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인수공통감염병',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같은 병원체에 의하여 전파되고 증상이 발생하는 감염병을 일컫는다. 지난 몇 년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충격은 인류에게 인수공통감염병의 공포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22년 또다른 펜데믹의 공포를 몰고온 감염병 원숭이 두창은 우리가 자랑하던 현대의 문명과 시스템이 아직도 전염병 앞에서 얼마나 허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8월 9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 59회에서는 '원숭이 두창부터 코로나19까지, 인수공통감염병의 공포'를 주제로 끔찍한 전염병의 역사에 대해 파헤쳤다.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부교수가 오늘의 강연자로 나섰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에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다. 1977년 종식된 천연두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질환으로 분류된다. 반점이 울퉁불퉁해지면서 수두 유사 수포성 발진으로 번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 5월초 영국에서 첫 발병된 이후 예외적인 빠른 확산세로 퍼지며 약 3개월 만에 84개국에서 2만 7천 명의 확진자를 돌파했다. 지난 6월 22일에는 국내에서도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하여 유행병 최고수준인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코로나19(박쥐)와 원숭이두창(원숭이)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동물에서 사람간 종간 감염을 일으키면서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치명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구 역사상 많은 개체수와 긴 수명은, 인간의 숙주가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최고의 조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인수공통바이러스개체가 존재하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기에, 인류는 미래에도 항상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2070년까지 종의 장벽을 뛰어넘는 유출 감염이 약 1만 5천 건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 수, 낮게 계산됐을 가능성 매우 높아"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사람에게 첫 원숭이두창 감염이 발생한 것은 1970년 콩고의 한 마을이었다. 이후 수십년간 아프리카에서만 발병되었던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은 2022년 들어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퍼졌다. 각국은 긴급상황실 가동과 백신수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9일 "현재 확진자 수는 낮게 계산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발진, 림프샘 부종 등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설치류가 유력한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밝혀진 원숭이두창의 매개체는 아프리카에서 가정용 반려동물로 유입된 다람쥐과의 프레리도그였다. 코로나19의 감염경로가 호흡과 비말 접촉 등이라면, 원숭이두창은 감염된 동물의 분비물-배설물이나 초밀접촉으로 그나마 전파성은 다소 낮다.
 
인수공통감염병중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공포의 바이러스로 에볼라가 꼽힌다. 2014~2015년 약 2년간 전세계 인구 1만 1천여 명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다. 에볼라는 발열, 두통, 근육통, 쇠약 등을 비롯하여 심하면 혼수상태에서 출혈 또는 멍이 발생하기도 한다.

1976년 아프리카의 얌부쿠 마을에 있던 벨기에의 선교병원에서 마발로 로케라라는 흑인 남성이 국경지대를 여행하고 왔다가 갑자기 고열과 구토, 설사, 출혈 끝에 증세가 악화되며 사망에 이르렀다. 처음보는 광경에 의료진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얼마 후 그의 가족들과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까지 줄줄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콩고 전통 장례 풍속상 사후에 시신을 깨끗이 처리하던 마발로의 아내와 어머니가 감염이 된 것. 마발로를 간호했던 수녀들 역시 잇달아 감염됐다. 여기에 아프리카 현지의 열악한 위생과 물자 상태로 인하여 단 5대의 주사기로 수백명의 환자들을 동시에 치료하다가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첫 발병 직후 318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중 90%에 이르는 280명이 사망했다. 같은해 수단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전에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초 감염자가 발병 직전 여행했던 지역의 에볼리 강의 이름을 따서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내렸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과일박쥐였다. 얼굴 생김새가 개나 여우와 비슷하여 날여우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과일 향이 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통적인 식재료로 취급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역시 숙주가 박쥐라는 것 때문에 에볼라 바이러스와 많이 비교되기도 했다. 전세계에는 알려진 것만 무려 12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박쥐가 존재하고, 생태계에서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 특성상 해충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몸안에 많은 바이러스를 품고 있어서 '바이러스 저장고'라고도 불린다.
 
정작 박쥐는 바이러스를 지녀도 몸에 영향을 받지 않는 면역체계가 형성된 반면, 생존력이 강하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박쥐의 특성은 바이러스를 널리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박쥐는 오히려 '이로운 역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인류가 자연을 개발하고 밀림을 파괴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박쥐도 인류 가까이로 점점 다가오게 된 것. 인류와 박쥐가 공존하지 못한 서로에게 낳은 업보인 셈이다.

한편 박쥐에서 낳은 에볼라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4년 기니 사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6개월 동안 9천 명이 에볼라에 감염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1976년 발생한 에볼라-자이르의 변종인 신 에볼라는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2016년까지 약 2만 8646명이 감염됐다. 심지어 에볼라가 유럽에서도 확산되며 2014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국제교류와 국가간 이동이 활발해진 '세계화' 시대의 영향으로 전염병 역시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전해줬다.

