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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단편 <반신반의>로 부산영화제 찾아... "여전히 재미 느낀다"

18.10.12 09:15최종업데이트18.10.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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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단편영화 <반신반의>에 출연한 배우 이민지.ⓒ 유성호

 

저예산 독립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이민지가 단편 <반신반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꿈의 제인>으로 2016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엔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만큼 부산은 그에게 인연이 깊다. 게다가 단편으로는 <세이프> 이후 5년 만에 부산을 찾는 셈이기에 남다른 의미 또한 있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배우 이민지를 해운대 센텀시티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찬경 감독이 연출한 <반신반의>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남한과 북한에서 간첩이 돼 버린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중 이민지는 탈북 여성으로 지령을 받고 유튜버가 됐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리설희 역을 맡았다.

새로운 경험
  

영화 <반신반의>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이제 익숙할 법도 한 부산영화제지만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라고 그가 말했다. 이민지는 "대학생 때 한창 단편 작업을 할 때도 그랬고, 부산영화제는 꿈같은 곳이었다"며 "작년엔 작품이 아닌 멘티로서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으로 오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오고 싶다"고 소감부터 전했다.

<반신반의>는 형식부터 일반 극영화와 많이 다르다. 초반엔 두 남녀가 간첩으로 포섭되는 과정을 그리다가 이후부턴 취조실처럼 보이는 두 공간을 마련한 뒤 카메라를 넘나들며 두 남녀의 심리 변화를 그린다. 이 때문에 1인극 두 편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애초에 <반신반의>는 영화 상영보다는 전시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 이민지 역시 그런 점이 흥미로웠다며 설명을 보탰다.

"영화와 다른 예술 작품 느낌이었다. 틀 자체가 전시회에서 상영되는 게 목적이어서 완전 새로운 작품이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작품을 준비할 기간이 상당히 짧았는데 북한말도 배워야 했다(웃음).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다. 일주일 간 북한말을 배운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세트장에서 카메라가 왔다 갔다 하는데 영화라기보단 영상 작품의 느낌이 강했다. 내용 자체가 새로웠고, 단편 작업도 오랜만이라 참여하게 됐다. 또 박찬경 감독님의 전작 <파란만장>을 되게 재밌게 본 기억도 있었다. 보통은 배우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인 단편이라면 <반신반의>는 카메라 움직임에 절 맞춰야 했다."


그만큼 배우 입장에선 캐릭터 구축보다는 전체 그림을 보고 작업해야 했기에 낯설 수밖에 없었다. 이민지는 "캐릭터의 감정도 중요했지만 미장센이 중점이었다"며 "그것도 그렇지만 시급했던 건 북한말이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또한, 컬러렌즈를 끼고, BJ가 되어 개인방송을 하는 캐릭터도 그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러모로 이민지의 순발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부분을 개척해가는 작품이었다. 보통 단편 영화들이 사회적 이야기를 많이 해서 배우의 감정 표현이 들어가는데 이 작품은 딱 짜인 틀에 배우가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 기술적인 부분에 맞추는 경우도 있구나 생각하며 작업했다. 또 이렇게 가발을 쓰고 컬러렌즈 끼는 걸 평소에도 잘 안 하는데 실제로 유튜버 방송하시는 북한 분 중 그렇게 하는 분도 계시더라. 그분들 영상을 많이 봤다. 이것도 큰 도전이었다. 전작에선 제가 에너지 없게 보여야 하는 캐릭터가 많았는데 여기선 발랄하게 보여야 하니까(웃음).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완성되고 나서도 느낌이 다르게 다가와서 이 작품에 대해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생각을 해봤다. 말 그대로 '반신반의' 하는 느낌이 강했다(웃음). 쉽게 말하면 제가 연기한 입장에선 인물들이 목적도 잃은 채 '난 누구? 여긴 어디?' 하는 게 크게 다가왔다. 리설희에게 남은 건 결국 돈이었는데 10년 간 남한에 머물다 다시 북한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이 친구가 진짜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압박감에서 벗어나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단편영화 <반신반의>에 출연한 배우 이민지.ⓒ 유성호

 
2009년 혜성처럼 나타난 이후 이민지는 꾸준했다. 대외적인 수상경력만 따져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단편 <부서진 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상(단편 <초대>), 그리고 칸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세이프>) 등 국제 무대를 석권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선 앞서 언급한 영화 <꿈의 제인> <응답하라1988> 등으로 대중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의 배우 경력을 굳이 구분해보자면 <세이프>(2013)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우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결심했던 순간이었다. 그때 나이가 스물여섯. 남들이 보기엔 다소 늦어 보일 수 있는 나이였는데 결심했다. 

"일단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울타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아 난 대학생이야'하는 생각이었는데 <세이프>를 기점으로 학교도 졸업하게 되고, 울타리가 사라져버렸다. 진로를 정해야 했다. 대학에 갈 때도 연기가 재밌어서 연극영화학과를 택했던 건데 같이 했던 친구들이 재미로 하는 친구들이 아니니까 흥미 삼아 갔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 

우연히 단편 영화를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이제 길을 정해야겠다 싶었다. <세이프>로 영화제도 갔고, 상도 받았으니 왠지 이쪽 길에 운이 있는 것 같으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불안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연기를 평생 할 생각을 그때 했다. <세이프> 이후 단편 작업도 <반신반의>가 처음이다. 우연히 드라마도 하고 여러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단편 영화 찍는 분들이 '이민지는 이제 단편 안 하나?' 생각하실까 걱정도 들었다. 저, 열려 있습니다! (웃음)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확신이 들어서가 아닌 도전하는 마음으로 택한 연기자의 길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독립영화계 전도연'이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다. 인터뷰 중 이 수식어를 언급하자 이민지는 매우 민망해 했다. "그 수식어를 들을 분들이 축구팀을 꾸릴 정도로 많다"며 크게 웃어 보였다. 

"너무 감사한 말인데 개인적으론 어차피 지나갈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하면서 주변의 평을 신경 안 쓰는 걸 배우게 됐다. 최대한 제가 재미를 느끼는 작품을 하면 되고, 상 받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니 장편이든 단편이든 열려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칭찬의 말이니 너무 감사하다. 동시에 그만큼 실망을 안 드리려고 스스로 압박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버린 편이다. 좋은 작품을 보면서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제가 연기하는 목표?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일을 할 거라고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사람인데 우연한 기회에 중학생 때 본 연극에 박수쳤고, 그래서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갔다. 제가 포기가 빠른 편인데 연기는 계속 하고 있더라. 대학도 연영과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니가? 할 테면 해봐' 이런 심정으로 말씀하셨다.

연영과도 재미로 간 것이었다. 그게 <세이프>까지 이어졌다. 첫 단편 이후 만난 감독님들이 다 영화제 때 알게 된 분들이다. 운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재밌어 한 일이라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도 해야만 하는 때가 온다고 하잖나. 다행히 그런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희한하게 비슷한 작품을 맡은 적도 없었다. 어두운 영화를 하면 밝고 만화 같은 캐릭터를 하게 됐다. 그래서 아직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재미나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 


스스로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겸손의 모습을 보였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민지가 해 온 작품에 진심으로 울고 웃은 관객들이 이미 많다는 것. 시간이 더 지나며 깊어질 그의 연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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