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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콩글리시' 앨범, 재정비가 필요하다

[케이팝 쪼개듣기] 개선 필요한 중구난방식 국내 음반 용어

17.04.20 18:07최종업데이트17.04.20 18:07
'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그룹 OOO, X월 X일 두 번째 싱글 앨범 발매."

흔히 볼 수 있는 신보 발매 홍보 문구 중 하나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디지털 시장의 활성화 및 CD 판매의 퇴조 등이 맞물려 국내 음악계에선 10여곡 안팎의 정규 음반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곡이 담기는 싱글 또는 미니 음반(E.P)에 집중하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흐름 내지 기준과는 동떨어진 용어들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싱글 앨범", "미니 앨범"이다. 이들 용어는 사실 해외에선 사용하지도 않는, 잘못된 한국식 표현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하나] 싱글 (Single)

록그룹 이글즈의 'Hotel California' CD 싱글. 동명곡을 포함 총 2곡이 수록되어 있다.ⓒ 워너뮤직코리아


과거 LP 레코드 시절엔 '싱글'은 45회전짜리, 이른바 '도넛츠판'이라고 불리던 지름 7인치대 작은 크기의 레코드판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과거 1980~199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애용되던 12인치 맥시 싱글 레코드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앞면과 뒷면에 대개 각각 1곡씩이 수록되었는데 국내에선 과거 일부 가수들이 실험적으로 내는데 그쳤지만, 해외 시장에선 수십 년 넘도록 가장 보편화한 개별 곡의 발매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지금은 낱개의 디지털 싱글이나 1~2곡 정도 담긴 CD 음반이 싱글로 불리고 있다.

대개 앞면이 가수/음반사가 미는 머릿곡(타이틀곡)이기에 편의상 해당 싱글 = A면 수록곡처럼 간주하였다. 이 싱글의 판매량 + A면곡의 라디오 방송 횟수를 합산해서 순위로 발표한 것이 바로 미국 <빌보드 Hot 100>, 영국의 <오피셜 차트> 싱글 부문 순위였다. CD 싱글 시대를 거쳐 지금은 디지털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가 포함되어 순위 산정을 하고 있다.

(기자 주: 과거 1998년 이전만 하더라도 아무리 방송 횟수가 많은 곡이더라도 실물 형태의 싱글로 발매되지 않을 경우엔 빌보드 Hot 100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레드 제플린의 명곡 'Stairway To Heaven' 같은 곡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둘] E.P(Extended Play)

최근 발매된 에이핑크 정은지의 두번째 EP <공간> 표지. 음반에는 "Mini Album"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이는 해외에선 사용하지 않는 한국식 표현이다.ⓒ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전히 정규 음반 발매 위주였던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E.P 대신 "미니 앨범"이라는 호칭이 국내에서 등장한 건 바로 해당 용어가 주는 '생소함'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해외 기준으론 앞서 기술한 '싱글'보단 수록곡이 많지만, 뒤에 설명하게 될 '앨범(Album)'보다 적게 담기는 음반을 E.P로 간주한다.

구체적으로 영국음반산업협회(BPI)는 총 수록시간이 25분 미만+수록곡 4곡 음반을 E.P로 지정한다. 반면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선 수록시간 30분 미만+수록곡이 3~5곡인 음반을 E.P로 분류한다.

이렇듯 E.P의 개념이 확실히 정립된 영미 시장이지만 싱글 및 E.P에 집중하는 요즘 한국과 달리, 해외 유명 가수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여전히 정규 음반 위주이며 오히려 E.P의 발매 횟수는 극히 적은 편이다. 대신 정규 음반에선 볼 수 없는 리믹스곡, 공연 실황 음원을 담아 낸다든지 녹음 및 제작비 사정이 넉넉지 못한 인디 성향 뮤지션이 주로 애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셋] 앨범(Album)

그룹 몬스타엑스의 첫번째 정규 음반 표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앞서 소개한 E.P보다 수록시간 및 수록곡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앨범'으로 분류된다. 이를 정리해보자면 수록시간 및 수록곡 숫자에서 앨범 > E.P > 싱글 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정규 음반"으로 부르는 상품이 여기에 해당하며 유명 가수들의 인기곡 모음집이나 공연 실황, 영화 및 TV 사운드트랙, 컴필레이션 음반 등도 마찬가지다.

편의상 "빌보드 앨범 차트"라고 부르는 미국 <빌보드 200> 순위 및 영국 <오피셜 차트> 음반 순위는 바로 이들 "앨범"의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로 발표하는 것이다.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실물 CD 외에 다운로드, 스트리밍 횟수도 따로 마련된 기준에 의거, 합산하고 있다.

단, 미국 빌보드 200에선 E.P를 앨범 차트에 넣지만, 영국에선 E.P는 싱글 차트에서 다루는 게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E.P의 제작 횟수 및 판매량은 한국과 달리, 영미 현지에선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들 순위에 등장하는 E.P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자 주: 지난 1994년 얼터너티브 록그룹 앨리스 인 체인스의 EP <Jar Of Flies>는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200> 음반 순위 1위를 차지한 E.P고 지금까지 단 4장의 E.P만이 빌보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영국에선 각국 음반협회 차원으로 음반 명칭-분류 기준 마련

일반적으로 우리는 음반=CD·LP·카세트테이프를 생각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든 종류의 음반=앨범으로 불러왔다.

1~2곡 담긴 싱글, 5곡 안팎의 미니 음반, 10곡 가까이 담긴 정규 음반 모두 가릴 것 역시 "앨범"으로 지칭하다 보니 "싱글 앨범", "미니 앨범", 심지어 "디지털 싱글 앨범"처럼 해외에선 전혀 사용하지 않는 '콩글리시'식 국적 불명 용어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되는 실정이다. 음반 표지에 버젓이 이런 표현이 인쇄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각국 음반 협회들이 음반 분류 및 명칭에 관해서도 규정까지 마련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 이 과정에서 음반 관련 각종 집계 등에 대한 업계 차원의 투명성도 확보하고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마련의 목적 또한 내포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단어 사용 때문에 우리 대중들이 음악 듣는데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가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국제적 기준과는 동떨어진 용어의 오남용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적극적인 세계화를 표방하는 한국 대중음악계로선 점차 재정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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