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방출 후 5개월 동안 시간만 흘러

재능으로만 보면 한국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고종수(26). 현재 그는 축구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J리그 방출 후 소속팀을 찾지 못한 채 축구화를 마냥 벗어 놓고 있는 상태다. 원 소속팀이던 수원 삼성은 그의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계약 조건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

고종수 파문이 처음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9월이었다. 일본 무대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자 교토는 고종수를 방출하고 네덜란드 출신의 공격수 레질리오 시몬스를 영입했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 코치를 지냈던 핌 베어백 감독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고종수의 스트라이커 적응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어쨌든 아쉬움을 남긴 채 국내에 돌아온 고종수는 그간 한국 땅에서 5개월여를 보냈다. 매니저를 통해 나름대로 빠른 복귀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수원과는 제대로 협상도 해보지 못한 채 일본 이적 당시의 합의서 해석을 놓고 감정 대립으로만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현재의 여건은 5개월 전보다도 못한 상태다. 이적 당시의 합의서 해석을 놓고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큰 데다 얼마 전에는 서정원 문제로 아직까지 수원과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안양 LG가 고종수 영입전에 끼어들었다. 이에 대해 수원은 안양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이후 고종수에 대해서도 그리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종수 이적을 둘러싼 논란

고종수를 둘러싼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프로축구연맹이 자유계약선수(FA)가 소속팀을 옮길 경우에도 새 팀이 원소속팀에게 이적료를 물리게 한다는데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우로 FIFA에서도 인정하는 않는 규정이다.

당연히 고종수가 교토 퍼플상가로 옮길 때 교토는 수원의 이적료 요구에 크게 반발했고 수원이 한 발 양보를 하는 선에서 결국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 일로 수원은 고종수의 예는 이적이 아닌 임대의 형식이라 여기고 있고 반면 고종수측은 이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원과 고종수측은 일본 진출 당시의 합의서에 대해서도 선수 개인의 사인 대신 대리인의 사인이 들어간 합의서가 유효성이 있으냐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연맹의 FA 이적료에 관한 규정이다. 이적료를 인정하게 되면 현행 FA 제도 자체가 모호해져 버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축구연맹은 이런 부분을 인정해 내년 시즌부터 FA에 대한 이적료를 폐지하기로 했다.

한편 FIFA의 고종수 신분에 대한 유권 해석은 선수의 사인 대신 대리인의 사인이 들어가도 유효하다고 인정해 합의서도 유효하다는 것이지 이적료 관한 부분에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으로는 FIFA가 국내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았다는 쪽에서 해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유권 해석은 당사자인 고종수나 수원 삼성 혹은 프로축구연맹이 FIFA에 대해 정식 제소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한 때 언론을 통해 양측이 본격적인 협상을 한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재 별 진전이 없다. 고종수 측은 고액의 계약금 대신 이를 연봉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을 새롭게 내밀었지만 수원은 연봉 보전에 대해 순수 연봉보다는 수당제를 희망하고 있다. 치열한 신경전에다 한치의 양보도 없어 접점 도출은 갈수록 태산이다.

불리한 고종수, 한 발 양보해라

그러나 기자의 눈으로 봤을 때 이번 사태의 해결에는 고종수 쪽의 유연함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선수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면 반드시 그 권리를 되찾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종수에게 불리한 조건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계약서 상의 내용을 살폈을 때 고종수는 교토와 계약이 끝나면 팀으로 복귀한다는 조항에다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에 위약금도 100만달러로 매겨 놓았다.

고종수 측의 계약금 주장 역시 다소 무리한 대목이다. 교토로 떠날 때 이적료를 받지 못한 수원에게 돌아온 후 계약금을 내놓으라는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프로축구연맹의 어설픈 규정 탓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연맹의 FA 이적료에 관한 규정이 세계적 수준과 동떨어져 있기에 FA였던 고종수의 일본 진출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물론 고종수 측의 주장대로 합의서 자체가 무효라면 경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국제축구협회(FIFA)는 대한축구협회가 의뢰한 고종수 신분에 대해 수원 삼성 소속이라고 유권 해석했다. 설사 법정으로 가더라도 스포츠 사안의 경우 냉정히 법적 테두리를 적용하지 않는 현실에서 시간적 소요를 고려하면 고종수에게 유리한 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고종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다. 아직 26살의 젊은 나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가장 활발해야 할 시기에 운동장 밖에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놓고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2004-02-28 11:5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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