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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 WKBL에 남긴 숙제

우리은행 5년 연속 통합 우승... 특정팀 독주를 불러오는 여자농구의 구조적 한계

17.03.21 13:57최종업데이트17.03.21 14:08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아산 우리은행 위비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우승은 '예상대로'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차지였다. 3월 20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우리은행은 용인 삼성생명을 시리즈 전적 3승무패로 가볍게 따돌리며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벌써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다.

여자농구는 현재 특정팀의 압도적인 장기집권 체제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인천 신한은행이 2007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차지한데 이어 12-13시즌부터 우리은행이 왕조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에도 우승을 차지할 경우 신한은행의 6년 연속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두 왕조를 잇는 연결고리는 바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다. 위감독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신한은행의 코치를 역임했으며, 2012년부터는 우리은행의 사령탑을 맡자마자 다시 팀을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코치와 감독으로 벌써 11년째 연속 정상만 밟고있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위감독은 신한은행 코치 시절만 해도 임달식 감독과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 등 호화멤버들의 아성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않았으나 우리은행 부임 이후 만년 꼴찌를 전전하던 팀을 일약 정상으로 이끌며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코치 시절의 업적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전성기의 신한은행과 현재 우리은행 왕조의 차이는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제도를 꼽아야할 것이다. 신한은행이 첫 정상에 올랐던 2007년 겨울리그만 해도 아직 외국인 선수제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빅맨 보호 등을 명분으로 한동안 외국인 선수제가 폐지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팀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신한은행이었다.

정선민, 전주원, 최윤아 등 이미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던 데다 최장신센터 하은주까지 가세한 신한은행은 당시 축구의 레알 마드리드를 빗댄 '레알 신한'이라는 애칭으로 통할 정도로 경쟁팀들과는 선수층의 차원이 다른  팀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신한은행도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은퇴로 세대교체 시기에 접어들었고 2012/13시즌부터 WKBL에 다시 외국인 선수제도가 부활하면서 자연스럽게도 각팀의 전력판도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에 비하여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당시만 해도 꼴찌를 전전하던 약체팀이었다.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 존쿠엘 존스 등으로 구성된 우리은행의 라인업은 지금도 사실 이름값만 놓고보면 전성기 신한은행에는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주전 포인트 가드였던 이승아가 개막 전 임의탈퇴로 나가면서 생긴 공백도 있었다. 가동할수 있는 선수층은 역대 우승팀 치고는 상당히 얇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은행이 강팀으로 올라선 원동력은 몇몇 스타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외국인 선수 효과와는 오히려 거리가 있었다. 위성우 감독 특유의 지옥 훈련과 조직적인 농구를 바탕으로 국내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해내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이름값보다는 팀 성향에 맞는 이타적이고 성실한 선수 위주로 선발하며 국내 선수들과의 조화를 이뤄냈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제도가 있는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장기 독주체제를 지켜나가고 있는 우리은행의 업적이야말로 전성기 신한은행을 넘어선 평가를 받을만한 이유다.

원활한 전력 수급 이뤄지지 않는 여자농구, 특정팀의 독주는 흥미 반감시켜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특정팀의 장기집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유독 WKBL에서만 두드러진 현상이다. 출범 20년을 맞이한 남자 프로농구만 해도 울산 모비스(2012-14)의 3연패가 역대 최고 기록이고 2연패도 한번(전주 KCC 98-99)뿐이다. 야구나 축구같은 다른 종목을 봐도 각 팀들의 전력평준화로 인하여 정상에 오르기보다 수성하기가 더 힘겨워지면서 연속 우승이나 장기집권은 점점 쉽지않은 추세다.

물론 가장 강한 팀이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신한은행이건 우리은행이건 강팀이 그저 늘 이긴다는 이유만으로, 리그의 재미를 해치는 원흉처럼 취급받는 것은 부당하다.하지만 문제는 몇 년째 이렇다할 '대항마'를 키워내지못하는 여자농구의 구조적인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타팀과의 격차는 해마다 점점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처음 우승을 차지했던 2012~2013시즌에는 24승11패로 승률 0.686로 당시 정규리그 2위 신한은행과는 동률이었다. 하지만 2년째인 2013~2014시즌 25승10(승률 .714), 2014~2015, 2015~2016시즌 28승7패(.800)으로 점점 격차가 커지더니 급기야 올 시즌에는 33승2패(승률 0.943)으로 역대 한 시즌 최고 승률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챔프전에서도 3전 전승으로 손쉽게 우승했다.

이제 다른  팀들에게 우리은행을 넘어서 우승하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시즌중 단 1번이라도 이길까말까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우리은행도 다음 시즌에는 아예 정규시즌 전승에 도전하는 것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나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어차피 '승리도, 우승도 우리은행'이라는 공식이 기정 사실로 굳어지다보니 순위 싸움이나 우승경쟁에 대한 흥미가 반감된다. 가뜩이나 화제성이 부족한 여자농구로서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우리은행만 최선을 다하고도 도리어 눈치를 보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여자농구에 원할한 전력수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WKBL은 6개구단밖에 되지않지만 여자농구의 부족한 인프라로 인하여 신인선수 영입이나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이 여의치않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몇 년째 각팀의 주축 선수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은 보장된 주전 자리나 현재의 위상에 적당히 안주하기 쉽다.

그나마 어렵게 프로에 진출한 신인급 선수들도 어린 나이에 프로의 혹독한 훈련과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못하여 도태되거나 일찍 선수생활을 접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일부 농구인들은 몇몇 여자 선수들의 부족한 프로의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무늬만 프로일 뿐 정작 그에 걸맞는 내부 육성이나 선수관리 시스템을 갖추지못한 여자농구의 구조적인 한계가 악순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이변이 없는한 내년에도 우리은행의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뚜렷한 경쟁자의 존재없는 독주가 지속되다보면 승자의 가치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보다 WKBL와 경쟁구단들의 분발이 더 절실한 여자농구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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