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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지구에 착륙해 2016년 고향별로 돌아가다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데이비드 보위를 추모하며

16.01.12 16:29최종업데이트16.01.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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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왼쪽)과 마크 볼란(오른쪽)ⓒ davidbowienews.wordpress.


"People stared at the makeup on his face
Laughed at his long black hair, his animal grace…."
- 데이비드 보위 '레이디 스타더스트(Lady stardust : 가제 song for Marc Bolan)' 중에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동시대 뮤지션 마크 볼란(Marc Bolan)과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였다. 함께 그룹을 결성한 적은 없지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까지 둘은 서로의 음악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서로의 천재성에 질투하며 음악적 교류를 이어갔다. 보위와 볼란의 관계는 1977년 볼란이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어졌으며, 남겨진 보위는 이른 바 '글램 록(Glam Rock)'이라는 장르의 시초를 완성하는데 큰 공헌을 세웠고, 루 리드(Lou Reed), 플라시보(Placebo), 넓게는 퀸(Queen)과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에까지 영향을 줬다.

2016년 1월 10일, 오랜만의 신작 <블랙스타(Blackstar)>를 발매한지 두어 달, 그의 69번째 생일을 맞은 이틀 후, 데이비드 보위는 사망했다. 18개월 간의 암투병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보위의 아들은 그의 SNS를 통해 비보를 전했다.

스스로를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 부르며 창조한 그의 희대의 명작, <화성에서 온 Ziggy Stardust와 거미들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로 영미 음악씬에 파란을 일으켰던 보위는, 그의 주옥같던 음악들을 남기고, 그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들을 남겨두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글램 록 탄생의 순간

데이비드 보위 앨범 커버ⓒ 워너뮤직


지금이야 '비주얼 록', '이모코어' 등의 장르를 내세우며 화려한 치장과 짙은 화장을 하고 음악활동을 하는 록 뮤지션(특히 남자 뮤지션)들이 넘쳐나지만, 보위가 그의 음악을 들고 세상에 나온 당시(1970년대 초반)에만 해도 남자 뮤지션의 삐까뻔쩍한 헤어와 패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등의 전위적인 앨범의 발매, 모델 트위기(Twiggy)가 전에 없던 난해한 패션으로 영국 패션에 새로운 붐을 가져오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어떤 남자도,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휘황찬란한 타이즈를 입지는 않았다.

바로 그 때 금남의 구역, 대중들의 머릿 속에 자리잡은 편견을 깨고, 데이비드 보위가 등장했다. 밝게 빛나는 오렌지색 머리, 새파랗게 눈 주위를 칠한 메이크업, 형형색색의 전신 타이즈와 빨간 부츠를 신고, 스스로를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 부르는 이 기괴한 사람은 기타를 치며 '스타맨(Starman)'이 지구에 착륙하기를 기다린다는 노래를 불렀다. 글램 록 탄생의 순간이었다. 미래에서 왔는지, 화성에서 왔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안가는 모습을 한 보위는 그렇게 당시 사람들의 머릿속에 만들어져있던 상식을 무너뜨렸다.

비단 괴상한 모습만이 지금의 보위를 만들어준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단순히 파격적인 패션만으로 세상의 상식을 무너뜨린 것이 그가 이룬 업적의 전부라면, 그의 이름은 3년 내지 길어야 5년 정도 영국 내에서 떠돌다 사라졌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부분이 있다. 그린란드에 도착한 주인공이 공포를 이겨내고 이륙하는 헬리콥터로 뛰어드는 장면인데, 여기에 "톰 선장 응답하라...(Ground control to major Tom...)"라는 가사와 함께 보위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해당곡은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1969년에 발매된 데이비드 보위의 곡으로, 우주선에 탑승한 톰이라는 이름의 우주선장과 지상기지와의 대화내용이 가사의 주를 이루는 독특한 곡이다.

전무후무한 명곡의 향연


"톰 선장, 내 말이 들리면 응답하라", "톰 선장, 우주선 이륙의 엔진이 준비됐다"라는 기지국의 가사와 함께 이륙 카운트다운과 우주선 장비가 덜컥거리는 소리, 이륙음이 보위의 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스토리를 이어간다. 노래는 "이륙(Lift off)"라는 지상기지의 알림(여전히 보위의 목소리)에 따라 우주선 이륙의 거대한 소리가 터져나오고 노래는 후렴구로 달려간다. 대답이 없던 톰 선장도 지상기지에 응답한다. "여기는 톰 선장이다(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라며 톰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또한 데이비드 보위. 톰의 응답으로 곡의 주체가 바뀌며 곡을 이끌어가는 보위의 보이스액팅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상기지에 응답한 톰 선장, 우주선 밖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톰 선장과 그 상황에서 느끼는 톰의 감정과 소회 모두가 보위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비틀즈의 '어 데이 인 라이프(a day in life)'에서 존 레넌이 하루를 완성시켰듯, 보위는 본 곡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통해 한 편의 SF영화를 창조했다. 톰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곡의 결말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해야 하는 수준의 이 곡은 <스타워즈>보다, <화성침공>보다 앞서 제작된 곡이다. 먼저 나온 SF작품은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정도일까. 우주선의 효과음과 카운트를 세는 보위의 기계적인 목소리, 지상기지, 톰 선장을 모두 소화하며 보위가 창조해낸 5분짜리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는 어떤 SF영화보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현대에 발달한 3D, 4D 시스템 못지않게 입체적이고 미래적이다.

영화 <마션>에 OST로 등장해 화제를 일으킨 '스타맨(Starman)' 역시 전무후무한 명곡이다. 이들 곡 외에도 '체인지(Changes)', '파이브 이어즈(Five Years)', '문에이지 데이드림(Moonage daydream)', '히어로즈(Heroes)' 등 그의 수많은 곡이 21세기 밴드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고, 밴드 퀸(Queen)과 콜라보해 작업한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보위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완성된 로큰롤 곡이다.

그의 고향별에도 울려퍼질 노래

데이비드 보위 앨범 커버ⓒ 워너뮤직


기사의 서두에서 언급한 '레이디 스타더스트(Lady Stardust)' 시작 부분 가사를 보면,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관객들은 그를 조롱한다. 하지만 노래는 이렇게 흘러간다. 조롱을 받던 남자는 그의 천국에서 그의 밴드와 함께 노래하며, 하룻밤을 행복하게 지샜으며, 그의 노래는 영원할 거라고.

"And he was alright, the band was altogether
Yes he was alright, the song went on forever.
Really quite paradise, He sang all night long." - 데이비드 보위 'Lady stardust' 중에서

'레이디 스타더스트(Lady Stardust)'는 보위가 마크 볼란을 위해 만든 곡이다. 보위는 1990년대 이후 개최된 프레디 머큐리 헌정 공연을 퀸(Queen)과 함께 공연했고, 루 리드와도 절친한 관계를 이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크 볼란, 프레디 머큐리, 루 리드 모두 보위에 앞서 세상을 떠났으며, 세 뮤지션 모두 성소수자, 양성애-동성애자의 의혹(?)을 받아오며 가십거리에 됐던 사람들이다. 보위 자신 또한 그런 루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그가 사망한 10일 이후에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믹 재거와의 동성열애설 따위의 기사만 봐도 그렇다).

1969년 지구에 착륙해 자신을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고 부르던 데이비드 보위. 그의 음악은 긴 지구여행을 끝낸 뒤 돌아간 그의 고향별에서도 영원히 울려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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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때는 풋풋한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네요. 현재 본부장으로 뉴스게릴라본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쪽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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