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이틀 연속 두산을 꺾고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8-6으로 승리했다. 24일 4-3의 짜릿한 한 점차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두산을 꺾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KIA는 이날 LG트윈스에게 2-7로 패한 5위 KT위즈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리며 단독 4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38승1무31패).

KIA는 선발 로니 윌리엄스가 3.1이닝5피안타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4회부터 투입된 6명의 불펜투수가 남은 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박찬호가 2안타1타점2득점, 이창진이 3타점 경기를 펼치는 등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빛났다. 반면에 두산은 지난 4월 23일 이후 2달 만에 복귀전을 치른 작년 정규리그 MVP 아리엘 미란다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무려 7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두산 미란다가 역투하고 있다.

두산 미란다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서의 첫 시즌, 최동원을 뛰어넘은 투수

2020시즌이 끝나고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가 일본,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이 미국으로 떠난 두산은 2020년 12월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던 쿠바 출신의 좌완 미란다를 총액 80만 달러에 영입했다. 미란다는 메이저리그 44경기 등판 경험에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년 반 동안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정통파 좌완 투수다.

하지만 두산팬들은 미란다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많았다. 일단 대만 프로야구는 KBO리그보다 한 단계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그런 대만리그에서 가까스로 10승을 채운 투수가 과연 KBO리그에 잘 적응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란다는 제구가 불안하고 기복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중남미 출신의 좌완 강속구 투수였다.

그렇게 미란다는 많은 우려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자신을 향한 의심과 우려를 환호로 바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미란다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은 후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통해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이어 나갔다. 우려한 대로 제구가 불안한 것은 여전했지만 제구 불안을 그 이상의 뛰어난 구위로 극복하며 두산의 1선발로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대단했던 것은 미란다의 삼진을 잡는 능력이었다. 이닝수보다 훨씬 많은 탈삼진을 기록하던 미란다는 시즌 후반 200탈삼진을 훌쩍 넘겨 어느덧 '불멸의 기록'으로 불리던 고 최동원의 223탈삼진 기록에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미란다는 작년 10월 24일 LG전에 등판해 4.1이닝 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최동원의 기록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미란다는 LG전에서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5이닝을 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두산이 힘들게 치른 가을야구에 계속 결장했다. 미란다는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정된 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3차전 선발로 등판했지만 5이닝6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타선의 침묵으로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의 부활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비록 가을야구에서의 아쉬운 활약이 있었지만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37년 만에 경신한 것은 분명 대단한 활약이었다. 결국 미란다는 작년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코리안드림'을 이뤘고 두산은 작년 12월 총액 190만 달러의 조건에 미란다와 재계약했다. 2017년의 더스틴 니퍼트(210만 달러) 이후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지만 미란다가 작년처럼 뛰어난 구위로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

하지만 미란다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며 입국이 연기됐고 훈련부족 탓인지 시범경기에서 구속이 나오지 않아 김태형 감독과 두산팬들을 걱정시켰다. 설상가상으로 미란다는 시범경기 막판 어깨통증이 재발하면서 개막전 선발등판이 무산됐다. 190만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외국인 투수가 부상으로 2군에서 시즌을 출발하면서 두산의 시즌 계획은 시작부터 엉키고 말았다.

미란다는 지난 4월 17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시즌 첫 선발 등판해 4이닝1실점을 기록했지만 6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안정된 투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미란다는 23일 LG전에서도 3이닝6볼넷2실점으로 부진한 후 어깨근육 미세손상으로 다시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른 외국인투수였다면 당장 교체를 고려했겠지만 미란다는 작년 정규리그 MVP였고 두산은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미란다의 공백 속에 두산도 점점 고전하며 성적이 떨어졌고 두산은 6월 25일 KIA와의 경기를 통해 미란다를 다시 1군에 복귀시켰다. 하지만 두 달 만의 1군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경기 시작과 함께 3연속 볼넷으로 무사만루 위기를 자초한 미란다는 피안타 없이 무려 7개의 사사구를 내주는 황당한 투구를 펼치며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야말로 끔찍한 복귀전이었다.

만약 미란다가 국내 선수였다면 내년을 기약하면서 올해 남은 시즌을 재활과 교정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란다는 장기부상이 허락되지 않는 외국인 투수다. 그것도 지난 수 년간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이 심했던 두산에게 외국인 투수의 장기부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작년 정규리그 MVP 미란다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기다림이 무의미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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