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이제 국민 간식 '닭강정'을 마음 편히 먹지 못하게 됐다. 어쩌면 누군가 닭강정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시 표면이 창백하지는 않은지, 민트초코향이 나는 건 아닌지 살피게 됐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닭강정을 보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안재홍' 탓이다. '은퇴작'을 또 한번 갱신한 그의 연기력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의 주오남에 이어 티빙 오리지널 < LTNS >의 사무엘까지 안재홍은 끊임없이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망가지는 걸 두러워하지 않았고,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과감하게 연기했다. 그 때문에 "혹시 이게 안재홍 은퇴작인가요?"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멈출 생각이 없었던 안재홍은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으로 돌아왔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작가 박지독)을 원작으로 한 <닭강정>은 황당무계한 설정과 독특한 유머 코드로 점철되어 있다. 우선, 시놉시스를 살펴보자.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남(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고군분투를 담은 이야기다.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했다고? 벌써부터 호불호가 나뉜다.  

안재홍의 도전에는 끝이 없다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닭강정>의 연출과 극본을 담당한 건 영화 <극한직업>,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이다.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을 표방하는 <닭강정>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차진 대사들이 가득하다. 허를 찌르는 해학과 말장난들이 B급 정서(시쳇말로 '병맛')를 강하게 풍긴다. 여기에 코믹 연기의 달인 류승룡과 안재홍이 보여주는 티키타카가 절정의 하모니를 보여준다. 

"상업 배우가 대중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론 '다양성'에도 크게 마음이 간다." (안재홍)

안재홍이 연기한 '고백중'이라는 인물은 '모든기계' 인턴사원으로, 노란바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이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즉흥으로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거리를 걷다가 거리낌없이 '킹받는' 춤을 추기도 한다. 안재홍은 웹툰의 '고백중'과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철저했다고 볼 수 있다. 

극중에서 류승룡이 무게 중심을 잡으며 존재감을 발휘했다면, 안재홍은 류승룡이 지지하는 도화지 위에 다채로운 색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역량을 뽐냈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설정은 허무맹랑해 자칫 이질감을 줄 수 있는데, 안재홍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그 설정을 수용하게 만들다. 헛웃음이 나지만,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분명 '병맛'인데 끝까지 시청하게 한다.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류승룡과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마치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 탁구 대회에 출전한 듯한 인상을 준다. 또, 닭강정이 된 민아가 추울까봐 휴지를 덮어주는 신이나 물엿을 발라주는 신 그리고 전 여자친구 홍차(정호연)가 "넌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니까"라고 말하는 신은 안재홍이었기에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그만큼 캐릭터 구축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특히 의문의 기계 안에 들어가 "차은우"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압권인데, 잘생긴 남자로 변하고 싶다는 욕망을 처절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마치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이 "아이시떼루"라고 외칠 때만큼이나 강렬하다.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싶었던 안재홍의 고민이 잘 담겼다. 고백중이라는 인물이 단단해질수록 <닭강정>의 세계관도 확고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닭강정>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작품이다. 국내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반응은 이미 양극단으로 갈라졌다. <닭강정>이 괴작인지 수작인지 판단하는 건 시청자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안재홍이 또 한 번 은퇴작을 갱신했다는 점이다. 그의 다음 연기가, 그가 묘사할 다음 캐릭터가 기대된다.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닭강정>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닭강정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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