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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죄인인가? 사회가 게임에게 씌운 누명

[카드뉴스] 당신이 정말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면, 그 중독은 누구의 탓인가

17.06.12 15:38최종업데이트17.06.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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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8명 중 1명은(5000만 명 중 618만 명) '4대 중독' 중 하나에 중독되어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 적이 있다(중독포럼 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4대 중독에는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인터넷 게임이 포함된다. 그러나 필자는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담배도 아닌, 성범죄자들 50%가 가진 성 중독도 아닌 인터넷 게임이 왜 4대 중독에 포함되어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중독은 'substance abuse(물질중독)'과 'behavior addiction(행위중독)'으로 나누어진다. 알코올과 마약은 물질중독에, 도박과 인터넷 게임은 행위중독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도박과 인터넷이 비슷한 수준의 중독위험 행위라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의 뇌와 게임 중독자의 뇌의 MRI 사진이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가 있다(Ko et al, 2008).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물질 시스템이 게임중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이 신경전달물질 시스템들은 취미 생활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도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 이를테면 신진대사를 높이고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도 지나치면 운동중독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운동중독자들 때문에 운동이 중독 위험군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쳤을 때 '게임과몰입'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소수 고위험군에 있는 게임중독자들 때문에 게임 자체를 사회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유명한 '짤방(잘림 방지용 이미지)' 속 대화 내용이다. 게임만 하는 아들에게 화가 난 엄마가 공유기를 뽑아버리자 엄마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화를 내고 TV를 던져버리는 아이. EBS <달라졌어요> '게임만 하는 아들, 포기한 아빠' 편의 한 장면인 이 부분만 보면 인터넷 중독에 빠진 '패륜아'의 문제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방송 전체를 보면 심각하게 가부장적인 아빠와 매번 아들을 무시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담전문가가 지적한다. 부모의 무관심과 가족 간의 대화 부족이 아들을 게임과몰입자로 만든 게 아닐까.

명확한 기준 없이 몇 개의 인터넷 중독 진단 항목만으로 중독자로 단정된 많은 '중독자'들은 이 각박하고 단절된 사회에서 다른 소통창구를 찾고 있다. 시대가 더 변화하면 사람들은 게임이 아닌 다른 '것'을 찾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새로운 무언가가 또다시 중독물질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컴퓨터 중독을 넘어서 스마트폰 중독이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게임만이 문제인 게 아니다. 대화 없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회가 게임에게 씌운 누명은 또 다른 대상에게 옮겨갈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그 누명을 쓴 무언가를 또 질책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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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 <바꿈>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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