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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에게 쏟아진 저주들... 어느 여성연구가의 일침

성추행 혐의 조사 받던 A씨의 투신, 왜 애꿎은 사람을 욕하나

18.07.10 21:20최종업데이트18.07.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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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촬영회에서 여성들을 성추행 한 혐의로 조사받던 A씨가 투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배우 수지가 느닷없이 비난을 받고 있다.

양예원씨 신체 노출 사진 촬영 혐의로 조사받던 40대 포토 스튜디오 실장 A씨는 9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미사대교에서 투신했다. 이는 목격자의 경찰 신고로 알려졌으며 A씨는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도 남겼다. 경찰은 10일 오전부터 구조대원 20여 명과 구조용 보트 2대를 동원해 투신 추정 지점 일대를 수색 중이다.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사실 폭로, 뜨거웠던 여론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사진을 최초로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촬영 동호인 모집책 최모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끝마친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18.7.2ⓒ 최윤석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BJ로 활동하던 양예원씨는 5월 17일 자신의 SNS에 2015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로 알고 촬영을 하러 갔지만 현장에서 노출이 심한 속옷을 입으라는 강요와 함께 성추행 및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노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고통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후 배우지망생 이씨, 미성년자 모델 유씨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불타올랐다. 사진 촬영 및 유포자, 스튜디오 관계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출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피해자는 총 8명으로 확인됐으며 경찰은 스튜디오 운영부터 촬영, 판매 및 유포 등 범죄 과정 전반을 수사 중이었다. 지난 2일엔 양씨의 유출 사진을 최초 촬영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아무개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양예원씨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계약서 등을 공개하고 "성추행과 강요는 없었다"며 양씨를 무고,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금까지 A씨를 5차례 불러 조사했다. 9일 오전에도 A씨는 마포 경찰서 출두를 앞두고 있었다.

왜 수지와 양예원씨가 욕을 먹어야 하나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혐의로 조사 받던 스튜디오 실장 A씨의 투신 소식이 알려진 후 누리꾼들은 수지 SNS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수지 인스타그램


수지가 이 사건에 언급된 것은 SNS를 통해 국민청원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수지를 응원하는 반응도 많았지만 이후 청원에 언급된 스튜디오가 양예원씨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되레 수지가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이 됐다. 수지의 SNS는 비난으로 도배됐고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지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가 한 시간여 만에 삭제되기도 했다. 수지는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라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은 제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9일 A씨가 투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누리꾼들은 다시 수지의 SNS로 향했다. 이들은 수지가 과거 국민청원에 동의한 것을 언급하며 "네 무지한 행동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해라" "꼴도 보기 싫다" 등의 악플을 달고 있는 상황이다. 양예원씨 SNS 역시 A씨의 죽음에 책임지라는 악플로 도배되고 있다.

왜 사건과 관련 없는 수지와 피해자 양예원씨에게 비난이 향하는 것일까.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배우 조민기씨가 죽었을 때도 그렇고 이번 A씨의 죽음 역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전남 강진에서 여고생을 살인한 유력 용의자 김씨의 죽음은 안타까워하거나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다. 김씨는 명백한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만 A씨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는 양예원씨가 '꽃뱀'이니 처벌하라는 국민청원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김홍미리 활동가는 수지-양예원의 SNS 테러를 두고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지씨와 양예원씨를 향한 악플은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이(비공개 촬영회 성추행)를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가 운전기사에게 갑질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운전기사를 비난하지 않았다. '돈을 버느라 폭언·폭행을 참고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공감했다. 그런데 양예원씨가 돈을 받았다는 정황에는 '꽃뱀'이라고 반응한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양예원씨가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성폭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비난은 항상 여성 연예인의 몫?

배우 겸 가수 수지가 지난해 6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한 컬러렌즈 브랜드 팬사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민


앞서 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3월 팬미팅에서 소설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고백했다는 이유로 비난 포화에 휩싸인 바 있다. 레드벨벳의 팬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SNS,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 아이린의 사진을 찢고 태우며 분노를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 개그맨 유재석 등 여러 남자 유명인들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고백했지만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휴대전화 케이스와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가 악플에 시달린 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도 마찬가지였다. 누리꾼들은 '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고 쓰인 휴대폰 케이스가 페미니즘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손나은은 사진을 삭제했으며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 홍보용으로 협찬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여성 문제에 입을 연 여성 연예인을 향한 비난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같은 문제라도 남자였을 때는 반응이 다르다. 비난은 왜 항상 여성 연예인의 몫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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