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여자)아이들이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시작 전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2024.3.21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시작 전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2024.3.21 ⓒ 연합뉴스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노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Fate)'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에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8일 멜론 'TOP 100' 차트 1위에 오른 이 곡은 25일 현재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킨 비비의 '밤양갱', 신예 보이그룹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르세라핌의 'Easy', 아이유의 'Love wins all'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아래 '아딱질')는 지난 1월 29일 발매된 (여자)아이들의 정규 2집 < 2(Two) >에 수록된 곡이다. 팀의 주축인 전소연이 작사·작곡을 맡은 곡으로, 대부분의 수록곡이 그렇듯 발매 당시에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발매 직후에는 스트리밍 차트 10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 유튜브 콘텐츠 <잇츠 라이브> 등에서 선보인 밴드 라이브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타이틀곡만 접했던 일반 음악 팬들도 '아딱질'을 찾아 듣게 되었다. 음원 스트리밍 차트 300위권에 머물렀던 '아딱질'의 순위는 서서히 상승을 거듭했다.

발매 4주차에 39위로 진입했고, 매주 조금씩 상승한 끝에 결국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이나 후속곡, 선공개 곡이 아닌, 수록곡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K팝은 '아딱질'이 최초다. 역주행에 화답하며, (여자)아이들은 새로운 라이브 클립 영상을 공개하고 KBS 2TV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등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노래의 문을 여는 것은 펑키한 기타다. J팝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와 코드, 멜로디 역시 차트의 다른 곡들과 차별화된다. 새로이 찾아온 인연을 대하는 독특한 가사 역시 매력으로 작용했다. 바쁜 일상을 녹여낸 한국어 가사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입에 빵을 물고 학교로 달려가는 여주인공의 모습'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라이브 클립 티저 이미지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라이브 클립 티저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전소연은 (여자)아이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화 같은 장면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 설명했다. 처음 마주친 사람을 보고 어렴풋이 다른 생의 인연을 떠올린다는 가사는 이 곡의 핵심 주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이 곡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일부 장면 위에 삽입한 2차 가공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얻은 것 역시 역주행에 한몫했다.

"오늘도 아침엔 입에 빵을 물고 똑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온종일 한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피곤해 죽겠네."
"오랫동안 나를 아는 슬픈 표정을 하고 흔적 없는 기억 밖
혹 과거에 미래에 딴 차원에 세계에."


(여자)아이들은 'TOMBOY', 'Nxde', '퀸카' 등을 통해 가장 대표적인 걸크러쉬 그룹으로 우뚝 섰다. 연이은 히트로 두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있는 상태였다. 비록 신보의 선공개곡 'Wife', 고음과 공격적인 사운드로 채워진 타이틀곡 'Super Lady'가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오히려 발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수록곡이 예상 밖의 히트를 거뒀다.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이 타이틀곡에서 보여준 감성과는 상반되는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아딱질'의 흥행은 뉴진스, 라이즈, 투어스 등 이지 리스닝 계열의 K팝 아티스트가 차트에서 선전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케이팝이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화된 시대, 정교한 콘셉트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요즘, 한국어 가사 중심의 듣기 편안한 노래가 차트 정상에 올랐다는 의의를 남긴다.
여자아이들 아이들 아딱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