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지난 2018년 10월 16일 국가보훈처의 국정 감사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바 있는 독립운동가 김태원에 대한 서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벽창 의용단을 조직하여 일경 4명을 사살하고 군자금 모집에 앞장섰던 독립 영웅 김태원 선생이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었다는 것. 지난 2015년 시민단체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보훈처는 해당 후손의 유족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서훈을 받은 사람은 대전의 김태원이었으나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벽창 의용단의 김태원 선생은 평북 의주 출생으로 1926년에 사형을 당했던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신 분이 1963년에 서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눈뜨고 코베이는' 것 같은 일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과정에서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EBS <다큐 시선>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꾸준히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다큐 시선>이 이번에는 거짓으로 서훈을 받고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는 건 물론, 비석까지 세워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이 땅의 '가짜 독립운동가'들을 찾았다. 

독립 운동가들께 수여되는 정부의 각종 훈장과 보상금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하지만 그 보답 중 일부가 왜곡되었다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비석까지 번듯한 가짜 독립운동가들

고용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가짜 독립운동가의 문제를 발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보훈처이다. 매달 선정되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과거 김태원 선생이 뽑힌 것이다. 그런데 선생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보훈처는 선생의 기록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아들 측에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서훈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김태원 선생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시 정부 경무 국장을 지내고 1919년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을 상해로 망명시키려 했던 대동단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분인 김용원 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대전의 한 공원에 선생의 비석이 세워졌다고 하여 찾아갔는데, 비석이 이상했다. 

분명 뒤에는 김용원 선생의 업적이 새겨져 있는데 , 정작 앞에는 이돈직이란 사람이 적혀 있는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마치 이돈직의 비석이고, 뒤의 내용은 그 사람의 업적인가 하고 착각할 수 있는 상황. 더구나 김용원 선생의 업적 가운데 이돈직이 김용원 선생의 스승으로 독립 계몽 운동에 참여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쓰여 있다. 심지어 의병 창의군이었다면 의병 독립운동가의 공적까지 슬쩍 옮겨 써놓았다.

이렇게 김용원 선생의 업적을 헷갈리게 써놓은 비석에 이어, 또 하나의 비석이 방송에 등장한다. 제목은 '기미 삼일 독립 기념비'인데, 내용을 읽어보면 거의 역사적 근거가 없는 이돈직 개인의 치적비이다. 이에 관해 다큐 제작진이 문의하자 관할구청은 그제서야 당장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가짜 독립운동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재 국가 보훈처가 추산하고 있는 가짜 독립운동가는 39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가짜 독립운동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는 엉터리, 사이비 독립 운동가의 유래를 광복군에서 찾는다. 일본군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장준하 선생이 몸담았던 광복군 제3지대는 실제 존재했던 부대다. 하지만 일본군이었다가 해방 후 떠돌던 이들이 귀국하여 광복군이라며 '사이비'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약산 김원봉 수하의 광복군은 4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복군으로 포상을 받은 사람은 700여 명에 이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방 당시에 겨우 13~14살이던 사람이 김구 선생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찾아와 김구 선생의 비서였다며 서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놓고 김구 선생 도장을 들고 다닌다면 당장 잡혀 들어갔을 만큼 급박했던 일제 하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앞서 이돈직이라는 가짜 독립 운동가의 아들은 내로라 하는 건설 업체 대표, 그리고 가짜 김태원의 아들 역시 전직 공직자였다. 60년대의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행정 과정에서 브로커와 보훈처 직원의 커넥션들이 빈번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돈으로 양반을 사서 행세를 하듯 그렇게 독립 유공자의 서훈을 돈으로 사는 일도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김태원의 경우 취소되기 전까지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4억 5천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돈은 환수되지 않았다. 국가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35조에 근거하여, 가짜가 밝혀진다 해도 취소와 보상금 반환 요구만 할 뿐 강력한 법적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비한 법 조항도 이러한 '가짜'의 도발을 조장한다. 즉 설사 가짜로 밝혀져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심리가 이런 풍조를 부추긴 셈이다.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심지어 일부 후손은 국가에서 서훈을 줘서 받은 건데 이제 와서 취소를 했다며 오히려 보훈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원고가 패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불복햐 일부 유족은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패소 후, 대전 공원에 세워진 비석 앞에는 '철거 예정' 안내문이 세워졌다. 하지만, 제작진이 찾아가보니 안내문은 사라지고 유족은 자신들이 찾아낸 자료라며 다시 한번 서훈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2018년 국정 감사 과정에서 가짜 독립운동가에 대한 질의를 받은 피우진 보훈처장은 당시 전수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큐 시선> 방송 중 제작진의 질문에 보훈처는 '조사할 계획'이며, '검증할 예정'이라는 모호한 답을 들려주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라면 가짜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까?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6일 방송된 EBS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편 중 한 장면ⓒ E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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