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 SBS

 
지난 12일부터 방영중인 <소방서 옆 경찰서>는 기존 SBS 금토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이다. 매주 이 시간대면 경찰 혹은 변호사, 기타 직종 인물이 나서 악인들을 물리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드는 형식이 주를 이뤘고 <열혈사제> <날아라 개천용> <모범택시> <원더우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천원짜리 변호사> 등의 화제작 탄생으로 이어지는 SBS만의 성공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제목부터 기존 금토 드라마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소방서를 결합시키면서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의 경우 범죄 수사물 <로 앤 오더>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자 딕 울프의 또다른 인기작 일명 '시카고' 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시도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 시카고 PD > <시카고 파이어> < 시카고 MED > 등 경찰관+소방관+의사들의 독립된 시리즈를 크로스오버 시킨 방영분을 수시로 제작한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등 미드 수사물의 방식을 적절히 벤치마킹하며 전혀 다른 두 기관의  공조를 통해 사건 해결에 돌입한다. 일단 전작 <천원짜리 변호사>의 후광 속에 1회는 제법 괜찮은 시청률(전국 7.6%, 닐슨코리아 기준)에 쏠쏠한 화제몰이도 만들어내는 중이다.  

사건의 배후에 제3자가 있다?  ​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 SBS

 
첫 회 인질범을 잡기 위해 불까지 지르는 미친 짓(?)으로 소방관들을 놀라게 만든 형사 진호개(김래원 분)는 지난 18일 방영된 2화에선 어느 여중생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수사에 돌입한다. 학교 생활에 적응 못 하고 외톨이 신세인 여중생 현서가 위험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후배 형사 공명필(강기둥 분), 소방서 응급 구조사인 송설(공승연 분)과 더불어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의식이 있는 현서를 찾고 안심했지만 이상한 액체가 든 드링크 병을 발견하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숨을 쉬지 못하겠다는 학생의 말에 송설은 산소 마스크를 씌워줬는데 이것이 복용한 독극물의 화학작용을 재촉시켰고 결국 현서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현서의 휴대폰에는 그 순간 협박 문자가 도착해있었고 이 내용을 확인한 호개는 제3자가 이 사건에 관여했다고 확신, 즉각 수사에 돌입한다. 장례식장에 모인 현서의 급우들이 마시고 남긴 일회용 컵을 수거하는가 하면 비밀 SNS를 찾아내면서 범죄 연관성까지 추적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현서가 만난 남자는 자신의 친아버지였다. 그에게서 딸이 1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촉법소년' 진술 받아낸 호개의 집념​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 SBS

 
우여곡절 끝에 용의자가 건물 외벽을 타고 집에 들어왔음을 확인한 호개는 점차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창틀에서 발견된 지문을 조회해봤지만 일치하는 인물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지만 호개가 따로 수집한 종이컵에서 동일한 지문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용의자는 다름아닌 학급 반장이었다. 아직 주민등록증 조차 나오지 않은 어린 학생이었기에 당연히 전산 조회로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인 줄 알았지만 사실 그는 불법 도박 게임에 현서를 끌어들이고 돈을 비싼 이자로 빌려준 뒤 이를 받아내는 등 악날한 행동을 일삼고 있었다. 반장의 집을 찾아간 형사들을 만난 반장은 자신의 휴대폰을 전자렌지에 넣고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등 수사는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이 학생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에 해당되었다.

영악하리만큼 수사관들을 능멸하는 반장에게 호개는 사건 당시 흘러나왔던 음악을 수시로 틀어 놓으며 심리적 압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너 생일 3개월 남았더라. 지금 입건해서 검찰 송치하는 데만 3개월 넘게 걸려. 그럼 너 기소할 때 촉법 아니야!"라는 거짓말로 그를 혼란에 빠뜨리면서 기어코 진술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는 호개가 체포했던 정치권 유력 인사 아들이 보석으로 풀려난 후 복수를 다짐하는 내용과 더불어 2년 전 미궁의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집에 입주한 호개의 재수사 및 그를 둘러싼 또 다른 위협이 예고되었다. 

질주하는 듯한 전개 vs. 개연성, 세밀한 설정 부재... '극과 극' 반응​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장면. ⓒ SBS

 
범죄, 수사물 등에 최적화된 배우 김래원을 중심으로 손호준, 공승연 등이 그려 나가는 <소방서 옆 경찰서>의 1~2회에선 막힘 없이 일직선을 그대로 질주하는 듯한 전개가 돋보였다. 잠시도 화면 밖으로 곁눈질할 틈을 주지 않는 등 몰입감을 키운 점은 이 드라마의 강점으로 손꼽을 만했다. 재밌게 첫회를 봤다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점도 이에 기인한다.  

반면 불호의 의견도 제법 적잖게 등장했다. 1화 속 범인과의 대치 장면, 화재 관련 내용에서 개연성의 부재, 아쉬움이 지적받은 것이다. 불이 났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인의 모습부터 진압 작전 과정에 대한 질책, 그외 세부 설정의 오류 등을 언급하는 견해가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번 2화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미 10여 년 전에 국내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된 맹독성 농약을 청소년이 취득한다는 내용을 들어 현실성 부재 등을 꼬집기도 했다. 이밖에 향후 시간이 쌓일 수록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호개를 그리기 위한 수단이긴 하지만 현장 속 소방관을 향한 안하무인식 언행은 드라마임을 감안해도 과하게 선을 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아직까진 허술한 극의 설계를 김래원이 맡은 진호개라는 캐릭터가 메워주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볼 만한 드라마임은 분명한데 뭔가 아쉬움이 공존하는 기묘함이 <소방서 옆 경찰서> 1~2회에선 공존하고 있다. 다소 벌어진 기대치와 결과물의 접점을 가깝게 연결시키기 위한 이 작품만의 묘책이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소방서옆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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