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 없어도 완벽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호주에 4-1 역전승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왼쪽)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운데)와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와 기뻐하고 있다. 프랑스는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낙마했으나 이날 지루의 멀티골로 호주를 4-1로 꺾었다.

▲ 프랑스 축구팀 ⓒ AFP=연합뉴스


  FIFA 월드컵에는 여러 가지 징크스가 있다. 그 중 21세기에 전해지고 있던 징크스로는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었다.

대개 디펜딩 챔피언은 4년이 지난 뒤 다음 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단계까지 생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에 있었던 월드컵 중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크게 부진했던 경우로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던 브라질이 유일했을 정도다.

당시 브라질은 1958년과 1962년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었던 최강의 팀이었다. 그러나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는 스트라이커 펠레가 불가리아와의 1차전에서 부상을 입는 바람에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헝가리와의 2차전에서 패배한 브라질은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펠레의 부상이 재발하는 등 불운이 겹치며 1승 2패로 탈락했다.

20세기까지의 월드컵 기록으로는 1966년의 브라질을 제외하고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 1930년 제 1회 대회를 우승했던 우루과이의 경우는 1934년 이탈리아 대회에 출전을 거부했는데, 이 경우는 아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개로 본다.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릴레이를 시작했던 프랑스

이후 디펜딩 챔피언들은 다음 대회에서도 어느 정도 선전하는 편이었다.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최소 조별 리그를 통과하면서 어느 정도 이름값을 했다. 2002년 월드컵까지 디펜딩 챔피언은 다음 대회 예선도 면제 받고 본선에 자동 진출하는 혜택을 누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공동으로 개최했던 2002년 월드컵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진출했던 팀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두 번째로 개최했던 1998년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선에 자동 진출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 열렸던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지네딘 지단이 부상을 입으며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2002년 5월 31일(이하 한국 시각) 서울에서 열렸던 월드컵 개막전에서 지단 없이 경기에 임했던 프랑스는 월드컵 첫 출전 팀이었던 세네갈에게 0-1로 패하면서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자신들을 한때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한 세네갈은 이 여세를 몰아 A조를 2위로 통과하고 8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반대로 개막전에서 패했던 프랑스는 이어진 2차전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득점 없이 비겼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퇴장을 당하면서 덴마크와의 3차전이 더욱 암울해진 상황이었다. 지단이 부상 투혼으로 출전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덴마크에게 패하며 무득점으로 A조 최하위를 기록하는 굴욕을 겪었다.

2002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브라질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8강 진출에 그쳤다. 공교롭게 8강전에서 브라질을 격파한 팀은 디펜딩 챔피언 부진 릴레이를 시작했던 프랑스였고, 프랑스는 2006년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프랑스와 승부차기 혈투 끝에 우승한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대회 조별 리그에서 F조 최하위를 기록하고 광탈했다. 프랑스도 A조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개최국 남아공과 함께 동반 탈락했다.

다른 팀으로 전해진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통산 첫 우승을 차지했던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 리그에서 광탈했다. B조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1-5 대패를 당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칠레에게도 0-2로 패했다. 그나마 스페인은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며 최하위는 면했다.

2014년 대회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여세를 몰아 우승까지 차지했던 독일은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부진했다. F조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0-1로 패했던 독일은 두 번째 경기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2-1로 승리하면서 기사회생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독일은 카잔에서 열렸던 3차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에 합류하게 됐다. 16강 진출을 위해 다득점 승리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추가 시간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실점하며 패한 것이다. 다급해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했지만 오히려 골문을 비운 탓에 추가 실점까지 하면서 0-2로 완패했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이래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가 처음이었다. 독일은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본선에서도 일본을 상대했던 첫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2018년 대회의 우승 팀은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릴레이를 시작했던 프랑스였다.

