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배우 정유진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까지 (나쁜) 악역은 안 해봤는데, 괜찮을까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지난 7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으로 글로벌 스트리밍 차트 TV쇼 부문에서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1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유진은 정작 이 작품에 참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맡은 진유희 캐릭터가 희대의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정민 감독님이 자신을 믿고 따라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믿음이 갔다"고 귀띔했다.

"감독님이 특히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블랙의 신부>에는 제가 꼭 필요하다고, 자기를 믿고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좋은 선배님들도 많았고, 같이 현장에서 호흡하다 보면 정말 배우는 게 많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더라. 물론 연기하면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블랙의 신부>에서 정유진은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최상위 등급 '블랙'과 결혼해, 상류 사회에 입성하는 것이 인생 최대 목표인 대기업 법무팀 변호사 진유희로 분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서혜승(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완벽했던 그의 계획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정유진은 "진유희라는 인물이 어떻게 욕망을 가지고 극단을 향해 가는지에 대한 서사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개된 작품을) 보면서도 (비난 받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워낙 잘 그려주셨고 매 회 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까지 저는 재미있게 봤지만 제 (연기의) 아쉬운 부분들도 많이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악역 아닌 악역들을 많이 연기했다. 짝사랑 하는 캐릭터도 많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도 여러 번 연기했는데, 이번 (진유희는) 정말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르는 큰 악역이었다. 그래서 제가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감독님이 제게 진유희 캐릭터를 제안하시면서 '색다른 악역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악역을 다르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연기할 때 악역은 보통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감독님은 힘을 조금 빼는 연기를 원하셨다. '고급스럽게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게 저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대사에도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하려고 했다."

"이걸 제가 하는 게 맞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배우 정유진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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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진유희는 욕망에 눈이 멀어 있는 인물로, 신분 상승을 위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정유진은 진유희의 범죄 행위들을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특히 서혜승의 딸 민지(김아송 분)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던 대목에서는 실제로 김정민 감독에게 "이걸 제가 하는 게 맞냐"고 묻기도 했단다. 

"민지를 죽이는 장면에서 감독님께 물어봤었다. '제가 민지한테 사고를 내는 거예요? 진짜 제가 하는 거예요? 그 정도까지 가요?' 그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했다. 악행이 거기까지 가니까 대본이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 물론 파티 신에서 제가 (경찰에) 잡혀가지만 또 다시 아버지의 도움으로 빠져 나오지 않나. 그리고 다시 서혜승에게도 복수한다. '이렇게까지 나쁜 짓을 하면,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캐릭터를 납득시키려면) 뭔가 장치가 있어야할 것 같았고 소시오패스같은 면을 최대한 가져가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어 정유진은 감정적으로 계속 극에 달해있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몸에도 그 영향이 적잖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게이지가 머리 끝까지 상승하는 장면이 많았다. 연기하면서 눈이 너무 아팠다. 두통도 심하게 느꼈고. 호흡과 에너지를 다 얼굴로 보여줘야 해서 그런지 눈이 그렇게 아플 줄 몰랐다"며 "(이)현욱 오빠와 다른 배우들도 '네 눈이 빨개지고 목까지 빨개지는 게 보이더라, 잘했다'고 응원해줬다"라고 전했다.

한편 불륜, 복수극, 출생의 비밀, 결혼정보회사 등 <블랙의 신부> 속 소재들은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꽤 익숙한 '막장' 장르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한국 외에도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9개 국가에서 TOP 1위를 차지하며 'K-막장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유진은 "정말 놀랐다"며 이 정도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저희 드라마같은 장르가 많이 있었지 않나. 그래서 신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엄청나게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드라마도 아니고, 주된 포인트는 복수극이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그리고자 한 작품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담겼기 때문에 좋아해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특히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도 신선했다더라. 또 여자들의 갈등, 복수, 욕망을 이렇게까지 보여주시는 걸 감사하게도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

"김희선은 유쾌, 상쾌, 통쾌한 사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배우 정유진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드라마 속에서는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지만 실제로 촬영현장 분위기는 배우들끼리 웃음을 참기 위한 전쟁이 날마다 벌어졌다고. 정유진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촬영했던 김희선에 대해 "유쾌, 상쾌, 통쾌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분위기 메이커였다.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분이었고, 말씀도 너무 재미있게 하신다. 촬영장이 재미있었지만 춥기도 정말 추웠는데, 선배가 직접 나서서 더 으쌰으쌰 하니까 모두가 그 분위기에 따라갈 수 있었다. 연기는 워낙 베테랑이시니까.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대립을 해야 했는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제가 아이디어를 가져갔더니 '마음대로 하고 싶은거 다 해'라고 편안하게 해주셨다. 무엇보다 서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같아서 너무 웃느라 NG가 많이 났다. 감독님께 죄송할 정도였다."

2004년 모델로 데뷔한 정유진은 2015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배우로 전향해, 그동안 <유령을 잡아라> <로맨스는 별책부록>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통해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장 뛰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잘 알기에 부족한 점도 더 잘 보인다는 정유진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연기를 어떻게 보는 줄도 모르니까, 내가 뭘 잘하고 있고 뭘 못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제가 잘못한 게 너무 잘 보인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 더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싶고. 대본을 읽고 현장에 갈 때 미리 아이디어를 준비해서 가는데 그런 게 너무 재미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더라. 새로운 대본을 볼 때마다 늘 설레고, 내가 과연 이걸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기대하게 된다. 배우 정유진으로서 욕망이 있다면 새로운 캐릭터와, 재미있는 시나리오,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그런 작품에 또 참여하고 싶다. 이번엔 이런 역할을 했다면 다음에는 연기 변신을 하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늘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것에서 저는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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