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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았던 여자 컬링, 볼모지에서 거둔 은빛 해피엔딩

[평창 컬링] '팀 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다

18.02.25 12:45최종업데이트18.02.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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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컬링에서 메달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나. 우리에게는 컬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그런 곳에서 '영미', '안경 선배' 등 숱한 화제를 남기며 만화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낸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단연 평창에서 최고의 선수로 기억 남기에 충분했다.
 
김은정(28·경북체육회) 스킵이 이끄는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3-8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믿기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예선부터 9전 8승 1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캐나다, 스위스, 영국, 중국 등 강국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이변을 일으켰고, 준결승에서는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숙적'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제치고 결승에 진출하며 환호했다. 아무도 이들이 메달권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포기란 없는 이들은 오직 실력으로 새 역사를 썼다.
 
불모지에서 거둔 값진 은메달

▲ 은메달 목에 건 여자 컬링 선수들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이희훈


일반적으로 은메달은 결승에서 패한 직후 메달을 걸기 때문에 금메달이나 동메달에 비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은메달은 결코 아쉽거나 속상할 필요가 없다. 컬링 종목의 인지도, 국내 컬링 환경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번 은메달은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림픽 출전 단 두 번 만에 일궈낸 은메달이라는 것이다. 여자 컬링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최초로 올림픽에 나섰다. 당시 '컬스데이' 열풍을 이끌며 선전을 펼친 덕에 컬링이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갖추기 시작했다.
 
경북 의성과 태릉 선수촌, 진천 선수촌 등 전국에 컬링장은 아직도 손에 꼽을 정도다. 평창이 열리기 전 컬링이라는 종목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전히 '바닥 닦기' 등 청소 등에 비유하며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있었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 컬링센터의 부실공사와 연맹 행정 문제 등으로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 훈련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러한 저변과 환경 속에서 단 두 번 만에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것을 생각해본다면 기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어떠한 표현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는 3월 의정부에 컬링장이 새로이 개설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단발성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좋은 인프라 구축과 인재육성이 절실하다. 한국 컬링은 평창 은메달로 이제 시작이고 출발선에 막 섰을 뿐이다. 팀 킴의 활약은 도약의 발판이 됐다.
 
신드롬 일으킨 '영미'

▲ 첫 올림픽 출전에 은메달 획득한 여자 컬링팀동계올림픽 첫 출전한 한국 여자 컬링팀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결승전에서 3대 8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경애 선수가 투구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선영, 오른쪽은 김영미 선수.ⓒ 이희훈


이제 '영미'는 전 국민이 사랑하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외치는 아이콘이 됐다. 처음 화제를 모았던 것은 출전선수 5명이 모두 김씨 성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스킵이자 주장인 김은정이 스위핑을 할 때마다 영미를 외치며 온 국민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영미를 부른 것이 각기 다른 작전을 의미한 것이었고 영미를 중심으로 5명의 선수가 자매, 친구 등 가까운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알려져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항상 안경을 쓰고 일관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김은정의 표정까지 화제에 오르며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세계에서도 이들의 선전에 찬사를 보냈다. <타임>은 "평창의 진짜 스타는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겸손한 한국 여자 컬링 선수들"이라면서 "우승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기에 슈퍼스타가 된 사실도 모르는 영웅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 여자 컬링은 어떻게 올림픽의 K-POP 스타가 됐나"라는 제목까지 달며 팀 킴을 집중 보도했다. 매체는 "올림픽 개막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팀이 K-POP 그룹처럼 팬들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스타가 됐다"면서 "갈릭 걸스라는 애칭과 함께 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강릉 컬링센터를 영웅의 무대로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 모두가 기쁜 컬링 시상대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스웨덴, 동메달을 딴 일본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희훈


▲ 은메달 확정한 '팀킴'여자 컬링팀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 결승전에서 3대 8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희훈


작전을 의미하던 영미는 이제는 고난 속에서도 이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자리 잡았다. 그랬기에 우리는 어쩌면 더욱 이들의 활약을 반기고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강팀을 만나더라도 매 순간 포기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담대하게 자신들의 플레이를 해냈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김선영은 상대가 가드를 세울 때마다 확실히 제거했고, 김경애는 완환상의 테이크 아웃 기술로 박수를 받았다. 김영미와 김초희는 섬세한 스위핑으로 스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며, 김은정의 확실한 마무리 더해져 승리를 장식했다.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했던 컬링, 그것이 이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만들어줄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 오로지 유럽과 북미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컬링에서 거둔 값진 은메달.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은빛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했다. 마침표는 금메달 100개로도 부족했던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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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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