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사냥> 스틸

영화 <늑대사냥> 스틸 ⓒ TCO(주)더콘텐츠온

 
<늑대사냥>은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이다. 과거 <공모자들>과 <변신>을 인상 깊게 본 터라 이번 신작을 기대하게 되었다. 클리셰를 거부하는 이야기 속에는 번뜩이는 복선이 있었고, 반전까지 선사해 장르물에 탁월한 감독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최근 <늑대사냥>으로 제7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할리우드 에이전시 WME(William morris endeavor)와 계약을 맺어 화제에 올랐다. 때문에 개봉 전 기대감은 폭발했고 청불 등급까지 더해지자 모처럼 만에 즐길 수 있는 영화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 30분 정도는 괜찮았다. 인터폴에서 관리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송하는 배. 한정된 공간, 범죄자와 경찰의 대치 상황, 숨어있던 또 다른 존재가 깨어나며 아수라가 펼쳐지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후 장르를 몇 번이나 변주하며 부실한 스토리가 금방 탄로 났다. 미스터리한 존재는 프랑켄슈타인의 그로테스크와 괴이한 존재의 흉측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배 안에 또 다른 존재로 인해 헤모글로빈은 본격적으로 과다 분출된다. 피비린내 나는 날 것의 풍경이 두 시간 중 한 시간 반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어나 크리처 장르에서 소모되는 피의 양과 살육의 수가 많아지는 건 이해하는 바이나. 하지만 충분한 설명 없이 등 떠미는 수준의 미약한 서사는 너무 했다. 어려운 살인이 장난하듯 이어진다.
 
무의미한 도륙의 시간
 
 
 영화 <늑대사냥> 스틸컷

영화 <늑대사냥>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갑자기 등장한 존재로 인해 장르는 여러 번 바뀐다. 범죄물이었다가 고어 액션으로 변경되어, 판타지, SF 장르로 마무리되었다. 속편을 의식한 듯한 열린 결말도 석연치 않다. <마녀>, <경성학교>의 남성 버전인가 싶을 정도로 안일한 구성이었다.
 
사지 절단과 피칠갑 장면은 초반에나 놀랐다가 개연성도, 의미도 없이 길어지니 지루해지기까지 했다. 보여주기를 위한 보여주기 식 잔혹한 장면이 계속되자 매스꺼움을 참기 힘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한낱 벌레 죽이듯 하는 장면이 이유도 없이 계속된다.
 
평소 고어 장르를 좋아하던 필자도 한눈 팔 정도면 정말 식상하단 소리다. 강렬한 장면은 좀 덜어내고 캐릭터의 입체성과 시나리오에 치중 했으면 좋았을뻔했다. 전작에 비해 힘을 더 준 시각적 쇼크에만 치중한 걸까. 젠더 감수성 떨어지는 여성 캐릭터의 소모적인 등장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김홍선 감독은 높은 수위와 출연진의 업그레이드에 많이 고민한 듯 했다. 성과가 아주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한국영화에 듣도보도 못한 빌런이 탄생했다. 서인국이 16KG 증량과 온몸을 휘감는 타투·피가 고이는 교정기로 캐릭터에 완벽 빙의했다. 
  
 영화 <늑대사냥> 스틸컷

영화 <늑대사냥>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크지 않은 분량에 선뜻 응해준 고창석, 성동일, 장영남은 김홍선 감독의 과거 작품에 출연해 호흡을 맞춘 사이로 친분을 과시했다. 훨씬 스케일이 커졌지만 캐릭터는 확실해 돋보였다. 배 안의 여왕으로 군림하고자 했던 존속 살인자를 장영란이 맛깔스럽게 연기했다.
 
앞서 지루하다고는 했지만 잔인한 고어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충격적 비주얼이 신선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호불호가 있겠으나 인간병기를 연기한 최귀화의 변신도 환영할 만하다. 스태프, 배우 모두가 현장에서 고생 꽤 했을 거로 추측한다.
 
하지만 개연성 부족한 시나리오는 오래 갈 수 없다. 정병길 감독의 <카터>에서 이미 증명되었듯 오로지 피의 향연과 액션에만 치중된 영화를 두 시간 보는 것은 또 다른 고문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장르 변화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스며들지 않아 아쉬웠다.
 
김흥선 감독은 날것의 액션 영화를 떠올렸다며, 2017년 필리핀과 한국의 범죄 집단 이송 기사와 1930년대 인체 실험 기사를 참고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전작들의 탄탄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주길 바란다. 한정된 공간에서 잔인한 일을 겪는 인간군상을 발현할 계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밝혀진 비밀의 정체는 결말의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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