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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도 도밍고, 수십 년간 권력 이용해 여성 괴롭혀"

오페라 가수-무용수들 폭로 나서... 도밍고 "합의된 관계", 성추행 부인

19.08.14 10:11최종업데이트19.08.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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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AP통신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난 수십 년간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왔다. 

AP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총 9명이 도밍고로부터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도밍고의 의혹이 음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출신의 도밍고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까지 4000회가 넘는 공연 무대에 섰고, 78세의 고령인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은 도밍고가 노래 레슨과 배역 등을 제안하며 자신의 집이나 극장으로 불러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나는 그의 먹잇감처럼 느껴졌다"라며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은 나의 남은 오페라 경력과 남자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어떻게 신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며 음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도밍고의 강요를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도밍고의 연락이나 신체 접촉을 거부한 여성은 그 후로 배역을 제안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피해 여성들이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으며, 당시 상황을 교차 확인해줄 주변인들의 증언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피해 여성의 한 친구는 "당시 그(피해 여성)의 몸무게가 급격하게 줄고 신경이 쇠약해졌다"라며 "누군가가 심리적으로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폭로에 나선 9명의 여성은 대부분 보복이나 공개적인 수치심이 두려워 익명을 요청했으나, 도밍고가 예술 감독을 맡았던 미국 워싱턴 오페라에서 활동하다가 은퇴한 메조소프라노 패트리샤 울프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울프는 "도밍고는 공연이 끝난 후 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집에 가자고 요청했다"라며 "탈의실에서 나갈 때마다 그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여성 오페라 가수들 사이에서는 절대로 도밍고와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고, 만약 함께 식사할 것을 제안받는다면 되도록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저녁이 아닌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도밍고와 단둘이 엘리베이터 타지 마라"
 

플라시도 도밍고가 2015년 발표한 베스트 앨범 표지 갈무리.ⓒ 소니뮤직

 
도밍고는 성명을 통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익명의 개인들로부터 제기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아무리 오래된 일이고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화나게 하고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은 괴롭다"라며 "나의 교류와 관계들은 항상 환영받았고 합의된 것이었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를 잘 알거나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내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준과 규범이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50년 넘게 오페라 무대에 서는 특권을 누려온 만큼 나 자신을 최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피해 여성은 "도밍고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힘없는 여성들을 괴롭혔다"라며 "그의 잘못은 (피해자들이) 오페라계를 떠나거나 침묵하면서 지워졌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오페라의 '전설'로 불리는 도밍고의 평판을 훼손하는 것에 심적인 갈등을 느낀다"라면서도 "그가 어떤 처벌을 받기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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