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 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26일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시간표
성하훈
물론 일부에서는 관객의 선호도에 따른 것이고, 시장논리에 입각한 결과라는 주장한다. 관객이 한 영화만 찾는 상황에서 스크린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계 내에선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직 한 영화가 시장을 장악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 다양성을 말살하는 수준의 독과점 행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영화가 이 같은 환경을 고쳐낼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2006년 처음으로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던 <괴물>의 스크린이 647개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얌전한 수치로 보일 정도다. 이후 12년이 지나 4배 가까이 늘어날 만큼 스크린독과점의 위세는 커졌다. 그동안 수많은 토론회와 논쟁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불치병으로 굳어지고 있다. 해마다 그런 시도를 비웃듯이 스크린독과점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영화계에 있다. 법적 규제가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이미 상영-배급의 분리나 스크린규제 등에 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영화계가 뜻을 모으며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영화단체들이 각자 다른 입장을 견지하면서 합의점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단체들마다 현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해결방식에 대해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대기업과의 관계성도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들 역시도 이를 핑계 삼아, 발의한 법률안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는 안 보인다. 법안 발의가 다분히 형식적이고 면피성으로 보여지는 이유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영화인들이 개별적으로 모여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3월 독과점 반대 운동의 주축으로 나선 영화인들이 주주로 있는 배급사가 CGV 단독개봉을 추진해 논란을 빚은 것은 단적인 예다. 배급사는 효율적 개봉을 위해 대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과거 대기업독과점 규제를 주장했던 태도와는 상당히 모순되는 일이라, 영화계 내부적으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벤져스3>의 스크린독과점 기록 갱신은 영화산업을 조롱하는 것처럼 비쳐지기에 상당히 씁쓸하다. 거대자본이 영화시장을 유린하고, 하나의 영화가 100개가 넘는 영화를 들러리로 만들고,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극장들은 이에 적극 협력하는 현실에서, 제대로 대응 못하는 한국영화의 모습은 그래서 참 안타깝다. 언제까지 스크린독과점기록 갱신을 지켜만 봐야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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