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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은 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없었나

[하성태의 사이드뷰]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목한 사건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

18.07.12 18:13최종업데이트18.07.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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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송된 KBS 뉴스 '조선일보 사장 아들, 장자연과 수차례 통화 의혹' 보도.ⓒ KBS


고 장자연 사건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조선일보 방 사장'의 존재가 다시금 사건 중심에서 무게감을 자랑하는 중이다. KBS는 최근 <조선일보 사장 아들, 장자연과 수차례 통화 의혹>이란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로 지목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는 "장자연씨와 전화한 적이 없다"며 KBS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론을 지폈다. 그 시발점이 바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상 재조사 사건들이다. 검찰의 자정을 위해 과거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은폐와 검경의 축소 수사 의혹이 선명한 사건들을 재수사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인지라 재조사의 위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에 대한 관심이 가리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시금 진상에 다가갈 수 있는 보도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만큼 부실한 수사와 철저한 은폐, 권력에 의한 외압이 실제로 가능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2차에 걸쳐 본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들의 대부분이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직간접적 소재로 활용됐다는 사실은 시사한 바가 크다.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담당했을 때 이미 다뤘던 사건들도 물론 존재한다. 이들 영화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 기능을 대신하거나 억눌린 국민 정서를 대변하면서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촉수를 들이대는 대중문화 창작자들 역시 장자연 사건을 향해서는 직설화법을 들이대지 못했다.

다큐멘터리나 극영화 만들기의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이들 영화들이 어떤 측면에서든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를 거치지 못한 사건들의 진상을 알리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본 조사 대상에 올린 사건들 중 영화화된 작품들을 추려 소개한다. 관객들과 소통한 영화 한 편 만들어지지 못한 장자연 사건의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며, 여타 다른 사건들의 균형 잡힌 재조사를 바라마지 않으며.

<두 개의 문> <공동정범> <소수의견>... 용산참사 

영화 <두 개의 문> 스틸 컷.ⓒ 시네마 달


영화 <공동정범>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주)시네마달


사건 자체를 파헤치는 묵직한 정공법과 그 후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 <두 개의 문>(2012)과 그 '스핀오프' <공동정범>(2017)은 다큐 연작이다. 법정 진술과 사건 기록 등을 날카롭게 묘파한 <두개의 문>이 당시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용산참사'의 진상을 환기시키는 차원이었다면, <공동정범>은 은폐된 국가폭력이 피해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뼛속 깊이 새겼는가를 조명한다.

법정 스릴러의 장르적 표피를 가져온 <소수의견>(2015)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벌어진 '죽음'을 모티브로 한 사회파 드라마다. 참사 현장에서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아버지가 현장에 있던 의경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날'의 참극을, 변호사의 시선으로 조망한다.

국민참여재판 전후의 이야기들은 '부조리는 가깝고 법과 정의는 멀다'에 가깝다. <소수의견>은 왜 용산참사의 진상이 밝혀질 수 없었는지, 수사는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웅변한다. 본 조사를 맡은 검사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기도 하다. 

<남영동 1985>...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영화 <남영동 1985> 스틸 컷.ⓒ 씨너스엔터테인먼트(주)/(주)엣나인필름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남영동 1985>(2012)는 관람이 쉽지 않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치 떨리도록 야만적인 비인간적 폭력을 대리체험하게 한다. 그것이 그 시대의 '고문정치'였다. 정지영 감독은 뚝심 있게, 아니 고통스럽게 그러한 고문의 시대를 관객들이 직시해야 한다고 웅변한다.

섣불리 '용서'를 말하지 않는 <남영동 1985>는 김근태 고문의 고통과 이를 이겨낸 숭고함을 그리는 동시에 고문기술자로 대변되는 '폭압자'들의 심리 역시 냉정하게 포착해낸 '심리 드라마'다. 예산이나 소재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큰 그림으로 구조에 다가서기보다 인물의 고통과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남영동 1985>는 그렇게 인물의 고통과 온전히 마주하게 함으로서 '진실'을 기억하자고 말한다.

< 1987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영화 < 1987 >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사실 지난 연말 개봉한 < 1987 >(2017)의 흥행은 놀라운 것이었다. 30여 년 전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재구성한 첫 번째 극영화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러한 영화에 참여한 이들의 '마음'과 그 시대를 처음 알았노라 고백한 여러 젊은 관객들의 발걸음도 외의이긴 마찬가지였다.

인물보다 사건을 따라가는 구성 등 어쩌면 낯설 수 있는 영화적 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촛불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체득한 700만 관객들과 반갑게 만난 < 1987 >은 오로지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한 대중영화였다. 그러나 '6월 항쟁'의 발화점을 영화로 다시 쓴 이 작품에도 고 박종철의 죽음과 관련된 '왜'와 '어떻게'는 빠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검찰 재조사가 필요한 것이리라. 

<공범자들>... 정연주 전 KBS 사장 기소 사건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한 장면ⓒ 뉴스타파


"잘 들 산다, 잘 들 살어."

김종국 전 MBC 사장이 참석한 리셉션 자리에서 쫓겨난 최승호 PD이자 감독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영화 <공범자들>(2017)의 시작이다. 촛불혁명으로 국민들이 언론환경을 바꿔주기 전까지, 공영성은커녕 철저하게 망가져만 갔던 KBS와 MBC 두 한국의 공영방송의 궤적을 되짚는 다큐멘터리의 <공범자들>은 그 시작점이 바로 KBS 정연주 사장 해임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정연주 전 사장이 직접 출연해 '증언'하기도 한 <공범자들>은 일종의 공영방송 잔혹사다. 당사자들의 증언과 잔혹사를 입증하는 장면들, 그리고 정권의 언론장악 '공범자들'의 현재로 구성된 이 다큐는 그 언론장악의 최종 '보스'이자 시발점이 MB임을 적시한다. <공범자들>은 결국 3심까지 '무죄' 판결을 끌어낸 정연주 사장 사건이 어디로부터 출발됐는지, '큰 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한 훌륭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무리한 기소는 없었는지, 정권의 외압은 존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은 기본이다.

그리고... 네 건의 사건, 네 편의 영화들

영화 <1991, 봄(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 컷.ⓒ 인디플러그


재심청구권의 사회적 환기나 실질적 효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약촌 오거리'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 <재심>(2016)은 픽션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피해자와 변호인의 이야기를 따라잡다보면,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동시에 그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노력이 왜 필요한지를, 형사사건 재심에 왜 좀 더 관심에 기울여야 하는지를 작게나마 공감하게 된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소개된 <국가의 대한 예의>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의 오늘과 1991년 당시를 회상하는 이들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꾸준히 기타 연주 활동을 이어가는 '오늘'의 강기훈은 위암 판정을 받고도 '투쟁'을 그치지 않고 있다. 그 강기훈의 옆에 있던 이들은 또 다른 '열사'들을 잊지 못한다. 이 다큐는 강기훈씨야말로 '극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군사정권과 사법부가 만든 비극적 희생양임을 보여준다.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혹'과 'MBC PD수첩 사건'을 뚜렷이 소재로 삼은 작품은 아직 없다. 하지만,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을 우회적으로 담은 <모비딕>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소재로 한 첫 번째 한국영화일 것이다. 'PD수첩' 사건의 경우, <공범자들>에서 김보슬 PD 등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PD수첩 >과 정권 '대결사'는 '황우석 사건'을 소재로 한 <제보자>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정리해 보니, 다시금 확인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한국사회가 얼마나 많은 한국영화의 소재들을 제공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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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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