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거리 풍경.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거리 풍경. ⓒ 오마이뉴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영화제는 역사만큼이나 한국 영화와도 관계가 깊다. 특히 17일 오후(현지 시각 기준)부터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제75회 칸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에 평년에 준하는 규모로 치러지는 행사기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선 한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9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칸영화제 활약의 정점을 찍었는데 올해엔 경쟁 부문 2편을 비롯해, 비경쟁, 단편 경쟁 등 각 부문별로 고르게 초청받았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한국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참여했기에 한국 영화로 분류된다)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후 5년 만에 한국영화 두 편이 또다시 경쟁 부문에 올랐기에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더구나 이번이 네 번째 경쟁 초청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2004), <박쥐>(2009)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로 남우주연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심사위원상, <어느 가족>(2018)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수상보다 중요한 것들

"상을 받기 위해 영화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포츠처럼 어떤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제는 축제의 과정이기에 최고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브로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의 말이다. 수상 가능성을 묻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칸영화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영화인과 스태프들이 함께 만든 영화가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에서 상을 받는 건 언제나 환영할 만하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갖는 본질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리로서 이번 칸영화제를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영화의 발상지로써 프랑스 스스로가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례로 칸영화제 공식 프리미어 상영(영화가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이 끝난 뒤 모든 관객이 기립해 10분 넘게 박수를 치는 풍경은 칸영화제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그만큼 영화인들과 영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칸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2016년 영화 <곡성>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일이다. 국내에서 이미 언론 시사회를 가진 후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공개되는 자리였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화면과 이야기 구성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오컬트로 받아들여졌던 국내 분위기와 달리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에선 상영 중간중간 폭소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서워해야 할 장면이 맞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오락적 슬래셔 무비(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으로 가득 찬 장르 영화)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얼마 전 <큐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차 만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극장에 함께 앉은 사람들이 종종 나와 다른 장면에 반응하는 걸 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칸영화제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2017년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옥자>의 프레스 상영 땐 리더필름(본 영화 시작 전 해당 작품의 제작사, 배급사 등의 로고가 등장하는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객석 일부에서 야유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OTT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것에 항의하는 행동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 결과 스크린 마스킹(출품된 영화 화면 비율에 맞게 스크린 가장자리를 가리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이 시작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런 사례는 칸영화제가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오락적으로만 치부했거나 수상에 목매는 게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를 신성하게 여기고 있지 않나 싶다. 
 
'브로커' 송강호, 이주영, 이지은, 강동원 배우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일본 출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6월 8일 개봉.

▲ '브로커' 송강호, 이주영, 이지은, 강동원 배우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이정민


 
칸영화제에서의 높아진 한국 영화 위상
 
이미 한국 영화의 위상은 세계적이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그 위상도 체감할 수 있겠다. 과거 신상옥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박찬욱 감독이 종종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던 것에 이어 근 2, 3년간 다양한 부문에서 여러 한국 영화인들이 심사위원 내지는 콘퍼런스 진행자로 나서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2021년엔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 개막선언을 했고, 배우 이병헌이 시상식 시상자로 나섰으며, 송강호가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올해엔 <브로커> <헤어질 결심>의 경쟁 진출과 더불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각질>이 단편 경쟁에 진출했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자 23년 만에 정우성과 한 영화로 만난 <헌트>가 최초 공개된다.
 
또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엔 배우 오광록과 김선영이 한국영화인으로서 활약했고, 비공식 행사인 비평가 주간에선 정주리 감독과 배두나가 함께 한 <다음 소희>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칸영화제 마켓 콘퍼런스엔 한국 영화제 최초로 부천영화제 측이 연사로 등장하며,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한편, 8번이나 경쟁 부문에 초청된 칸영화제 단골손님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를 비롯해 루마니아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신작 < RMN >, 스웨덴 명장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트라이앵글>, 클레르 드니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등 경쟁 부문만 놓고도 즐길 게 많다.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우크라이나 출신 세르게이 로스니차 감독의 신작을 비롯해,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속편으로 참여한 <탑건: 매버릭>, <매드 맥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조지 밀러 감독의 신작도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제75회 칸영화제는 17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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