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의 배우 이상윤이 2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의 배우 이상윤이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때를 두고 쓰는 말일 거다. 2007년 최지우를 위기에 빠뜨리는 나쁜 남자였던 그는(MBC <에어시티>), 2015년 다시 최지우를 눈앞에 두고 세상에 또 없을 것 같은 괜찮은 남자가 됐다. 스치듯 지나갔던 '구 남친'에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연으로 발돋움하기까지, 딱 8년이 걸렸다. 지난 10월 종영한 tvN <두 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을 연기한 배우 이상윤 이야기다.

이상윤도 그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최지우에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싶어 이번엔 '같이 연기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배우, 함께 호흡을 나눌 수 있는 배우가 됐다'고 느끼게 해 드리고 싶었다"고 입을 연 그는 "그래서 차현석 역할에 욕심이 더 났다"고 했다. 흥행의 공도 온전히 최지우에게 돌렸다. 그는 "(최지우) 선배님이 이끌어 주시는 가운데 따라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면 고생은 선배님이 다 한 것 같기도 하다"라며 "모든 게 갖춰진 상황에서 작품을 만났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반듯하고 듬직한 '우재씨', 유치한 차현석이 되기까지

하지만 차현석을 빼놓고 어떻게 <두 번째 스무살>의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차현석은 고등학교 동창 하노라(최지우 분)를 남몰래 짝사랑해 왔던 인물이다. 하노라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국내 최고의 연극 연출가가 됐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하룻밤 불장난으로 그를 버리고(?) 어린 나이에 결혼한 뒤 20년 만에 자신 앞에 나타난 하노라를 이리저리 구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차현석처럼 열여덟에 만났던 첫사랑을 서른여덟에 다시 만나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상윤의 해석은 "이런 경우엔 얼마든지 가능하다"였다. 그는 "(하노라가 결혼하면서) 차현석의 뜻과 상관없이 그의 감정이 멈출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며 "아마도 차현석의 입장에선 (하노라가 나타난 현재가) 과거로 타임슬립한 것과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vN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의 배우 이상윤이 2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의 배우 이상윤이 2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번째 스무살>에서 이상윤은 혼신의 '춤 연기'를 선보였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픈 하노라를 위해 교복을 입고 클럽에 가는 장면에서였다. 시청자는 그의 어정쩡한 춤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에겐 "혼신의 메소드 연기"였다고. 이상윤은 "하노라가 마음을 열고 즐길 수 있도록 더 정신줄을 놓고 춤을 춰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민


"아마 고등학교 때 하노라에게 고백하기 전날에서 바로 20년이 지난 지금으로 건너뛴 것 같았겠죠? 그러면서 유치함과 성숙함이 섞여 있는 차현석의 매력도 보였으리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땐 어른스럽다가도, 하노라만 만나면 유치해지고 감정적이 되니까요. 그게 저에겐 차현석을 연기하는 재미이기도 했어요. (하노라를 만나서) 확 질러 놓고는 '내가 왜 이러지?'라며 돌아오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즐거웠죠."

한동안 이상윤은 반듯하고 듬직한 남자의 표상과도 같았다. 시청률 40%대를 기록한 KBS 2TV <내 딸 서영이>(2012)가 그의 대표작처럼 여겨진 탓도 있었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탓도 있었다. 지난해 tvN <라이어게임>에 출연하며 어느 정도 이를 상쇄했다면,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인물로 분한 <두 번째 스무살>은 그에게 얼마든지 다른 얼굴이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한 신의 한 수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이 작품을 선사한 건 <내 딸 서영이>로 그를 '국민 우재씨'로 만들었던 소현경 작가다.

"작가님이 절 많이 믿어주신 거죠. 대본 리딩 날 저에게 '잘할 거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씀이 감사했죠. 아무래도 <내 딸 서영이>를 하며 작가님의 스타일을 접했고, 대본을 해석하는 데 있어 작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적도 있어서 이번엔 작가님의 글에 담긴 뜻과 의도를 좀 더 깊이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종영 후 해주신 말씀도 기억에 남아요. <내 딸 서영이> 때보다 발전한 게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시엔 연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젠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죠. 작가님이 대본에 차현석의 여러 가지 모습을 써주셔서 할 수 있었던 것인데도 말이죠. (웃음) 정말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이렇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이게 연기하는 재미구나' 싶기도 했고요."

이 '모범생'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

 tvN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의 배우 이상윤이 2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지난해 출연한 <라이어게임>을 두고 "우리 팀은 그 작품만 기다리고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 회 파격적인(?) 의상으로 논란 아닌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에 대해 "기존의 하우진과 다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나름 고민하고 고민했던 의상인데, (반응에) 놀랐다"고 전한 이상윤은 "지금이야 우스갯소리로 그 당시의 반응을 이야기할 수 있다, 비슷한 색깔의 의상이 오면 '어, 이거?'하고 스태프들과 함께 농담하는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정민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사람" - 이상윤이 말하는 이상윤은 이런 사람이다.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주고, 노력하려고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연기할 때만이라도 그렇게 안 하려고 하지만, 어쩔 땐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순간도 있다"고 털어놨다. 전형적인 '모범생'의 모습이다. 그가 연기 외적으로 쌓아올린 배경도 이 모범생적인 자기 연마에서 비롯됐을 테다.

흥미로운 건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는 그가 연기를 시작하고부터 겪는 변화다. 물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천성은 멀리 가지 않았지만, 이상윤은 여기에 과감함을 덧대고 있다. "기존의 나의 모습이 정해지고 계획된 모습, 자유로움과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그는 "연기를 하며 점점 내가 갖고 있던 틀이 깨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라도 "연기에 삶을 털어 넣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이 똑똑한 배우는 알고 있다.

반듯하고 듬직한 '우재씨'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던 것도 이 의도적인 과감함 덕분이다. 대중이 그에게 찾는 모습을 따라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윤은 단호하다. 그는 "그 모습을 갖는 게 싫다기보다는 그 모습만 갖고 있다는 게 싫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라며 "(대중이) 하나의 모습을 좋아해 준다고 해서 그 모습만 반복할 생각은 죄송하지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느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기자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면을 갖고 있을 거예요. 자신만의 색깔, 고유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외의 모습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고요. 다만 아직 그 모습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연기라는 건 그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또한 그 기회를 얻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고요. 조금씩, 꾸준히 반경을 넓혀 가다 보면 언젠가 '이 연기자에게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긴 했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순간이 올 것 같아요. 그게 연기자로선 가장 감사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요. 자신감을 갖고, 제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밀어붙여야죠. 뭐가 없어도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도록!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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