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지리산 속 화엄사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아시나요?

[인터뷰] 화엄음악제 총감독,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13.10.09 12:46최종업데이트13.10.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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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음악제 감독 을 맡는 원일 ⓒ 박정환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욕심이 많은 음악인이다. 음악적으로 더욱 나아진, '들을 만한' 연주를 통해 자신이 속한 악단의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생기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인터뷰 내내 흐르고 있었다. 오는 19일에 열리는 화엄음악제 감독을 역임하는 원일 감독을 7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감독과 화엄음악제 감독도 모자라, 연주그룹 푸리와 바람곶 감독까지 도맡기에 말이다.
"푸리는 결성 20주년을 맞이하여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 지금은 잠정 휴업이지만 다시금 모이면 무서운 파워를 보여줄 것 같다.(웃음) 바람곶은 푸리 이후 주력한 앙상블이다. 화엄음악제는 1회부터 7회까지 반주를 담당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에 '소리보감 동의보감'을 공연하고 11월에 '파트 오브 네이처'를 공연한다. 순간순간 모든 일에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웃음)"

- 화엄음악제가 다른 음악제와 차별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화엄음악제는 박치음 감독님이 처음엔 영성음악제로 만들었다. 박치음 감독님이 인도나 티벳, 몽골, 터키 등의 개인의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음악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올해 저는 영성음악제라는 타이틀을 뗐다. 예술 장르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영혼과 소통해야 하는 장르가 음악이다. 제대로 된 음악가 치고 영성을 추구하지 않는 음악가가 없다. 영성이라는 단어가 굳이 필요없다. 화엄음악제가 계속 유지되면서 화엄사에서만 개최된다는 것도 차별화된 콘셉트다.

자신의 모든 걸 악기나 노래에 생을 다해 바치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할 줄 아는 진정성을 가진 음악가가 연주하는 음악제가 화엄음악제다. 이상적인 모델로는 백건우 선생님을 손꼽고 싶다. 일부러 명상을 하지 않아도 그분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 자체가 명상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가 느껴진다.

깊이를 강요하지 않아도 깊이가 느껴지는 음악가, 음악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상업성을 따라가지 않는 음악가의 연주들로 이루어진 음악회가 화엄음악제다. 티켓 판매를 하지 않으니 비상업적인 음악회도 또 하나의 다른 점이다."

"'보물' 각황전에서 오프닝 갖는 국내 초유의 음악제"

ⓒ 박정환


- 화엄사에서 음악회를 진행하다 보니 불교적인 색채를 갖는 음악제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화엄음악제의 또 다른 특징은 태고적인 지구의 역사를 갖는 지리산 속 화엄사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화엄사에서 열리면 불교적인 음악제로 오해할 법하지만 그건 아니다. 화엄사에서 열리다 보니 목어나 범종을 치는 것으로 오프닝을 여는 등의 절에 갖춰야 할 제의가 있기는 하지만 불교적인 음악제가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싶다.

이번에 초빙하는 스테판 미쿠스는 제가 대학생 때부터 음반을 듣고 감명 받은 음악인이다. 최고은은 요즘 홍대에서 부상하는 음악인으로 포크와 팝의 경계에 있다. 여태 초빙된 화엄음악제 뮤지션 중 가장 독특한 컬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화엄사가 선보이는 세레모니 중 특별한 것이 있다면 오프닝에 치는 화엄사 범종을 바꾼 일이다.

전에는 길어봐야 뮤지션 한 명당 20분이 허용되었지만 무언가 하다만 느낌이 있었다. 올해 화엄음악제는 주요 뮤지션의 음악을 30분가량 들려드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오래된 건물이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각황전이다. 올해는 각황전에서 오프닝 전야제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보물인 건물에서 오프닝을 갖는 음악제는 국내 초유의 음악제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을 1년 6개월 동안 역임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을 겨울에 처음 만났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라고 저를 소개했다. '욕심이 있다면 좀 더 나아지고 들을 만하고 좋아할 만한 사람이 생기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 관련 악단 중에서는 가장 잘 하는 악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악 관련 악단으로는 처음으로 교향악 축제에 진출하기도 한다. 우리가 잃어가는 감각 중 하나가 시나위다. 시나위는 즉발적으로 감흥할 줄 아는 한국인 안에 있는 음악적인 DNA다. 시나위를 많이 추구해야 하지만 관현악이라는 시스템에서 말라버릴 수도 있기에 이를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가 '소리보감 동의보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한다."

- 전체 공연 시장 중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아닌 5%의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충성도는 높은 분야가 국악이다. 국악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함에 있어 대중과의 괴리를 줄이고자 한다면?
"(충성도라는 질문이 나왔으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프로그램 중 정오의 음악회라는 것이 있다. 정오에 찾아오는 관객은 주부로 한정된다. 주부의 반응이 가장 대중적이다. 한 달 전부터 매진되고 호응도도 높다. 대중과 만나기 위해서는 훨씬 적극적이자 진보적으로 음악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럴 때 대중에게 '재미있다'는 반응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예술의 본질은 새로운 듣는 경험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새로운 감각이 지각된다. 공연을 하면 대중이 찾아와야 한다. '파트 오브 네이처'나 '작곡가 시리즈'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대중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갤러리를 찾고 미술을 감상하는 이들이 창작음악회를 찾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국악의 새로움을 알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원일 화엄음악제 국립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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