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월드컵 최고 영웅 조현우? 그는 왜 선수들의 놀림감 됐나

조현우-김영권-이용-이승우가 <라디오스타>에서 폭로한 월드컵 뒷이야기

18.07.12 11:43최종업데이트18.07.12 11:43
원고료주기

1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축구 대표팀 김영권, 이용, 이승우, 조현우 선수가 출연했다.ⓒ MBC


한국에서는 어떤 일의 끝을 잘 마무리하는 '유종의 미'를 상당히 높은 가치로 여긴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는 걸 그 동안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의 시작으로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 하물며 국가대항전 같은 커다란 국제대회는 말할 것도 없다.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언제나 '유종의 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1무1패로 탈락이 유력했던 한국은 강호 이탈리아와 펠레 스코어(3-2)를 만드는 접전을 벌였다. 대회 중간에 감독이 교체된 우여곡절을 겪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이임생의 붕대 투혼 등으로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반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최종전에서 스위스에게 0-2로 패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를 따내고도 16강전에 오르지 못한 첫 번째 대회였다. 하지만 그 상대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FIFA랭킹 1위인 독일이었기에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이 거둔 '유종의 미'에 큰 성원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된 순간부터 해단식을 할 때까지 태극마크의 무게를 짊어졌던 선수들은 지난 1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허심탄회한 월드컵의 뒷이야기를 축구팬들에게 들려 줬다.

1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축구 대표팀 김영권, 이용, 이승우, 조현우 선수가 출연했다.ⓒ MBC


월드컵 최고의 영웅 조현우? <라스>에선 최고의 놀림감

사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대회 혹은 시즌이 끝난 후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여자 컬링 '팀킴'이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스켈레톤의 윤성빈도 SBS <런닝맨>과 KBS <해피투게더>를 비롯해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뽐냈다. 쇼트트랙의 김아랑은 올림픽 전에 당한 얼굴 부상의 흉터까지 없애 준다는 연고CF를 찍기도 했다.

11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라스)에는 월드컵 최고의 스타 조현우 골키퍼(대구FC)와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대표팀 맏형 이용(전북현대), 그리고 막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출연했다. <라스>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B급 감성대로라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장현수(도쿄FC)를 부르고 싶었겠지만 그 독하다는 <라스>도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던 선수에 대한 마지막 '예의'는 지켰다.

월드컵의 주역들을 초대했다고 해서 시종일관 칭찬하고 비행기를 태우며 영웅 만들기를 한다면 <라스>가 아니다. <라스>는 늘 그렇듯 출연자들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었는데 주요 타깃은 역시 조현우였다. 김영권은 조현우가 당초 <라스> 출연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놓고 정작 본인은 지상파 3사를 모두 돌며 인터뷰를 했다고 '디스'했고 이승우는 조현우의 하얀 피부를 두고 '운동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1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축구 대표팀 김영권, 이용, 이승우, 조현우 선수가 출연했다.ⓒ MBC


이번 대회 유효슈팅 16개 중 13개를 막아낸 조현우의 엄청난 선방 쇼에도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는 유난히 현우가 멋있게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공이 날아갔다"며 조현우의 활약을 폄하(?)했다. 대표팀의 맏형 이용도 "K리그에서 우리 팀(전북)이랑 하면 기본적으로 2골씩 먹는 친군데..."라며 조현우의 활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표팀 동료들은 방송 내내 조현우의 자화자찬에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최고의 웃음을 준 장면은 역시 독일전에서 '급소를 내던진 수비'를 펼친 이용이었다. 독일전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강타했던 '자신의 두 알과 한국의 두 골을 맞바꾼 진정한 축구영웅'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드립이 여과 없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용은 그 사건(?) 이후 자신의 별명이 '용누나', '용언니'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또, 급소를 맞았을 경우 엉덩이를 때리는 게 도움이 되는데 국제대회라 그랬는지 의료진이 허벅지를 때리며 응급처치를 해줘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축구 대표팀 김영권, 이용, 이승우, 조현우 선수가 출연했다.ⓒ MBC


이승우가 밝힌 막내의 고충과 '스포츠 헤르니아' 극복한 이용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입담을 과시한 선수는 유럽 생활에 익숙한 막내 이승우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언제나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승우는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교체 선수로만 활약했다. 독일전에서는 아예 경기에 투입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 앞에서 열심히 워밍업을 하며 자신을 출전시켜 달라고 어필했고 자기 전에는 골을 넣으면 어떤 세리모니를 할지 상상했다고 한다. 물론 대표팀의 막내이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나는 형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억지로 아재개그를 해야 했던 남모를 고충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 때문에 축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며 축구에서 선후배 문화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용감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1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축구 대표팀 김영권, 이용, 이승우, 조현우 선수가 출연했다.ⓒ MBC


올림픽 대표팀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만 걸었을 거라 생각했던 김영권은 고교 시절 가세가 기울어 주말 막노동을 통해 축구화를 사 신으며 어렵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과거를 고백했다. 경기장에서 유니폼 교환을 거부(?)했던 독일의 수비수 마츠 훔멜스(바이에른 뮌헨)가 라커룸 앞에서 자신을 기다렸다가 유니폼을 교환해 준 훈훈한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리고 이미 중국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뤘다며 유럽에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구단과 K리그를 홍보하고 오라는 미션을 받고 <라스>에 출연한 이용은 자신이 탈장 증세의 일종인 스포츠 헤르니아를 앓았던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은퇴를 고민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독일 출신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완치돼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자신을 수술해 준 의사에게 '독일을 이겨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 손흥민(토트넘)도 출연하지 않았고 러시아 월드컵을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삼겠다던 '캡틴' 기성용(뉴캐슬)도 출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4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출연한 <라스>는 90분 동안 솔직한 이야기와 뜻밖의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겼다. 한국의 월드컵 일정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여운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