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깊이 있는 연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18). 지난 6월 2일부터 6월 18일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고권위의 음악 콩쿠르인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주인공이다.

30일 오후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캠퍼스 이강숙홀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기념한 임윤찬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임윤찬과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사사하는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가 참석했다.

"우승 후 달라진 것 없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 ⓒ 2022 Cliburn Competition


지난 2015년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분 클래식 바람이 2022년 임윤찬에 의해 다시 한 번 불고 있다. 임윤찬의 우승은 해외 유학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음악도가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기록이며, 또한 특별상으로 '신작 최고연주상'과 '청중상'을 수상함으로써 대회 3관왕을 기록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날 간담회에서 임윤찬은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피아노 전주곡 Op.37 4번과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시범 연주해보였다. 임윤찬은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바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우승했다고 실력이 더 좋아진 건 아니니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 (임윤찬)

이번 콩쿠르에서 바흐를 연주하고 나서 90초가량 침묵하다가 스크랴빈으로 넘어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임윤찬은 "바흐에 영혼을 바치는 기분으로 연주했다. 그렇게 연주하고 나서 바로 스크랴빈으로 넘어가기 힘들어 시간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자신의 콩쿠르 연주 영상을 보았느냐는 질문에는 "콩쿠르 기간에는 카톡을 제외하고는 유튜브나 구글 등의 앱을 지웠고, 콩쿠르가 끝난 후에도 콩쿠르에서 제가 한 연주를 제대로 안 들었다"라고 답변했다. 

12살이던 임윤찬을 처음 만나 그를 가르친 손민수 교수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임윤찬을 지켜봐오며 어떤 것을 느꼈느냐는 물음에 손 교수는 "윤찬이가 매주 제게 가지고 오는 곡들을 같이 보는데, 정말 다른 생각 없이 음악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윤찬이가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 음악의 힘이 작은 연습실에서의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놀랍다"라고 말했다. 

"윤찬이가 오늘 간담회 직전에 연주 연습하는 걸 봤는데, 왼손만 연습하고 있더라. 당장 임박한 연주를 앞두고도 음악에 달려들지 않고 차분히 왼손부터 연습하는 걸 보고 저런 마음이라면 내가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음악가가 앞으로 어떤 인생의 굴곡을 거쳐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저 역시 기대된다." (손민수 교수)

손민수 교수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임윤찬에게 물었다. 이에 임윤찬은 "선생님과 레슨하면서 피아노 얘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제 인생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단테의 <신곡>, 외울 정도로 읽어"
 
 피아니스트 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 ⓒ 2022 Cliburn Competition


20세기 초중반의 거장 피아니스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임윤찬에게 유독 그 시대 피아니스트를 존경하는 이유를 물었고 다음과 같은 발언이 돌아왔다. 

"옛날 연주자들의 시대 때는 인터넷도 없었잖나. 악보와 자신 사이에서 음악을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연히 자기의 생각이 더 들어가고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유튜브 같은 게 발전돼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연주를 굉장히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저 역시 무의식적으로 좋았던 연주를 근거 없이 따라하게 되는 순간을 많이 경험했다. 그런 건 잘못된 것이다. 옛날 예술가들은 그런 (독창적) 과정만을 통해서 음악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게 제가 본받아야 할 부분 같다." (임윤찬)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그에게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도 물었다. 이에 임윤찬은 "최근에 가장 재밌게 봤고 계속 읽게 됐던 책은 단테의 <신곡>"이라며 "2020년쯤에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순례의 해, 이탈리아' 공연에서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는데 이 곡을 이해하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여러 출판사들의 <신곡>을 구입해 읽었다.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은 책"이라고 밝혔다. 

임윤찬은 오는 8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 피아노 협주곡 5번 연주를 시작으로 12월 1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콩쿠르 연주곡들로 이뤄진 우승 기념 공연 등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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