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월드컵 이후 축구열기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면서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그 열기에 힘입어 연일 '대박'을 터뜨리던 K리그의 열기가 시들어가는 추세를 보이며 또 다시 한국인의 '냄비근성' 에 대한 얘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 텅 빈 경기장
ⓒ 권오상
월드컵이 끝난 직후 경기당 평균 2만 5000여명의 관중이 들끓었던 경기장도 이제는 겨우 1만명이 겨우 넘는 관중들이, (그것도 대부분이 구단의 서포터즈) 찾아올 뿐이다. '만 명이 어디야!'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달여 전의 초만원 경기장의 관중수가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절반 이하로 격감했다는건 정말 '냄비근성'을 의심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축구인들은 프로축구의 주 관중층인 10대 후반의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9월 들어 개학, 개강을 하면서 바빠진 것을 관중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K리그의 운영상태나 스타플레이어들의 외국진출 등이 더욱 큰 요인이라는 일반의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문제뿐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빨리 식어버리는 근성, 흔히 말하는 '냄비근성' 그 근성 자체를 문제점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이 '냄비근성'을 뒷받침할 만한 경기가 얼마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바로 9월 들어 벌어졌던 통일축구와, 청소년 대표와 아시안게임 대표의 경기, 그리고 청소년 대표팀의 아르헨티나, 브라질과의 평가전. 티비로 중계를 보건 경기장을 찾아갔던 대부분의 사람이 관중수가 지난 월드컵이나 K리그 초반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골수 축구팬들은 배신감도 많이 느꼈으리라.

작은 경기도 아니거니와, 특히나 통일축구 같은 크고 의미가 있는 경기는 지난 월드컵 때와 같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건만 썰렁한 경기장의 모습은 축구인들에게 배신감을,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 충분했다. 만일 K리그의 부진이 국민들이나 일부에서 말하는 스타플레이어나 리그의 시스템이 문제라면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런 큰 경기에는 어찌하여 관중이 뜸하겠는가?

이런 최근의 동향만 보아도 확실히 K리그의 부진이 절대 리그의 시스템이나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만이 주된 원인이 아니라, 국민들의 월드컵때 같은 열정이나 축구에 대한 관심,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결책 또한 하루빨리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시안 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아시안 게임 축구종목에서 예전같이 붉은물결이 요동치는 경기장을 국민 모두가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라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니다. 국민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축구사랑을 실천했던 지난 6월, 그런 뜨거운 열정도 나름대로는 좋지만, 지금 국내 축구에 필요한것은 따뜻하면서도 끈기 있는 관심이 아닐까 생각하는 바이다.
2002-09-19 10: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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