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롯데엔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를 사랑한 사람들의 성장기로 볼 수 있지만 넬리 라로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영화적 주제가 확장된다. 시골 빈민가 출신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예쁜 얼굴과 몸, 그리고 타고난 감정 표현력 뿐이던 넬리 라로이는 우연한 기회로 무성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다. 그를 보고 감탄한 제작자들로 인해 돌연 스타로 급성장한 넬리 라로이는 빠르게 얻은 명성과 부에 취한 채 도박과 마약에 손을 대고 만다.
넬리 라로이를 만난 직후 사랑에 빠진 매니는 거물 제작자가 된 후에도 어떻게든 그녀를 챙기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한 남자의 순정이 한 여성의 몰이해와 이기심으로 배반당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영화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말하면서 동시에 두 남녀의 어긋난 마음, 그리고 산업화된 대중 영화의 어둔 이면을 폭로하는 복잡다단한 주제 의식을 품고 있다. 한때의 추억팔이나 회고록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곳곳에 배치하는 영리함이 빛난다.
우리에겐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잘 알려진 데이미언 셔젤이 연출을 맡았고, 그와 모든 장편 영화에 힘을 보탠 저스틴 허위츠가 음악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라라랜드>에서 선보인 여러 노래와 그 분위기가 비슷한 노래들이 등장한다. 경쾌한 리듬이 강조된 피아노 선율, 스윙 요소와 강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강조된 재즈 음악은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188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일부 관객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올 법하다.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여러 블록버스터 요소가 있지만, 온전히 영화의 모든 것을 즐기기엔 분량이 많이 길다. 영화 그 자체에 큰 애정을 지닌 감독의 고집스러운 선택이겠지만, 편집의 묘미가 또 하나의 미덕인 현대 상업 영화 관점에선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극장을 나서고 나면 아마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 입장에선 영화의 종속성, 빠르게 변하는 요즘 콘텐츠 업계의 흐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무성영화 시대에도 유성영화 태동기에도 늘 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등장했고, 보란 듯 영화는 계속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영화 예찬론자들이 펼치는 이 블랙 코미디의 등장이 일단은 반갑다.
한줄평: 풍자와 헌사를 오가는 감독의 명민함
평점: ★★★★(4/5)
영화 <바빌론> 관련 정보 |
감독 및 각본: 데이미언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토비 맥과이어
수입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88분
북미개봉: 2022년 12월 23일
국내개봉: 2023년 2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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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