전문가들 "코로나 변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측 못 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전염병의 부작용은 사회적으로 지나친 혐오조장과 집단공포감 조성으로도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에볼라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과잉조치와 반응을 풍자하는 만평이 등장하기도 했다. UN은 군대까지 파견하여 에볼라 발생지는 강력하게 통제했고,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 6월 에볼라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의 특성상,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에, 어디서 나타날지도 알 수 없기에 에볼라의 공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1918년에서 1920년까지 약 5천만 명이 사망에 이르렀던 스페인 독감은 20세기 최악의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꼽힌다. 1918년 미국의 시골이었던 캔자스주 해스켈에서 시작된 스페인 독감이 마을에서 급격히 확산되며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반적인 독감의 증상에 비하여 폐가 제 기능을 잃어서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얼굴이 푸른빛을 띄는 '헬리오트로프 청색증'이 발견된다.
 
특히 스페인 독감이 전세계로 확산된 계기는 1차세계대전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스페인 독감이 1차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에 의하여 전세계 각지로 퍼졌다. 여기에 1차대전의 특징 중 하나였던 참호 전투로 인하여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며,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데다 영양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저하된 병사들 사이에서 집단으로 독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심지어 스페인 독감은 한국과 일본, 아시아에도 퍼졌다. 일제강점기 시대였던 1919년 <매일신보>에는 당시 스페인 독감을 '서반아독감'이라고 부르며 약 760만 명의 감염자와 14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총독부 통계로는 1700만 명의 인구 중 760만여 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부터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 화가 뭉크 등 유명인들도 다수가 이 병에 감염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며 스페인 독감은 어느새 카리브해, 브라질, 남아프리카까지 확산됐다. 놀랍게도 사망자의 대부부이 65세 이하, 심지어 20~45세의 젊은 성인이 사망자의 60%에 이르렀다. 노인보다 젊은이들의 사망비율이 높았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면역반응이 더 활발하여 폐에서 과도한 염증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1차대전 사망자가 약 1500만 명인데 스페인 독감 사망자는 5000만 명에 이르며 그 3배를 훌쩍 넘기며 지금까지도 20세기 최악의 펜데믹으로 회자된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에 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당시 전쟁중이던 미국은 불리한 전황을 최대한 통제하려 한 반면, 스페인은 당시 중립국이었기에 처음부터 독감 현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수 있었고 이는 스페인이 독감의 진원지로 오해받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 독감의 정체는 조류독감과 인체독감이 섞인 변종 바이러스였다. 1997년에 의학 연구자들은 알래스카의 한 시신에서 스페인 독감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는 복제되지 않지만 저온상태에서 일정한 조건이 유지되면 남은 바이러스는 수백년이 지나도 유지된다.
 
2009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는 제2의 스페인 독감으로 꼽힌다. 신종플루와 스페인 독감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 친척과 같은 관계다. 하지만 다행히 치사율은 0.5% 이하로 스페인 독감처럼 높지 않다. 신종플루의 원인은 조류와 사람의 바이러스가 돼지를 통하여 섞이면서 발병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증상을 보이는 돼지는 도축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세간의 루머처럼 '바이러스가 포함된 돼지고기가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1세기에도 다양한 감염병들이 인류를 위협했다.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를 거쳐 2020년대의 대표적인 감염병으로는 역시 코로나19가 첫 손에 꼽힌다. 종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감염, 슈퍼 전파자를 통한 빠른 확산 속도, 전염병의 세계화는 새로운 21세기 인수공통감염병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특히 코로나는 무려 100년 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지만 당시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만 위협적인 바이러스로 꼽혔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약 6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19의 두려움은 지금도 오미크론 등 수많은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의 변이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비슷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인수공통감염병 중 발병할 수 있는 또다른 전염병으로 1순위에 꼽힌 것은 '제2의 에볼라'로 꼽히는 '라사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들쥐를 통하여 사람에게 전파되는 라사열은 감염된 이들의 80%이 무증상으로 드러났다. 2022년 5월, 나이지리아에서는 라사열로 이미 150명 이상이 사망하며 치사율이 2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까지는 백신과 치료제도 전혀 개발되지 못했기에 코로나19보다도 더욱 두려운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쥐를 통하여 발견된 한탄 바이러스 역시 '서울 바이러스' 위험성에서 상위권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류가 인수공통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숙주가 될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만 해도 동물들 사이에서는 흔하지만 인간에게 넘어오면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이했다. 우리는 이런 전염병을 유발한 책임을 '동물들'에게 떠넘겨 동물을 범죄자로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에는 바로 '인간'이 있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오직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저지른 행위들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급격힌 기후변화 속에 바이러스와의 접촉과 감염병의 발병 위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카먼이 저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마지막 챕터에서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라고 주장한 대목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점점 중요해지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답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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