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송민규가 기뻐하고 있다. 2022.8.10

10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송민규가 기뻐하고 있다. 2022.8.10 ⓒ 연합뉴스

 
'송민규 제로톱 카드'는 선수와 팀을 모두 살리는 윈윈 효과가 됐다.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송민규가 쾌조의 득점포 행진을 이어가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송민규는 18일 오후 5시 일본 사이타마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 출전하여 선제골을 터뜨리며 전북 현대가 대구FC를 2-1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송민규는 한교원이 오른쪽을 뚫어낸 뒤 올려준 공을 그대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전반 내내 열리지않던 대구의 골망을 갈랐다. 전북은 대구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종료 직전에 터진 김진규의 극장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서 송민규는 K리그1 수원FC전부터 인천유나이티드전에 이어 대구와의 ACL 16강전까지 최근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전북의 공격진을 통틀어 가장 좋은 활약이다. 그리고 이는 송민규가 최근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깜짝 전환한 기간과 일치한다.

송민규는 2018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 후 주로 2선 윙어로 나섰다. 2020년에는 생애 첫 두 자릿수 득점과 공격포인트(10골-6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까지 수상하고 K리그 최고의 스타로 도약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기 시작하며 최종예선에서는 주전으로 활약했으며 A매치 12경기에 출전했다.

송민규는 2021시즌 도중 리그 최강팀인 전북으로 이적했다. 전북에서 리그와 ACL 포함 19경기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리그 5연패에 기여했다. 하지만 전북 이적 직후에는 8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기도 했고, 전반기에 포항에서 더 적은 경기를 뛰고도 17경기 7골 1도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기대에 비하여 조금 아쉬운 활약이었다.

2022시즌에도 송민규는 2선에서 출전한 14경기에서 1골-1도움에 머물렀다. 물론 송민규 외에도 전북 공격진이 집단 부진에 빠진 상황이기는 했지만, 송민규의 스타일이 전북과는 맞지 않는 선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은 커졌다. 송민규의 활용방식을 둘러싼 김상식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직선적인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클래식한 윙어 스타일을 선호한 전북의 전술과 송민규의 플레이스타일은 잘맞지 않아서 계륵 취급을 받았다.

또한 소속팀에서의 골기근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쟁쟁한 유럽파에 엄원상, 나상호, 권창훈까지 자원이 풍부한 대표팀의 2선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못한 송민규의 월드컵 출전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늘어났다.

김상식 감독은 고심 끝에 송민규를 과감하게 최전방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작은 어쩔 수 없는 고육책에 가까웠다. 일류첸코가 FC서울로 이적했고, 구스타보가 좀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수 영입에도 실패한 전북은 2선 자원이지만 볼키핑과 연계능력, 제공권을 두루 갖춘 송민규의 장점을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선택을 내렸다.

임시변통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실 송민규는 2선자원이지만 스피드와 활동량보다는 우수한 신체 조건을 활용하여 위치 선정과 피지컬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송민규의 최적 포지션이 윙어보다도 세컨드 스트라이커나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3경기에서도 송민규는 명목상 최전방에 위치했지만, 전형적인 원톱이라기보다는 동료들과의 연계와 패턴플레이를 통하여 사실상 펄스 나인(가짜 9번)처럼 활용하는 제로톱 전술에 더 가까웠다. 수원 FC전에서 김진규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예리한 위치선정과 침착한 문전 마무리로 6개월 만에 리그에서 골 맛을 본 것은 송민규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13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원정에서도 비록 팀은 역전패했지만 송민규는 선제골을 넣으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송민규는 제로톱으로 나섰을 때 전방에서 측면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와의 몸싸움을 통해 볼을 지켜주고 동료들이 침투할 공간을 창출했다. 역습 상황에서는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드리블이나 오프더 볼 무브로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서 골운까지 따르다보니, 송민규도 자연스럽게 점점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북에게 송민규의 활약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전북은 현재 K리그1에서 한 경기를 덜 치른 울산과의 승점차가 6점차까지 벌어지며 리그 6연패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ACL에서는 대구를 꺾고 8강에 올라 K리그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지만 연장접전을 치르며 주전들의 극심한 체력소모라는 부담을 안게됐다. 2016년 이후 6년만의 정상탈환을 노리는 전북은 사실상 리그 우승이 어려워진다면 이번 ACL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스트라이커 송민규'는 당분간 꾸준히 전북의 플랜A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스타보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반면, 꾸준히 골을 터뜨리며 컨디션이 한창 살아나고 있는 송민규의 역할과 포지션을 굳이 다시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송민규에게도 스트라이커 변신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대표팀 내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2선 지역에서 송민규처럼 다양한 포지션과 전술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최종엔트리를 고민 중인 벤투 감독에게 중요한 어필요소가 될 전망이다.

전북 이적 이후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송민규는 이제 포지션 전환을 계기로 확실한 반전의 동력을 마련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송민규가 올시즌 소속팀의 우승과 본인의 월드컵 승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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