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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김무열의 스릴러, 도입부는 숨 막히는데 결말은...

[미리보는 영화] 장항준 감독 신작 <기억의 밤>, 넘치는 긴장감 비해 반전은 다소 아쉬워

17.11.23 15:12최종업데이트17.11.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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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억의 밤> 공식 포스터.ⓒ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단란한 가족이 새집으로 이사한 첫날,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형 유석(김무열 분)이 납치된다. 돌아온 형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졌고, 동생 진석(강하늘 분)은 형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건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미쳐가는 진석과, 그런 진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가족들. 그 애틋한 가족애 사이에 의심이 파고들자, 숨겨진 살인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기억의 밤>은 익숙함을 의심할 때 시작되는 공포와, 뒤섞인 기억의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드러나는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다.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등 인상적인 작품을 선보였던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장 감독 특유의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충무로의 대세 배우 강하늘과 김무열의 호연을 만나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심장을 조여드는 긴장과 심리적 공포는 근래 어떤 한국 스릴러 영화에 비교해도 뛰어나다. 문제는 109분의 러닝 타임 안에 너무 많은 장르적 장치들과 반전을 감춰뒀다는 것이다. 9년 연출 공백의 아쉬움을 토해내는 감독의 과한 의욕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는 중반까지 웅크린 어깨를 제대로 펼 수 없을 정도로 공포 영화의 장르적 장치들을 활용한다. 이를 의심하는 진석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표현하는 방식은 유려하지만, 이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밋밋하다. 반전의 얼개를 촘촘하게 짜놓고도, 영화가 지나치게 서사적인 탓에 영화의 가장 강력한 반전을 내내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진실이 드러났을 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충격'이라기보다는 '후련함'이 클 것이다.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초반부, 지나치게 친절한 후반부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놀라운 반전으로 기억되는 영화들은 초반에는 단조롭거나 평이하게 흘러가다 후반부 큰 반전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극장을 나설 때까지 놀라움과 떨림을 고스란히 느끼고, 이를 곱씹으며 초반의 장치들을 되짚곤 한다. 하지만 <기억의 밤>은 딱 반대다. 초반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는 엄청난 공을 들이지만, 이를 풀어내는 데는 전형적이고 밋밋한 방식을 택했다. 초반에 느낀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하려 해보지만, 영화는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특히 신경쇠약에 걸린 동생 진석 역의 강하늘은 전작 <동주> <재심>에 이어, 또 하나의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유약하고 예민한 모습부터, 형은 물론 자신의 기억조차 믿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진석의 복잡한 내면은 강하늘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인상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후반 추격신은 <추격자>의 하정우 못잖다.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내달리는 강하늘의 절박한 눈빛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김무열 역시 마찬가지다. 선한가 싶으면 눈빛이 의심스럽고, 악한가 싶으면 웃음이 순박하다. 동생 진석의 혼란스러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던 건, 김무열이 이런 유석의 양면성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항준 감독도 "모범생인데 뒤통수 칠 것 같기도 하고, 나쁜 놈인데 뭔가 도움을 줄 것 같은 이미지, 이런 '꾸리꾸리'한 이미지가 유석 역에 잘 맞을 것 같았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짧은 순간 180도로 변하는 세밀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여기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문성근과 나영희가 이들의 부모로 등장해 젊은 두 배우의 연기를 든든히 받쳐 낸다. 영화의 아쉬움은 그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과, 행여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를 다 캐치하지 못할까 봐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인 친절함이었다. 지난 9년 간 관객들이 얼마나 영리해졌는지를 눈치채지 못한 패착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분위기'인데, 캐릭터들이 말을 늘어놓자 분위기가 깨져버렸다. 하지만 숨 막히는 긴장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배우 강하늘의 팬이라면, 영화는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29일 개봉. 

한 줄 평: 수다쟁이 영화. 9년, 아직 강산은 안 변했지만 관객의 눈치는 빨라졌다. 
평점: ★★★ (3/5)  

영화 <기억의 밤> 관련 정보
감독 : 장항준
출연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장르 :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제공 : ㈜키위컴퍼니,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작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미디어메이커
배급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공동배급 : ㈜키위컴퍼니
크랭크인 : 2017년 3월 11일
크랭크업 : 2017년 6월 8일
개봉 : 2017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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