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윤종빈 감독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마지막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이 안 되니까, 그 사람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저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게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 가짜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실화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감독이 지난 2018년 영화 <공작>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해 국정원 언더커버 요원이 되어 고군분투 하는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로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조봉행과 그를 체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민간인 협력자 K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스릴러물이다. 지난 9월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 직전, 수리남 정부는 넷플릭스 <수리남>이 자국 명예를 훼손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수리남의 알베르트 람딘 외교 장관은 "우리나라를 마약을 거래하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렸다. 수리남은 더이상 마약 운송 국가도 아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는데 드라마로 인해 그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수리남을 관할하는 주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도 교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 달라. 염려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은 이에 대해 "법률적 검토는 넷플릭스 쪽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리남> 외에 다른 제목도 당연히 고려했지만 내레이션 첫 대사가 '수리남이라는 나라가 있다'이기 때문에 도저히 다른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가상국가로 바꾸는 등 다른 방법은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화 베이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상 국가 설정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홍어를 헐값에 수입하기 위해 수리남으로 온 강인구(하정우 분)는 전요환 목사의 계략에 휘말려 졸지에 마약을 몰래 운반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때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분)는 강인구에게 찾아와 비밀 작전을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윤종빈 감독은 이러한 실화를 듣고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K씨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봤다. 제 기준으로는 사실 납득이 잘 안 됐다. 평범한 민간인이 3년 동안 국정원 작전에 투입되어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게 납득이 잘 안 되지 않나.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K씨와 많이 나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러면서 이해가 되더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고 많은 경험을 갖고 있더라.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작품에도 실화 에피소드를 (강인구 캐릭터의) 전사로 많이 녹였다. 내레이션 전사의 80% 정도는 실제로 K씨가 겪은 이야기다."

윤종빈 감독은 K씨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더욱 극적인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드라마로 찍었을 때 시청자들이 '너무 말도 안 된다'고 할까봐, 실화인데도 제외한 이야기도 많았다고.

"영화적으로 표현했을 때 너무 극적이고 오히려 너무 클리셰에 가까워서 못한 것들도 많다. 언더커버 하려고 수리남에 다시 돌아왔을 때 K씨는 '스킨헤드'로 머리를 완전히 밀고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갱들과 싸우면서 전요환 쪽에 접근했다더라. 어떻게든 전요환 조직에 입성하고 싶어서. 이건 너무 클리셰이지 않나. <무간도>에도 나오는 스토리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뺐다. 그런 것들이 꽤 많았다. 실제로 총격전을 한 적도 있다더라."

"집단 성교 장면, 가족들 보기에 불편했을 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윤종빈 감독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수리남>의 실제 촬영지는 남미에 위치한 수리남이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이었다. 정작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윤 감독은 "수리남에는 (촬영을 할 수 있는) 현지 로케이션 시스템이 존재하질 않았다. 미술 스태프들 몇 명만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해서 답사를 했고 나는 아예 안 갔다. 어차피 촬영도 못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한 장면 중에서 윤종빈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대통령궁을 꼽았다.

"대통령궁을 찍었을 때 되게 재미있었다. 실제 도미니카 대통령궁이었다. 영화 <대부2>를 거기서 찍었다고 하더라. 저희도 기념 촬영을 했다(웃음). (도미니카 쪽에서) 협조도 엄청 잘해줬다. 대통령궁에서 해가 지는 시간에 드론을 띄워서 촬영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들어오고 있으니 드론을 내리라고 하더라. 우리가 지금 찍어야 한다고 (헬기에게) 한 바퀴만 더 돌고 와달라고 했는데 촬영을 계속하게 해줬다. 그 정도로 협조를 잘해줘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지." 

한편 <수리남> 초반부에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집단 성교를 벌이는 장면이 잠시 등장한다.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가족과 함께 보다가 깜짝 놀랐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윤종빈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조요환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사기를 쳤고 사람을 현혹시키는지 표현하려고 한 장면이었다.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통해 그 사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저는 딱히 그 장면이 선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보기엔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수리남>에는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조요환이 수영장에서 쉴 때 헐벗은 여성들과 함께하는 장면 등에서 잠깐씩 스쳐지나갈 뿐이다. 이는 그동안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에도 꾸준히 제기됐던 비판이기도 하다.

윤종빈 감독은 "항상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서도 "(여성 캐릭터를) 안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공작>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넣어 보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어떻게 써도 억지 같더라. <수리남>에서도 실화 에피소드에 여자가 없었다. 국정원 팀장 등 여성을 넣을 만한 인물을 고민해봤는데 안 되겠더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도 여자가 (작품에) 나와서 밸런스가 맞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민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또 고민해보겠다. 하지만 안 어울리는데 억지로는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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