안 좋은 징크스 끊어낸 프랑스, 호주 상대로 좋은 징크스 이어가

2022년 월드컵에도 본선에 참가한 프랑스는 20년 전이었던 2002년처럼 위기 상황에 놓였다. 2002년에는 지단의 부상 공백과 앙리의 퇴장 등 불운이 겹쳤는데, 이번 2022년에도 은골로 캉테(첼시),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폴 포그바(유벤투스)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2018년 자신의 모습을 화려하게 세계에 선보이며 우승을 견인했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망)가 있었다. 음바페는 11월 23일에 있었던 호주와의 D조 첫 경기에서 직접 득점까지 올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4년 전 우승할 때 무득점에 그쳤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도 이 경기에서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프랑스는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부진한다는 안 좋은 징크스를 만들어냈던 릴레이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끊어냈다. 첫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면서 징크스와 관련된 우려를 스스로 잠재웠다.

사실 여기에는 또 다른 징크스가 있었다. 바로 상대 팀 호주의 징크스였는데, 호주는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었던 팀을 상대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는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스페인이 3패를 면했던 이유 중 하나도 호주의 이 징크스 때문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와 호주가 D조에서 만나게 되면서 두 가지 징크스가 서로 충돌하게 되었는데, 호주의 징크스가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후 호주는 2차전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프랑스의 2차전 상대는 프랑스를 웃게 하기도 하고 울리기도 했던 덴마크였다.

1998년 조별 리그에서는 프랑스가 덴마크에게 승리하며 우승 가도를 달렸고, 2002년 조별 리그에서는 덴마크가 승리하며 프랑스에게 무득점 탈락의 굴욕을 안겼다. 2018년에는 두 팀 모두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3차전에서 만났기 때문에 무승부로 체력을 아끼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와 덴마크는 서로의 순위 운명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났다. 음바페가 선제골을 넣은 뒤 덴마크가 동점을 기록하며 압박했지만, 다시 음바페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덴마크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다(2-1).

가장 먼저 16강에 안착한 프랑스, 2회 연속 우승까지 도전?

호주의 안 좋은 징크스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한 프랑스는 결국 이번 대회에 출전한 32팀 중 가장 먼저 승점 6점을 확보했다. 프랑스는 D조의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32팀 중 가장 먼저 16강에 안착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냈고 디펜딩 챔피언들을 괴롭혔던 징크스를 스스로 끊어냈다.

프랑스는 D조에서 상대적으로 하위권으로 예상되었던 튀니지와의 경기가 남았다. 만일 튀니지가 프랑스에 승리할 경우 튀니지가 16강에 합류할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력 차이가 커서 튀니지가 승리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리고 프랑스에게 재밌는 상황이 찾아왔다. 프랑스의 16강전 상대 팀은 C조 2위가 될 가능성이 큰데, C조의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생긴 상황이다. 11월 27일까지 C조의 리그 2차전 결과를 보면 C조의 선두가 폴란드(승점 4점), 2위가 아르헨티나(승점 3점)이기 때문이다.

C조가 상황이 이렇게 혼란에 빠지게 된 데에는 개최국 카타르의 이웃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선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C조의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사우디는 비록 폴란드에게 0-2로 패했지만 옛날처럼 일방적으로 밀리던 승점 자판기가 아니었다.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가 멕시코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면서 아르헨티나는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다.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7회 연속 16강 진출 기록을 이어가던 멕시코는 폴란드와 비기고 아르헨티나에게 패하면서 이 좋은 징크스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는 폴란드를 상대하고 멕시코는 사우디를 상대한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모두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경험이 적은 팀들을 상대한다고 하지만, 폴란드와 사우디 모두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방심 할 수 없다.

폴란드는 21세기에 들어와서 조별 리그 3차전만 승리하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2차전에서 사우디에게 승리하면서 그 징크스를 끊어냈다. 사우디는 C조를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만든 장본인으로서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28년 만에 16강에 합류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C조의 결과를 기다리는 프랑스로서는 16강전에서 어떤 팀을 만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C조의 4팀 모두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아르헨티나를 16강전에서 만나게 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3차전에서 힘을 뺄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 대회들을 보면 지금까지 이어지는 징크스가 있는가 하면, 언젠가는 끊어지는 징크스도 있다. 자신들에게 안 좋게 작용했던 징크스를 스스로 끊어낸 프랑스가 16강을 넘어 이탈리아(1934, 1938)와 브라질(1958, 1962)만 성공했던 2회 연속 우승에 도전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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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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