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 KBS

 
KBS 2TV 주말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이 지난 17일 종영을 맞이 했다. 가족에게 평생 헌신하던 셋째 딸 효심(유이 분)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총 51부작에 걸쳐 다룬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2018년 <하나 뿐인 내편>으로 최고 49%대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주연배우 유이를 앞세워 주말 드라마 부진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화제성을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신사와 아가씨>(2021~2022) 이후 변변한 인기작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KBS의 갈증을 이번에도 채워주지 못했다. 1990년대 부터 30여 년 이상 KBS 2TV의 주말 드라마는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첫사랑>(1996~1997), <젊은이의 양지>(1995) 등 추억의 작품들이 기록적인 60%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본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게 기본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 KBS 주말 드라마는 예전의 영광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둔 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단순한 시청률 지표 뿐만 아니라 각종 화제성 지수, OTT 인기도 측면에서 일련의 작품들은 이름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예전 같지 않은 KBS 주말극 인기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 KBS

 
KBS 주말드라마는 몇 가지 기본 공식이 존재한다. 3대 이상의 다양한 세대를 중심으로 로맨스, 출생의 비밀 등이 늘 중심에 자리잡는다. 갈등을 야기하는 라이벌 같은 타 가족이 등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야기 막판에 도달하면 '핵심 빌런' 캐릭터는 언제나 벌을 받고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해피 엔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30여 년 이상 이와 같은 틀에 의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이 KBS 주말극이었고 큰 모험 없이도 늘 시청자들을 TV 화면에 붙잡아 놓을 수 있었다. 유동근, 천호진, 최수종 등 중견 배우들이 연말 시상식의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주말드라마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은 결과에 힘입었다.  

​그런데 tvN, JTBC 등 케이블과 종편 채널 드라마의 약진과 맞물려 지상파 드라마의 약세가 지속되었다. 여기에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까지 유명 스타 배우를 앞세워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속속 공개하면서 과거 '드라마 왕국' 등의 애칭을 자랑해온 지상파 3사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았고 중장년층의 든든한 지지를 받았던 KBS 주말극조차 '바람 앞의 촛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젊은 층 유입 없고 중장년층도 외면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한 장면. ⓒ KBS

 
일종의 공식처럼 구성되는 KBS 주말극의 기본 골격은 가뜩이나 TV를 보지 않는 젊은 시청자들의 기호와는 큰 폭의 거리감을 두고 있다. 해당 연령대의 선택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시청률, 화제성 지수 등에서 하락세를 나타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된 셈이다. 해당 시간대에 늘 TV를 켜놓는 중장년층조차 예전 같지 않다. 이들 세대 조차도 모바일(유튜브), OTT 등으로 영상 매체 감상 수단을 바꾸고 있다보니 30~40% 대의 기록적인 시청률은 이제 과거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뻔한 내용의 답습도 한몫을 차지한다. 더 이상 대가족 구성의 세대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임에도 불구하고 KBS 주말극은 늘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손자까지 3대가 한집에 거주하는 특이한(?) 방식을 고집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막장 드라마에 가까울 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몰입 또한 예전만 못한 결과를 야기한다.  

<효심이네 각자도생>만 하더라도 신파성 전개, 고구마에 가까운 주인공의 답답한 행보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꾸준한 화면 몰입을 할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종영이 임박한 시점에선 급기야는 1년 가까이 잠적하는 황당한 상황도 빚어진다. 이러한 식의 이야기 구성은 전작 <진짜가 나타났다> <삼남매가 용감하게>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진 탈출 돌파구가 있을까?
 
 3월 23일 첫 방영되는 KBS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3월 23일 첫 방영되는 KBS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 KBS

 
<신사와 아가씨>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지현우를 앞세워 오는 23일부터 후속작 <미녀와 순정남>을 선보인다지만 과연 반등에 성공할지 여부는 물음표에 가깝기만 하다. 당장 많은 시청자들은 <뷰피풀 월드>(MBC)의 처절한 복수극,  김수현+김지원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눈물의 여왕>(tvN)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주말 밤 시간대의 현실이다.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했던 MBC 드라마만 하더라도 과감한 투자 속에 금토 드라마라는 변형된 형태로 옛 명성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역시 같은 요일에 걸쳐 '정의 구현'을 소재로 다채로운 작품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 SBS 드라마의 튼튼한 인기를 생각하면 KBS의 주말 시장 대응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OTT를 통한 작품의 인기 몰이는 그저 남의 이야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렇다보니 블록버스터급 제작은 언감생심이고 유명 스타 캐스팅도 요원하기만 하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기존 제작 인력의 이탈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가뜩이나 타 방송사 대비 고비용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재 확보조차 여의치 않은 KBS가 과연 높아질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채워줄지 의문시 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KBS 효심이네각자도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