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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손석희 사장... 정말 공교롭긴 했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뉴스룸> 연속된 '그래프 오류' 사과... 손석희 바람대로 되길 바란다

17.04.20 14:56최종업데이트17.04.20 15:27

1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손석희 앵커가 직접 고개를 숙였다.ⓒ JTBC


"시청자 여러분,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손석희 JTBC 보도 사장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19일 방송된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서다. 앞서 1부에서 손 사장은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릴 부분이 있습니다"며 18일 '중도층 표심' 관련 보도 중 그래프 오류를 언급했다.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숫자가 잘못 들어갔"고, "방송이 나간 뒤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 '그래프 오류' 내용은 이랬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자신이 진보라고 말한 응답자들로부터 48%의 지지를 받았다고 얘기했고, 또 안철수 후보는 보수라고 말한 응답자들로부터 66%의 지지를 받았다고 나갔고 그래픽도 그렇게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조사 결과는 문재인 후보가 진보층으로부터 66%의 지지를 받았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으로부터 48%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숫자가 잘못 들어갔습니다. 어제 방송이 나간 뒤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손 사장은 또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 한 큰 실수였습니다"며 "시청자 여러분과 양 후보 측 관계자에 사과드립니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 번의 '큰 실수'라고, 대선국면이라고 손 사장이 이렇게 사과까지 하고 나섰을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손 사장 역시 앵커브리핑을 통해 그러한 "여러 차례"의 실수를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그 "실수"가 <뉴스룸>의 시청률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특정 후보에 대한 여러 차례 실수, 이미 지적돼 왔다

1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뉴스룸>의 그래픽 오류 건은 이전부터 수 차례 이상 지적되어 왔다.ⓒ JTBC


"2년 전인 2014년. <뉴욕타임스>는 그로부터 무려 161년 전에 보도했던 기사를 바로잡았습니다. 1853년 1월 20일 자 기사 중 누군가의 이름 철자가 잘못 쓰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래된 일이었고 사소한 오·탈자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교정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지난 13일 뉴스룸의 보도. 사드 포대와 레이더를 배치한 괌 현지 상황과 관련해서 미군 기관지 <성 조지>를 인용한 내용을 전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그중의 일부는 이미 지난주 일요일에 정정하고 사과드린 것처럼 오역이었습니다. 더구나 저희들의 오역은 단순한 오·탈자와는 다른 명백한 '잘못'이었습니다. 깊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작년 7월, 손 사장은 '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을 통해 당시 사드 포대와 레이더의 괌 배치 관련 미군 기관지 인용 보도의 오역 보도를 사과했다. 2104년 <뉴욕타임스>가 161년 전 오·탈자를 사과한 유명한 일화까지 인용한 바 있다.

당시 이 앵커브리핑은 꽤 많은 화제를 낳았다. 국정농단 사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태블릿 PC' 보도 이전, '세월호 참사 연속 보도'로 신뢰와 명성을 얻었던 <뉴스룸>과 손 사장은 이러한 사과는 <뉴스룸>이 <뉴욕타임스>와 같은 품격 있는 언론 매체가 되고픈 열망을 내비치는 한편, 정정 보도에 인색한 여타 언론과의 차별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손 사장은 이러한 다짐을 되새기듯 이날 '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브리핑과 <뉴욕타임스>를 거론했다.

"오늘 1부에서 저는 어제 보도 내용 중 그래프 오류와 관련해 정정하고 사과드렸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이 단순히 실수라고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동안 그 횟수가 여러 차례였습니다. 게다가 특정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제시된 횟수가 공교롭게도 많다는 것은 선거 국면에서는 뉴스의 저의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대선 보도에 임하고 있는 JTBC 뉴스의 신뢰도에 금이 간다면 저로서는 당연히 정정하고 사과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몇 번의 실수가 이어졌을 때 보도국 조직이 보다 크게 함께 각성하지 못한 것은 철저하게 저의 잘못이고 모자람입니다."

헌데, 작년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실제로, 손 사장의 언급대로 "횟수가 여러 차례"였고, "특정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제시된 횟수"가 많았다. 손 사장이 특정하진 않았지만, 그 특정 후보 중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였고, 지지자들은 물론 눈 밝은 시청자들 역시 그러한 그래프 오류를 수차례 지적해 왔다. 이를테면, 문재인 후보와 여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프 상에서는 그 격차를 작게 보이는 식이었다.

연이은 악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룸>은 문재인 지지자와 안철수 지지자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JTBC


'태블릿 PC' 보도와 함께 정점을 찍었던 <뉴스룸>의 시청률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개편과 함께 SBS <8시 뉴스>가 약진한 탓도 있지만, 대선국면에 들어서면서 '그래프 오류' 등에 대해 '편향성'의 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문재인 '검증'하니 후원 빠지고... 고민에 빠진 진보언론"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 관련 검증 기사 등을 놓고 지지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부수나 후원이 빠지는 현상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대선국면에서 <뉴스룸>은 문 후보와 안 후보 지지자들에게서 동시에 비판을 받아 왔다. 서로 '편향성'을 지적해 왔다. 바야흐로 조기 대선 국면이다. 그에 앞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일부 친박 단체와도 싸워야 했다. 또 하나, <뉴스룸>이 맞닥뜨린 암초가 있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21일, 손 사장은 앵커브리핑을 통해 사뭇 비장한 '선언'을 한 바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과 대선 출마설로 인해 <뉴스룸>의 독립성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이목이 쏠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날 손 사장은 앵커브리핑 말미에서 자신의 사장직을 거는 듯한 자세까지 보였다. 홍 사장의 사임으로 인해 <뉴스룸>과 JTBC 보도부문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그런 와중에, 특정 후보에게 편향적인 듯한 그래프 오류의 반복은 손 사장의 사과를 끌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풀이된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를 뒤바꾼 18일 자 보도는 그래서 더욱 치명타였을 것이다.

단순한 '그래프 오류'의 반복이라 보기엔, "공교롭게도"라고 넘어가기엔 그 실수가 꽤 장기간 반복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오랜 기간 '대세론'을 노린 대선후보에 대한 보도가 까다로울 수는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기에 전혀 수치가 맞지 않은 그래프를 반복적으로 내보냈다는 점은 손 사장도 인정한 '팩트'다. 특히 대선 기간임을 감안한다면 지지자들의 날 선 공격 역시 당연지사라 할 만하다.

이날 '뉴스브리핑'의 제목은 "JTBC 뉴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였다. <뉴욕타임스>처럼 훗날에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언론이라는 평가를 오래 받고 싶다는 손 사장의 바람이 반영된 제목이었다. 그러기 위해, 이번과 같은 실수가 '오래' 지속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대선 기간, <뉴스룸>의 사과를 다시 마주하고픈 시청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 손 사장의 바람처럼 말이다.

"여전히 훗날 "JTBC 뉴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 분명히 또 있을 잘못에 대해 또 정정하고 사과드려야겠지만,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 횟수가 좀 많이 줄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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