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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용서 못한다던 DJ... 손석희 말에 동의한다

[주장]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선 일깨운 <뉴스룸> 앵커브리핑

17.08.30 16:30최종업데이트17.08.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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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래시계>에 남긴 평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 JTBC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모래시계를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김택근이 쓴 <새벽 : 김대중 평전>에 적힌 구절이다. 29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이 구절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모래시계>는 1995년 방송 당시 귀가시계로 불리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극중 "나 떨고 있니?"란 최민수의 대사는 숱한 패러디를 남긴 명대사였다. 그러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래시계>가 못내 못마땅했나보다. 그가 <모래시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유를 앵커브리핑은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모래시계는 아시다시피 한 고향에서 자란 친구들이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겪는 파란만장한 개인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비열한 깡패 두목, 즉 나쁜 배역이 쓰는 말투는 전라도 사투리였습니다. DJ(고 김 전 대통령의 별칭 - 글쓴이)는 그걸 지적한 것이었지요."

<모래시계>가 방송된 시점은 199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었다. 그런데 되짚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드라마 속 나쁜 배역은 늘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화 <내부자들>이다. 이 영화에서 조직 폭력배 안상구(이병헌)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조국일보 이강희 주필(백윤식)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운다.

반면 경상도 말은 늘 지배자의 언어였다. 다시 <내부자들>을 살펴보자. 조국일보의 대광고주인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김홍파)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센 억양으로 파업 노동자들을 향해 혐오를 표출한다.

"이런 빨갱이 XX들."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나쁜 배역인 안상구는 전라도 사투리로 말한다. 반면 우장훈 검사의 말투는 경상도 사투리였다. ⓒ 쇼박스


공교롭게도 미래자동차와 장필우 의원(이경영), 그리고 이강희 주필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을 쫓는 우장훈 검사(조승우) 역시 경상도 사투리로 말한다. 결국 영화만 보면 경상도는 재벌로 상징되는 경제권력과 사법권력 모두를 움켜쥔 세력인 셈이다. 검찰의 경우, 실제 지난 보수 정권 9년 동안 이른바 TK로 불리는 대구·경북 출신들이 검찰 요직을 차지했으니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폭은 전라도 vs. 재벌·검찰은 경상도 

이런 구도는 드라마라고 예외는 아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귓속말>이 그랬다. 이 드라마는 거대 로펌 '태백'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주무르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드라마엔 한 명의 건달이 등장한다. 바로 백상구(김뢰하)다. 백상구는 태백의 의뢰로 움직이는, '양성화된' 조폭이다. 즉 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사건에 나서 주먹 쓰고, 태백이 법적 처리를 맡는 식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말투는 영락없는 전라도 사투리다. 반면, 태백의 물주인 보국산업 강유택 회장은 쩌렁쩌렁한 경상도 사투리로 태백의 최일환 대표(김갑수)에게 갑질을 한다.

현재 SBS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조작>에서도 지역색(?)이 살짝 엿보인다. 박원상이 연기한 인천지검 임지태 부장검사의 말투 역시 영락없는 경상도 사투리니 말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원빈 주연의 액션영화 <아저씨>에서 조직 보스 오명규(송영창)는 경상도 말투였었다. 그러나 몇몇 예외를 빼면 나쁜 배역은 주로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재벌 회장과 검찰 간부는 경상도 사투리가 대세였다.

이 같은 드라마, 영화 등 매스 미디어에 드러나는 지역차별은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이 지점에서 앵커브리핑은 날선 지적을 가한다.

"소위 사실성이란 걸 살린다는 이유로 매스미디어는 고의든 실수든 왜곡을 자행하고, 그렇게 생산된 왜곡된 인식은 또다시 사실성을 확보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런 지경이니 고 김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천만 관객이 관람했더라도 <내부자들>을 외면했을 것이고 드라마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온라인엔 호남을 비하하고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게시물이 난무했으니, 자신이 집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IT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걸 후회했을 공산이 크다.

왜곡된 시선 탈피가 적폐청산의 시작점 

1971년 대선 당시 박정희가 김대중과의 대결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이후 호남은 노골적인 푸대접에 시달렸다. 박정희 정권은 호남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을 서슴지 않았고, 매스 미디어는 이 같은 인식을 부지런히 퍼뜨렸다. 전두환씨를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하고도, 파렴치한 변명으로 일관했던 것도 결국 왜곡된 인식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앵커브리핑 역시 신군부의 행태가 왜곡된 인식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신군부 - 글쓴이)은 80년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고, 광주와 전라도를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정당화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 그들의 인식 속에는 전라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앵커브리핑은 그러면서 무척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광주 항쟁은 7일간의 고립 끝에 풀렸지만 지난 37년간 광주는 여전히 편견 속에 갇혀서 비틀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었습니다."

새정부 들어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폐가 비단 전 정권 고위 책임자의 권력남용과 비리를 낱낱이 드러내 심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지역, 특히 호남을 비틀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적폐다. 그런데 시선 교정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언론이 제구실을 하면 된다. 사실 지역 편견을 조장한 건 언론 아니었던가? 마침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영방송이 바로 서면 지역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적폐청산이 시대적 과제이고, 특히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려는 몸부림이 일고 있는 와중이기에 바로 지금이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날 적기다. 이렇게 삐뚤어진 시선이 교정될 때 고 김 전 대통령은 <모래시계>와 화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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