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4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4-0으로 승리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첫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했던 두산은 깔끔한 팀 완봉승으로 설욕에 성공하며 이날 NC 다이노스에게 0-8로 패한 5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16승17패).

두산은 6.1이닝7피안타3사사구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토종에이스' 곽빈이 7번째 등판 만에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고 3명의 불펜투수가 남은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1회 무사1,3루에서 선제 희생플라이를 때린 양의지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이 선수가 두산 타선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 9안타3홈런12타점을 폭발하고 있는 베어스의 '캡틴' 양석환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1사 3루 두산 양석환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1사 3루 두산 양석환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 3회에 불과했던 두산-LG의 트레이드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가 1985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올해로 40년째 잠실야구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두산과 LG 트윈스는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LG가 흥할 때는 두산이 주춤하고 두산이 전성기를 보낼 때는 LG가 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양 팀은 좀처럼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프로 원년부터 현재까지 양 팀이 성사시킨 트레이드는 단 3건에 불과하다.

두산과 LG의 첫 트레이드는 1990년 1월에 있었던 김상호와 최일언(LG 투수 인스트럭터)의 맞트레이드였다(이는 LG가 MBC 청룡을 인수하고 단행한 첫 트레이드였다). OB 유니폼을 입은 김상호는 김형석과 함께 OB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다가 1995년 25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20승 투수' 이상훈(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을 제치고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이는 프로 원년의 박철순에 이어 베어스의 두 번째 MVP였다.

반면에 1985년 10승, 1986년 19승,1987년 14승을 기록하며 OB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일언은 LG 이적 후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최일언은 LG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0년 15경기에 등판해 3승2패 평균자책점4.62로 부진하며 LG의 우승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고 이듬 해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1년 만에 LG를 떠났다. LG에게 김상호와 최일언의 맞트레이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첫 트레이드 이후 무려 18년 동안 거래가 없었던 두산과 LG는 2008년 6월 이재영과 김용의(LG 2군 외야수비·주루코치)가 LG로 이적하고 최승환(인천고 코치)과 이성열(kt 위즈 육성·재활군 타격코치)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최승환은 2년 동안 147경기에 출전했지만 2010년 양의지의 등장과 함께 경쟁에서 밀렸고 이성열은 2010년 24홈런86타점을 기록한 후 2012년7월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했다.

두산 시절 필승조로 활약했던 이재영은 LG 유니폼을 입고 2년 동안 89경기에 등판해 6승7페12세이브9홀드를 기록한 후 2010년7월 SK 와이번스로 팀을 옮겼다. LG 이적 당시 루키였던 김용의는 군복무를 마치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 잡았고 내·외야를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특히 2016년에는 LG의 1번 타자 겸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타율 .318 62득점19도루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적생 거포에서 두산의 주장까지

2008년 트레이드 이후 다시 10년 넘게 트레이드가 없었던 두산과 LG는 2021년 3월 세 번째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왔다. 두산의 좌완 함덕주와 우완 채원후(개명 전 채지선)이 LG로 이적하고 LG의 내야수 양석환과 좌완 남호가 두산으로 팀을 옮기는 트레이드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좌완투수를 원했던 LG와 장타력을 갖춘 우타거포가 필요했던 두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트레이드였다.

2018년 22홈런 82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상무에 입대한 양석환은 군복무를 마친 후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에 밀려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결과적으로 양석환의 두산 이적은 '전화위복'이 됐다. 양석환은 2021년 28홈런96타점으로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고 2022년 20홈런 51타점,작년 21홈런89타점으로 김동주(1998~2003년) 이후 20년 만에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두산의 토종우타자가 됐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양석환은 4+2년 총액 78억 원의 조건에 두산과 FA계약을 체결했고 이승엽 감독은 두산 이적 4년째를 맞는 양석환에게 주장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양석환은 4월 중순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78억 타자' 양석환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던 4월 후반부터 두산팬들이 기대하던 양석환의 진면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4월 21일 키움전까지 타율 .200 3홈런12타점에 그쳤던 양석환은 최근 7경기에서 타율 .464(28타수13안타) 3홈런13타점을 몰아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NC전부터 30일 삼성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9안타(3홈런)12타점을 집중시키는 무서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양석환은 30일 삼성전에서도 첫 타석 1타점 적시 2루타를 포함해 2안타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만들며 시즌 타율을 .265까지 끌어 올렸다.

양석환은 지난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두산이 1회 5-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회말 5-5 동점을 허용하자 경기 도중 선수들을 집합시켜 강한 어조로 선수들의 집중과 분발을 촉구했다. 자칫 성인들이 모인 프로 스포츠에서 주장이 언성을 높이면 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석환은 최근 5경기에서 9안타3홈런12타점으로 솔선수범하며 '주장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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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베어스 양석환 5경기12타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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