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얼굴> 포스터

영화 <니얼굴> 포스터 ⓒ 두물머리 픽쳐스


4월 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방영한 tvN 주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배역을 직접 연기하고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영옥(한지민 분)의 숨겨진 가족으로 다운증후군 질환을 앓아 떨어져 지낸 쌍둥이 언니 '영희'로 출연한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양평의 문호리 리버마켓 셀러가 되어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꿈을 좇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연출은 은혜씨의 아버지이자 <핑크 팰리스>(2005), <두물머리>(2013), <명령불복종 교사>(2014),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2016)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 제주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서동일 감독이 맡았다. 그는 "자기 내면의 힘으로 스스로 경계에 서고 타고난 긍정의 에너지로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 정은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 두물머리 픽쳐스

 
<니얼굴>은 여타 '휴먼 다큐멘터리(인간의 일반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처럼 은혜씨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기존의 장애 관련 영화가 장애인이 겪는 소외, 차별, 무시, 외로움으로 인하여 무겁고 불편한 느낌을 주었던 것에 반해 <니얼굴>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다. 영화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은혜씨가 가진 매력에 기인한다. 그녀는 재치 넘치는 입담과 엉뚱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즐겁게 만든다. 몰려드는 손님을 보며 "제가 엄청 좋은가 봐요. 아우, 골치 아파. 그놈의 인기가"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서동일 감독은 은혜씨와 어머니가 함께 나오는 장면을 덜어내고 은혜씨가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집 과정을 통해 그녀의 주체적인 삶의 의지를 오롯이 드러냈다. 은혜씨의 어머니이자 <니얼굴>의 PD인 장차현실 작가는 영화를 찍으며, 그리고 영화를 보며 "온전히 독립적인 은혜의 모습"을 만났다고 말한다.

"제가 너무 좋은 엄마인 척하면서 은혜를 장애인 딸로만 인식했었던 지난 시간들, 그리고 문호리 리버마켓을 통해서 우리가 은혜가 가진 힘을 알게 됐습니다. 은혜뿐 아니라 수많은 은혜가 스스로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건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거냐. 그거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타인의 시선인 거죠."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 두물머리 픽쳐스

 
은혜씨가 그리는 캐리커처는 다른 작가의 것과 다르다. 그림자의 명암을 선으로 인식하고 시선의 흐름에 따라 거침없이 그린다. 문법화된 공식에 따른 미의 기준이 아닌, 그녀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찾아낸 사람의 고유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예쁘게 그려주세요"란 부탁에 은혜씨는 대답한다.

"원래 예쁜데요. 뭘~"

은혜씨의 스타일에 대해 장차현실 작가는 "내가 따라 할 수 없는 선"이라고 평가한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 싶다. 하나는 은혜씨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시선과 표현을 가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구분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영화 <니얼굴>의 한 장면 ⓒ 두물머리 픽쳐스

 
발달장애인은 언어적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은혜씨도 그림을 그리기 이전엔 말을 많이 더듬거렸으며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림'이란 비언어적 도구는 은혜씨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은혜씨에게 그림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한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23.2%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 10명 가운데 8명은 일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은혜씨가 입주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위치한 국내 유일의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인 '서울 잠실창작스튜디오'처럼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은 선입견 해소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자립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장차현실 작가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니얼굴>을 보면서 발달장애인이 가진 삶에 대한 욕구, 그리고 그들이 우리 곁에 있을 때 슬프지만 불행한 삶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포기하는 일도, 또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일도 없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힘을 합쳤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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