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잔칫날>의 한 장면

영화 <잔칫날>의 한 장면 ⓒ 스토리텔러 픽처스

 
지난 2020년 12월 개봉한 독립영화 <잔칫날>은 코로나19 상황에서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유의미한 흥행성적을 나타냈다. 개봉에 앞서 2020년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4관왕에 올라 주목받았다. 탄탄한 이야기와 신인배우들의 연기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개봉 이후 2021년에는 부일영화상과 들꽃영화상도 수상했다.
 
<잔칫날>은 전형적인 지역영화다. 경남 삼천포 출신 김록경 감독이 고향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3년 영화 <돌려차기>에 배우로 출연했던 감독은 이후 시나리오를 쓰다가 2016년 단편 <연기의 힘>으로 감독에 데뷔했다. 첫 장편 <잔칫날>에 이어 최근에는 두 번째 장편 <진주의 진주>를 완성해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했다. 두 편의 장편영화는 모두 경남지역에서 촬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경남지역은 영화 제작이 활발한 곳은 아니다. 지역에 애정을 갖는 감독들이 출신 지역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김록경 감독은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것에 대해 "머물던 지역이라서 공간이 좋았고 영화나 영상으로 지역의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역에서의 제작은 여러 어려움이 수반된다. 김 감독도 "지역 출신으로 사람과 지역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제작 규모가 크지 않으면 지자체의 관심이 덜하고,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는 게 쉽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창작에 관심 보이지 않는 경상남도
 
 <오장군의 발톱>으로 모스크바영화제에 초청받은 김재한 감독

<오장군의 발톱>으로 모스크바영화제에 초청받은 김재한 감독 ⓒ 상남영화제작소 제공

 
경남지역에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한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김재한 감독도 경남지역의 정책적 무관심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김재한 감독은 2013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안녕, 투이>를 시작으로 2016년 <오장군의 발톱> 2020년에는 뮤지컬 형식의 영화 <쏴!쏴!쏴!쏴!탕> 등을 제작했다. 모든 작품이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에서 촬영했다. 경남 영화의 선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김재한 감독은 "<오장군의 발톱> 제작 과정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독립영화지원사업으로 4천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경남지역 지자체에 지역영화활성화 사업이 있었으나 지역영화인 지원보다는 촬영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지역 활동 영화인에 대한 특성 있는 지원이라기보다는, 지역에서 촬영된 작품에 혜택을 주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또한 "실질적인 제작비를 따지면 미미한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산이 많지 않은데 여러 명을 지원하려고 하다 보니 형식적이고 생색내는 차원의 사업이 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한 감독은 "멘토링 사업 등을 통해 기획개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꾸준한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잔칫날> 연출하고 있는 김록경 감독

<잔칫날> 연출하고 있는 김록경 감독 ⓒ 김록경 감독 제공

 
김록경 감독도 "경남에서 만든 영화라서 주목을 해주셨는데, 예산지원은 달라진 것도 없고, 중요한 작업은 서울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서는 상영회를 했으나 관심이 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지역 제작의 어려움에는 촬영 장비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김록경 감독은 "지역의 미디어센터에 있는 장비는 워크숍 등은 가능하나 극영화 촬영에는 활용할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부산영상위원회 통해서 장비를 대여하거나 더 필요한 것은 서울이나 대구로 가서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가 먼 지역에서 장비를 빌리려다 보니 오고 가는데 하루씩 소요돼 이동 시간으로 대여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지역 제작의 고충 중 하나다. 김재한 감독도 "외부에서 장비를 대여하면 기본이 5일인데, 하루만 필요해도 5일을 빌려야 하고 여기에는 대여일과 반납일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여일과 반납일을 빼면 실제적으로는 3일 정도만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영진위 사업 통해 지역 수요 확인
 
 화면해설작가 양성과정 교육 중인 진주 미디어센터 내일

화면해설작가 양성과정 교육 중인 진주 미디어센터 내일 ⓒ 미디어센터 내일 제공

 
그렇다고 지역에서 영화 창작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영진위 사업 중 가장 호평을 받는 지역영화 네트워크지원사업은 경남에서도 유용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진주 미디어센터내일 김민재 대표는 "영진위 지원사업이 있기에 교육수요가 확인되는 것"이라며 "이런 사업을 통해 관심 있는 사람을 끌어낼 수 있고, 지역에서의 영상교육 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주 미디어센터내일은 지역 창작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 등의 공적 지원이 아닌 민간 미디어센터라는 점에서 활동 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김민재 대표는 "2005년 미디어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며 "경상남도나 진주시 등에서 지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지자체가 영화 영상산업 창작 지원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창작 의욕이 있는 감독과 독립예술영화관이 있으나, 예산과 지자체의 관심이 적다 보니 영진위의 지원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남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인 씨네아트 리좀 하효선 관장은 "턱없이 적은 예산인데도,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아예 없고 기존 지원마저 끊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지자체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며 "그나마 10월 개최예정인 창원국제민주영화제에 창원문화재단의 도움을 일부 받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김민재 대표도 "경상남도의 창작 지원 예산도 주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주민참여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영화는 민관협력이 중요
 
 9월 2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영화산업 위기극복 방안 3차 토론회 : 영화의 확장과 지역영화’ 시작에 앞서 인사말하는 박기용 영진위원장

9월 2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영화산업 위기극복 방안 3차 토론회 : 영화의 확장과 지역영화’ 시작에 앞서 인사말하는 박기용 영진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경남 창작자들이 그나마 의지하고 있는 곳은 부산영상위원회다. 상대적으로 가깝고 장비 대여나 후반 작업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대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부산영상위원회가 협약을 맺어 경남지역 영화인들이 시설이나 장비 이용료의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 배주형 본부장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되면서 부산영상위원회가 경남과 울산 지역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최근 부울경 메가시티가 불투명해지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중심이 돼 취약지역인 경남과 울산을 아우르려는 구상에 차질이 생긴 모습이다. 

지역영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영진위는 민관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23일 '영화의 확장과 지역영화'를 주제로 진행된 영화산업 위기극복 방안 3차 토론회에서 지역영화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위원장은 "지자체에서 영화창작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영진위가 지자체의 지원과 연계해 예산을 편성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지원에 관심 없는 지역이라도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 일부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지자체 관계자들과 만나 지역 영화 활성화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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