 빌보드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노래의 제목이 먼저 떠오른다. 텍사스 출신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부른 1981년 코미디 영화 <아서>의 주제가 '아서의 테마'가 바로 그 곡이다. 크리스토퍼 크로스는 1979년 12월 발매한 동명의 정규 앨범으로 198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주요 4개 부문 (신인, 앨범, 레코드, 노래)를 싹쓸이한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고, 그 인기는 '아서의 테마'으로 이어져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까지 품에 안았다. 

<조커>에 이 곡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구한 곡의 주인공 '아서'와 영화 속 광대 아서 플렉은 어딘가 많이 닮아 보인다. 

"아서는 남을 즐겁게 하며 살아요
평생을 주인의 장난감으로 살았죠
깊은 마음속에 있는 그는 그저
순수한 어린 소년일 뿐인데."

- 'Arthur's Theme' 중에서.

지미 듀란티 '스마일'
 

영화 <조커> 스틸 컷.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뇌질환을 앓고 있어 시시때때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화 속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에게서 찰리 채플린의 모습이 겹친다. 광대 아서 플렉은 찰리 채플린의 상징 '리틀 트램프'의 모자와 동작을 고스란히 따온 캐릭터다. 그러나 아서는 웃음을 제어할 수 없는 뇌질환을 앓고 있으며, 채플린과 마찬가지로 망상증에 사로잡힌 어머니를 모신다.

비참한 아서 플렉 앞에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인 1931년 <모던 타임즈>가 상영되고, 아서 플렉은 "내 인생은 비극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끔찍한 코미디"라는 대사를 읊으며 고전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다.

<조커> 예고편에 삽입된 '스마일'은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위해 작곡한 배경 음악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 곡은 냇 킹 콜, 주디 갈랜드, 마이클 잭슨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커버해 고전의 반열에 들었으며, 예고편에는 미국의 코미디언 지미 듀란티의 버전이 삽입됐다. 열악하고 고통으로 가득한 아서 플렉의 삶을 대변하는 곡이다. 

프랭크 시나트라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영화 <조커> 스틸 컷. 불량배들이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등장한 노래는 김연아의 올림픽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우울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앉은 아서 플렉에게 다가오는 불량배들이 그의 광대 분장을 조롱하며 부르는 노래다.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이 <어 리틀 나잇 뮤직>을 위해 작곡한 이 노래는 1975년 주디 콜린스의 버전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에 오름과 동시에 그 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카운트 베이시, 사라 본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커버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곡이다. 

우리에겐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3-2014년 올림픽 시즌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며 유명해진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이제 <조커>의 노래로 기억된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말은 본래 서커스 진행 도중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 분노와 번민을 억누르다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내면의 광기를 마주하게 되는 아서 플렉의 이야기와도 상당 부분이 겹친다.

게리 글리터 '로큰롤 파트2'
 

영화 <조커> 스틸 컷. 계단 신을 장식하는 게리 글리터의 'Rock and Roll Part.2' 삽입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커로 '각성'한 아서는 흥겨운 춤을 추며 집 앞 계단을 내려온다. 이때 등장하는 노래가 바로 '로큰롤 파트2(Rock and Roll Part 2)'다. 야성적인 드럼과 베이스 리프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악의 화신에게 본능적인 몸동작을 선사하며 실로 기괴한 장면을 연출한다. 음침한 화장실에서 본인만의 춤을 추던 아서 플렉은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광기의 춤사위를 숨기지 않는다. 

'로큰롤 파트2'는 이미 모방 범죄 논란을 안고 있는 <조커>에 또 다른 심각한 논란을 가져왔다. 곡의 주인공 게리 글리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위, 티렉스와 함께 1970년대 초 화려한 의상의 글램 록 유행을 가져온 게리 글리터는 현재 아동 성 범죄자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2015년 그는 수십년간 저질러 온 아동 성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영국 법원에서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다.

<조커>가 흥행하며 게리 글리터는 저작권료와 더불어 다양한 추가 수익을 챙긴다. 물론 '로큰롤 파트2'는 <조커> 이전에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에도 사용된 바 있다. 현지 시각 7일 미국 CNN이 이 논란에 대해 보도했으며, 영국 신문사 <더 텔레그래프>는 '왜 할리우드는 게리 글리터에게 계속 돈을 주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크림 '화이트 룸'
 

<조커>에 등장하는 크림(Cream)의 대표곡 '화이트 룸'이 수록된 앨범 <휠즈 오브 파이어> 앨범 커버. 얼마 전 타계한 드러머 진저 베이커가 멤버로 있었던 대중음악 최초의 슈퍼그룹이다.ⓒ 유니버설뮤직

 
고담 시를 점령한 '광대 폭동'의 불타는 현장이 어지러이 생중계된다. 대중음악 최초의 슈퍼그룹 크림의 1968년작 '화이트 룸'이 불온한 리듬을 더하며 도시는 화염에 휩싸인다.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기반으로 에릭 클랩튼의 강렬한 기타 연주와 잭 브루스의 힘 있는 베이스 리듬, 지난 6일 (현지 시각) 세상을 떠난 진저 베이커의 드럼과 팀파니 소리가 혼란을 부추긴다.
 
'화이트 룸'은 크림의 대표곡이지만 그 가사는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의 광풍에 가치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의 상실을 담아 쓸쓸하다. 아서 플렉을 분노케 만들었던 공허한 감정과 사회 부조리, 모든 거짓을 연민하는 듯한 노랫말이 이어진다. <조커>는 아슬아슬하게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다.

프랭크 시나트라 '댓츠 라이프'
 

영화 <조커> 스틸 컷.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That's Life'로, 의미심장한 가사가 영화의 여운을 짙게 만든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커>의 엔딩 신을 장식하는 곡. 조커 아서 플렉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그게 삶이지.
어떤 사람들은 꿈을 차 버리지만 
나는 그러지 않아, 우울하지도 않고
세상은 돌고 도니까."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1966년 부른 '댓츠 라이프'는 원래 1964년 마리온 몽고메리라는 여성 재즈 가수가 부른 곡이지만 곡에 영생을 부여한 것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매혹적인 목소리였다. 아레사 프랭클린, 제임스 브라운, 밴 모리슨, 마이클 볼튼, 마이클 부블레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한 이 곡의 마무리가 의미심장하다.

"몇 번이나 관둘 뻔했지만
내 마음은 포기를 모르더라고
하지만 이번 7월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죽어버려야겠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405)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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