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를 끝마치고 서울시향과 함께 지휘자 김은선이 관객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연주를 끝마치고 서울시향과 함께 지휘자 김은선이 관객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 박순영

 
양날개 펼쳐 신세계로 날아올라!

지난 21,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지휘자 김은선의 모습이다. 양팔을 활짝 펼쳐 오케스트라 어디서든 보이도록 세밀한 디렉션을 주고, 음악을 두 팔로 가득 안았다.

김은선은 아시아 여성지휘자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2020/21 시즌부터 활동중이다. 프로그램을 선곡하고, 협연의 솔리스트 섭외 등이 모두 그녀의 일이다. 이번시즌 그녀가 주력하고 있는 교향곡 '신세계'를 들고 지난 21일과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공연으로 한국무대에 화려하게 지휘자로서 공식 데뷔를 했다. 

이날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기립박수 등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그것은 미국 주요오페라에 굳건히 자리매김한 그녀에 대한 존경과 환영을 함께 담은 것이었다. 이러한 그녀가 선곡한 첫 곡은 김택수의 <스핀플립>, 협주곡은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으로 모두 현대음악이었다. 

<스핀 플립>은 김택수 작곡가(현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교수)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였던 2014년 작곡되고 초연이후 미국 등 여러차례 연주되며 수정되어, 더욱 위트있고 기악적 효과를 더했다. 작곡가와 동명이인인 탁구선수 김택수를 떠올리기도 했다는 이 곡은, 탁구의 스매싱처럼 강한 타격음과 탁구공의 움직임처럼 악기간 주고받음과 포물선 운동의 느낌이 글리산도, 우드락, 실로폰 등 타악기, 금관의 빠른 동음반복으로 잘 표현되었다. 김택수는 현대음악적인 난해함에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하여 합쳐 듣기에 경쾌함이 있는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김은선은 미국에서 김택수의 <스핀플립>과 <더부산조> 등을 연주해 김택수만의 명확한 스토리텔링과 연주자들의 호응을 확인하였기에 이번 고국무대에 선곡했다. 그녀의 지휘에 이번 <스핀플립>은 서울시향의 연주로 더욱 색채적이고 활기를 띄었으며, 후반부 <신세계 교향곡>과 괘를 같이하는 웅장함과 퍼레이드적 느낌을 주었다. 음 하나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의 연결과 흐름이 만드는 색채의 보여짐, 이것이 김은선의 음악만듦에서는 확실히 강했다. 

올 6월 첼리스트 최하영의 퀸 엘리자베스 콩쿨 우승곡으로 더욱 이슈가 된 루토스와프스키 첼로 협주곡이 이번 프로그램 두 번째 곡이었다. 확실히 트렌드와 이슈를 읽을 줄 아는 선곡이다. 이번 연주는 크리스티안 폴테라가 했다. 시작부에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듯한, 인간 내면을 향한 끝없는 질문과 후회와도 같은 D음의 반복이 계속된다. 폴란드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을 담아 쓴 작품이다. 

1악장에서 계속되던 D음은 금관이 요란한 음으로 방해하며 불꽃처럼, 물결처럼 격렬하게 움직인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떠올려보니, 이 작품의 음향색채 역시 앞 '스핀 플립'과 후반부 '신세계'와 맥을 같이 한 선곡이었다. 공산정부와 한 개인의 내면, 둘의 주고받음이 부단한 트레몰로, 트릴, 2도, 7도 등의 불협화음으로 더욱 치장하고 음의 산맥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부산하던 음의 푸드덕거림이 3악장 '칸틸레나'에 가면 유니즌의 구슬픈 선율이 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크리스티안 폴테라의 낭만적이고 사색적인 연주는 김은선의 서울시향과 콘체르탄테를 펼치며, 한국관객에게는 역시 김은선이 어필되었다. 앵콜의 바흐 무반주 조곡으로 관객은 다시금 첼로와 첼로독주자를 느꼈으며 긴시간의 박수와 환호로 좋은 연주에 화답했다.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포스터.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포스터. ⓒ 서울시향


김은선이 펼친 신세계, 인류에게 치유와 희망을

후반부 <신세계 교향곡>. 너무나 유명하고 친숙해 많은 음악인의 마음과 귓속에 비교대상이 있는 이 교향곡을, 김은선은 망설임 없이 주욱 뻗는 그녀의 행보처럼 광활한 미대륙을 신세계 교향곡으로 펼쳐보여줬다. 앞 두 곡의 현대음악에서 음향적 에너지를 이미 가득 느꼈기에, 오히려 신세계 교향곡은 편안하게 들렸다.

시원한 바람 같았다고나 할까. 기자 개인적으로는 작은 프레이즈 단위라도 짚고 가는 연주 스타일을 선호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앞 두 곡의 현대음악이 가진 거칠고 세분된 음향에서 우리가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체코인으로서 미국 뉴욕 음악원 원장이 된 드보르자크의 1893년 작품은 김은선의 품으로부터 더 없이 '스탠더드'하게 들리게 된 것이 아닐까. 
 
서울시향 프로그램지에 지휘자 김은선의 글에 의하면, 지휘자의 지휘에 단원들마다 소리내는 타점도 다르고, 단원의 머릿수만큼의 변수가 있지만, 그녀의 성격상 작은변수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 음악은 무대를 떠나 청중의 품에 넘어간다"고도 말했다.

전반부 현대음악들의 탄탄함과 연주가 더 '신세계' 같았기에, 정작 드보르자크의 고향 체코식의 억양과 그가 느꼈을 당시 신세계의 수직 수평의 광활함과 웅장함이, 1% 부족함으로 다가왔음을, 우리는,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고국에 모습을 보여준 김은선에게, 온 힘을 다해서 알려준다. 

그래도 이건 분명하다. 김은선이 펼친 신세계, 한국인으로서 유럽 땅, 미국 땅에서 그녀의 집념과 음악이 쟁취했을 새로운 세계는 이미 이날의 프로그래밍 자체만으로도 그 역할을 온전히 하였다.

즉 김은선과 서울시향이라는 연결, 두 곡의 전반부 현대음악 창작곡의 메시지가 과학도 출신 작곡가 김택수의 곡이었다는 점에서 융합을,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으로 넓게는 남북분단을 직시하고, 후반부 <신세계 교향곡>으로 코로나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는 치유와 희망을 준, 그리고 앞으로의 국내 교향악단 프로그래밍에 창작곡 연주의무를 생각하게 하는, 그 역할을 이백퍼센트 하였던 음악회였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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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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