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안 메시' 이승우가 러시아로 가는 것은 불가능할까.
2017 FIFA U-20 남자 월드컵을 대비해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디다스 U-20 4개국 친선대회에서 한국은 온두라스와 잠비아를 차례대로 격파했다. 강한 비판에 직면한 성인 국가대표팀에 비해 청소년 대표팀은 시종일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이승우가 있다. 안익수 감독 시절에는 전술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던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을 만나자 물 만나 고기처럼 자유를 얻었다. 특히 잠비아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칩슛'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승우는 실력으로 본인이 한국 축구의 미래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승우,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다이승우는 세계적인 클럽 FC 바르셀로나가 기대하는 유망주다.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승우가 가진 재능의 크기는 증명된다. 각 급 연령별 국가대표에서도 이승우는 번뜩이는 움직임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1998년생으로 만 19세인 이승우가 정말 팬들이 기대하는 정도의 재능을 가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대표 팀에 에이스 손흥민은 만 18세의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승우의 동년배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에버튼의 톰 데이비스는 맨체스터 시티를 침몰 시키기도 했다. 또래의 선수들이 이미 세계적인 무대에 데뷔해서 활약하고 있기에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못한 이승우에겐 '생각보다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이승우는 현재 바르셀로나 유스팀 후베닐 A에서 뛰고 있다. 후베닐 A에서 연일 골을 기록해도 바르셀로나 1군으로의 진입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승우 이전의 '제 2의 메시'라고 불리던 보얀 크르키치가 메시가 유소년 시절 세운 기록을 다 갈아치우고 1군에 진입했음에도 프로 무대에서는 큰 활약을 못했다.
그만큼 프로 무대와 유소년 무대의 차이는 크다. 유소년 팀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래의 선수들과 뛰기에 압박감이 덜하다. 그러나 프로는 다르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크고 나이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이 뛰어난 선수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만큼 아직 프로 무대에 입문하지 못한 이승우에게는 러시아 월드컵은커녕 성인 국가대표도 아직 멀리 있다.
월드컵 멤버에는 항상 유망주가 있었다물론 당장 이승우를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성인 대표팀에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이승우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 다만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으면 상황은 바뀐다.
총 23명이 월드컵이 개최되는 러시아로 향하게 되는데 그 중 그라운드를 실제로 밟을 수 있는 선수는 15명 내외다.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11~13명의 선수와 후보급 선수 2~3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선수가 벤치에만 머문다. 16강까지 진출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도 총 16명의 선수를 출장시켰다. 월드컵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팀들은 보통 더 많은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만 그런 팀들도 결국 15명 내외가 주축이 된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야 하는 월드컵 무대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를 대표팀에 선발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그 해 포항에서 데뷔한 이동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학생 신분의 차두리가 경기장을 누볐다. 짜여진 선발 멤버 사이에 유망주들은 항상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승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재능은 역대 한국 선수 중 손 꼽히는 선수임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후베닐 A 소속이지만 프로인 바르셀로나 B로의 합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때마침 바르셀로나 B가 스페인 3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승격했기에 경쟁하는 팀의 무게감도 커졌다. 앞으로 맞이할 1년 간 밀도있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이승우에게 주어졌다.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닌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다. 단순히 경험을 쌓아 주기 위해 어린 선수가 뽑힐 이유는 없다. 때문에 여전히 월드컵 무대로 향하는 유망주에게는 물음표가 던져진다. 월드컵에의 유망주의 활약은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망주의 월드컵 멤버 발탁 자체는 오히려 현실적이다. 월드컵의 다양한 국가의 축구 스타일이 만나는 대회다.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생소한 스타일의 축구선수들 간의 경기이기에 어느 대회보다 변수가 많다. 단판 승부라는 대회의 특성도 월드컵을 예측 불가능한 대회로 만든다.
차두리도 월드컵에 대해서 "어떤 의외의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대회가 월드컵이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월드컵 무대의 변칙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처첨 월드컵은 변수가 많기에 다양한 카드를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좁은 공간에서의 드리블과 패스를 주무기로 빠른 역습에도 능한 이승우란 카드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특색 있는 카드다.
비단 이승우뿐만이 아니다. U-20 멤버들 중에는 능력있는 선수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이미 바르셀로나 B에서 활약 중인 백승호도 중원 지역에서의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한찬희는 정확한 패스를 자랑한다. 왼쪽 풀백과 중앙 수비수 자리에서 활약하는 멀티 자원 우찬양은 두 명의 역할 소화할 수 있는 카드다.
스타일의 다양성이 부족한 현재 대표팀 멤버만으로는 월드컵에서의 변수를 통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새로운 변수를 만들지 못한다면 2014 브라질 월드컵처럼 월드컵 무대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카드라면 나이와 경험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승우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신선한 얼굴들은 러시아 땅을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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